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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어준 집
내가 지어준 집 ⓒ 장승현
갑자기 내가 지어준 집에서 호출이 왔다. 집이 춥다는 것이다. "목조주택 단열이 벽돌집에 비해 7배라고 하더니 왜 춥냐"고 했다. 웃풍이 세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춥다고 하니 다른 일 다 제쳐놓고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BRI@내가 지어준 집은 충북 충주 노은에 있었다. 그곳에 갈려면 음성에서 샛길로 노은을 넘어가야 했다.

이 길은 공사를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알게 된 길인데, 다른 길보다 시간이 많이 단축되는 길이었다. 이곳을 갈 때의 습관대로 운전대를 그쪽으로 돌려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차, 이거 길을 잘못 들었군…. 그곳은 산길인데 눈이 아직 안 녹아 있었다. 눈 쌓인 고갯길을 내려서자마자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고갯길을 넘었을 때는 후회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리막길로 내려선 다음이라 되돌아 올라설 수 없는 입장이었다. 1단 놓고 살살 내려가다 그만 미끄러져 360도 거꾸로 차가 한 바퀴 돌아버렸다.

사륜 구동 차를 타고 다니는 아는 사람이 생각도 나고, 보험회사 렉카차도 부를까 고민도 해봤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었다.

고갯길에서 미끌어진 내 차
고갯길에서 미끌어진 내 차 ⓒ 장승현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트럭을 탄 사람들이 차를 들어 돌려주는 바람에 그곳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인터넷에서 닉네임을 '이쁜이님'이라고 부르는 주인집에 도착했다.

"어서와요. 고생했슈, 이거 김치에 점심이나 먹읍시다."

김치를 들고 반기시는 이쁜이님
김치를 들고 반기시는 이쁜이님 ⓒ 장승현
이쁜이님께서 "이거 사진 올리지 말아요"하면서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포즈를 잡고 계셨다. 정말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는 것인지, 올려달라는 것인지…. 사진을 몇 장 찍고 해주는 밥을 먹고, 이것저것 점검을 해보았다.

결론은 보일러실에서 찾았다. 보일러를 가을에 맞추어놓은 온도를 그대로 돌리고 있었다. 겨울인데도 온도를 높이지 않은 게 원인 같았다. 그리고 방에 있는 룸 스위치 온도를 좀더 높이 올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다른 곳에서는 얼마 전에도 주방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전화가 왔다. 보통 시골은 지하수를 파서 먹기 때문에 모래가 나와 수도꼭지를 막는 수가 있다. 아니면 설비 배관 시 용접을 잘못해 밸브 쪽에 막히는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도 원인은 엉뚱한 데 있었다. 싱크대 밑에 있는 밸브를 다 안 틀어놓아 물이 졸졸졸 나오는 것이었다. 이처럼 집을 짓다 보면 엉뚱하게 일이 꼬일 때가 있다. 그때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땅을 파야 하거나 바닥을 뜯어내 허탕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가 지은 집이라 그런지 집이 이쁩니다. ㅎㅎ"

눈발이 내린 내가 지은집에서 한컷
눈발이 내린 내가 지은집에서 한컷 ⓒ 장승현
집주인한테 덕담하듯 내가 지은 집을 가지고 칭찬을 했다. 이쁜이님은 집에 만족하는 듯 웃으시며 내 농담을 받으셨다.

이분들은 시골이 좋아 서울 살다 시골에 땅을 사서 내려온 사람들이다. 요즘은 이렇게 시골에다 땅을 사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가 그랬다. 집을 지어주고, 주인 되는 분한테 칭찬 한번 듣고 싶어 목조주택 집 예쁘지요 하고 물으니, 무뚝뚝한 이분이 한마디 하는데?

"지 자식 안 이쁜 놈 봤어, 팔불출이군!"

이 말처럼 내가 지은 집은 내 자식처럼 예뻤다. 내 자식이 못 생겼든 어디 모자라든 내가 힘들여 만들어 놓은 자식은 왠지 정이 갔다.

거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거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 장승현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은 또한 일품이었다. 눈이라도 내리면 밖의 풍경이 볼 만할 거다.

그래도 자기 자식 예쁘고 자랑하고 싶은 건 할 수 없다. 오래간만에 가본 내가 지은 집, 정말 예뻤다. 집을 지으면서 전국에 내가 지은 집들이 하나하나 늘어가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게 내 자식을 낳아 분양하듯 마음이 뿌듯했다.

목조주택 기술을 가지고 집을 짓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지은 목조주택
내가 지은 목조주택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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