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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처럼 올라오는 실파처럼 가느다란 쪽파.
화초처럼 올라오는 실파처럼 가느다란 쪽파. ⓒ 정현순
"당신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뭔데?"


8일 저녁에 베란다에 있던 남편이 들뜬 목소리로 나를 부르면서 "이게 너무 작아서 당신 눈에는 안 보일 거다" 한다. "뭔데 내 눈에 안보여? 말해 봐"라며 난 거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남편에게 물었다.

"야 파가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자라냐!"
"나도 그거 보여."


남편은 "대파 말고 쪽파 뿌리를 여기에 놔뒀더니 실파처럼 쪽쪽 올라오네"하며 감탄이 그치지 않는다.

난 그날 저녁에 베란다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베란다에 나가서 확인해보니 정말 가느다란 실파처럼 싱싱한 모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초록의 색깔이 마치 화초 같았다.

이렇게 많이 자란 쪽파도 있었다.
이렇게 많이 자란 쪽파도 있었다. ⓒ 정현순
그 파는 지난번 김장할 때 이파리는 잘라서 쓰고 스티로폼 상자를 얻어다 뿌리 쪽 남은 부분을 심은 것이다. 그것도 파를 베란다에 놔두고 나는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은 "이거 이대로 놔두면 다 죽는데…" 하면서 걱정이 늘어졌었다. 남편이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파를 그대로 죽게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BRI@난 스티로폼 상자를 얻어다 흙도 없이 대파만 그 안에 달랑 집어넣고, 또 한동안 있었다. 가끔 물만 주고.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흙을 아파트 앞마당에서 조금 퍼 와서는 심어놓았다. 아파트 살림이다 보니 흙도 화분도 귀했다. 그리곤 정성스럽게 파를 돌보기 시작했다.

남편은 날씨가 추어진다는 뉴스가 나오기만 하면 파를 실내에 들여놓는다. 그럼 나는 "파는 강해서 베란다에 놔두어도 안 죽어"라고 말하면, 남편은 "무슨 소리 내일 기온이 영하 몇도까지 내려간다는데…" 하면서 들여 놓곤 했었다.

물도 나보고는 주지 말란다. 한꺼번에 많이 주면 죽는다면서. 그래서인가 이제부터는 반찬을 할 때 파를 조금씩 잘라서 넣어도 될 만큼 아주 잘 자라있다.

초록의 싱싱한 파가 마치 화초처럼 예쁜 모습.
초록의 싱싱한 파가 마치 화초처럼 예쁜 모습. ⓒ 정현순
가끔 남편은 거실에서 베란다에 있는 초록의 파를 보면서 "정말 잘 자란다. 화초보다 더 예쁘다"하면서 한동안 파를 쳐다보곤 한다.

그러고 보면 파는 농약을 많이 준다는데 집에서 키운 파는 농약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가만히 살펴보면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파와는 색깔이 다른 진초록의 빛깔이다. 싱싱한 그 파를 음식에 넣으면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런 곳에서 사온 파를 씻을 때에는 식초나 소금 등을 넣고 씻어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는데, 우리 집에서 키운 파는 그런 것을 넣지 않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먹어도 꺼림직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은 한겨울에도 손쉽게 파를 사먹을 수 있다면서 귀찮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파를 지금보다 좀 더 관심을 두고 잘 돌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년 겨울에도 지금처럼 파를 심어서 진초록의 싱싱한 파를 조금씩 음식에 넣어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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