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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모두 '우리'였는데... 2003년 11월 11일 오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중앙당 창당대회. 당시 당 지도부가 창당선언문을 읽으며 선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요즘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 못해 추하기까지 하다. 오로지 정권 재창출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으려면 두 가지 힘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백성의 마음을 얻어 권력을 위임받는 민주주의 방식이 있고 또 하나는 전두환 정권처럼 총칼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탈취하는 쿠데타적인 방식이 있다.

권력투쟁의 우여곡절을 누구보다 많이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최소한 쿠데타 방식으로는 정권 탈취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한이 있더라도 상당히 진전된 방식의 합의가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권력을 잡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열린우리당과 국민 사이의 괴리

@BRI@그런데 열린우리당의 생각은 국민의 생각과 멀어도 너무 멀리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언어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을 "평화세력", "개혁세력", "민주화세력" 심지어는 "양심세력"이라고까지 자칭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신들만이 '평화, 개혁,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양심 있는 세력'이라는 말은 그 나머지는 '반평화, 수구, 독재, 비양심 세력'이라는 논리적 귀결에 이르게 된다.

과연 그런가? 대한민국 국민 누가 평화를 마다하는가? 또한 열린우리당이 지난 4년 동안 어떤 개혁을 했는가? 아직도 외치고 있는 민주주의 실상이 도대체 무엇인가?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세력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가?

최소한 열린우리당내 386들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는 말이요 언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90년대 독재정권이 개방돼가는 사회에서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낼 때 사용했던 언어는 민주화세력으로 하여금 두 번의 권력을 향유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언어는 더 이상 그들만의 배타적 언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의 사람들은 그 언어를 배타적인 양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거대한 착각의 본질이다.

야당 10년, 밑바닥부터 변해온 한나라당

평화, 개혁, 민주 나아가 양심세력이란 말도 엄밀히 말하면 열린우리당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반평화, 수구, 독재, 비양심 집단이기에 그 나머지 세력이 대동단결(반한나라연합)하여 정권을 창출하자는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이 과거 민정당과 그 지지자들과 일치 한다해도 문제는 세상의 변화만큼 그들도 변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계속 민정당의 추억만 떠올린다면 열린우리당은 국민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자의든 타의든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에서의 구태만 빼고 말이다. 낮은 수준이지만 전국 자치단체를 거의 장악하고 실질적으로 이 나라의 밑바닥을 다스리고 있다.

그들은 바닥으로부터 변해왔다. 물론 비교적 가진 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사실이다. 네 번의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서로를 변화시키며 지배 권력을 잡아왔다.

이에 민주화세력은 중앙권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두 번의 집권은 대한민국을 무지막지한 사회에서 최소한 쿠데타는 힘든 사회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타는 촛불처럼 민주화세력도 스스로를 잠식하고 말았다. 이제 사회도 바뀌었고 두 번의 집권으로 더 이상 그들만의 언어가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창당 3년 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 해 12월 28일 긴급조찬회동을 통해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회동에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어게인 2002?' 공허한 외침

기껏해야 국책사업 결정권 정도만 가지고 있는 중앙권력이 그것도 늘 지지 세력의 의사와는 반대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현 집권세력 아니었던가?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당신들의 언어가 너무 시대성을 상실했기에 공허하게 들린다는 말이다.

진정 이 시대 국민들이 원하는 평화, 개혁, 민주주의 그리고 양심은 과거 80~90년대의 추억의 언어가 아니다. 설령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지금보다 얼마나 후퇴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역사의 큰 물줄기를 아는 민심은 얼마나 이를 웅변해 왔는지 아마 열린우리당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통합신당이든, 당사수든, 중도대통합이든, 범개혁 신당이든 그들만의 리그에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다면 열린우리당은 점점 추해질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평화, 개혁, 민주주의 그리고 양심은 한나라당이 집권한다해도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 국민들은 확신하고 있다.

확실히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의 입구에 와 있다.

한나라당은 민정당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열린우리당이 아직도 지사적 순수성이 있는 당이라고 착각 속에서 사는 한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평화라는 낡은 투구와 개혁이라는 부러진 칼, 민주주의라는 구멍 난 방패 그리고 양심이라는 세치 혀만 가지고 민정당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착각 속에서 아무리 '어게인 2002'를 속삭인다 해도 그것은 돈키호테의 잠꼬대일 뿐이다.

열린우리당, 야당할 각오로 분당하라

대한민국은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수구세력의 소멸이라는 역사적 진전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건전한 보수마저도 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 양심세력이 있다면 그 후 새로운 시대에 맞는 평화, 개혁, 민주주의의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긴 호흡으로 보면 순리인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은 지금까지 당해본 적 없는 거대한 권력의 기만을 맛볼 것이다. 이는 쿠데타보다 더 우리의 삶 구석구석을 병들게 할 것이다. 이것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제 진정 깨어있는 양심세력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한 조각의 양심이 남아있거든 분당하라, 야당할 각오를 가지고. 아니 야당으로도 얼마든지 역사에 기여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리의 운명인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이철우 기자는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열린우리당#우리당#분당#통합#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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