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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감기 걸린 아내에게, 아내 걱정보다는 애들에게 감기 옮길지 모르니 병원 갔다 오라는 말을 했다가 본의 아니게 그 말에 실망과 서운함을 가졌던 일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애들에게 감기 옮길까 봐 그런 말을 한 것인데, 아내는 자기 걱정은 하나도 안 해주는 남편이 적지 않게 서운했나 봅니다. 아무튼 엊그제 병원 갔다 와서 감기는 다 나은 듯하지만 서운한 마음만큼은 낫지 않았나 봅니다.

@BRI@지금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닌 아내입니다. 뭐, 저도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나?' 싶은 생각에 삐친 마음을 오래 가지고 있는 아내에게 조금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내가 목 디스크로 통증이 올 때, 처음에는 아내도 무척이나 걱정하면서 같이 잠도 안 자면서 내 옆을 지켜줬습니다. 그런데 오랜 병에 효자 없다고, 언제부터인가는 내가 조금 아픈 기색을 보여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했지요. 그런 아내를 보면 서운하기도 하고, 솔직히 아내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과거의 나처럼 아내도 무척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비록 장난 섞인 말이고 아내도 그리 크게 마음에 담아둘 정도의 상황이 아니긴 했지만, 아프다는 데 약을 사다주거나 걱정을 해 주기는커녕 오직 애들 생각만 하면서 병원에 가라고 했으니 마음 한 편으로는 남편인 나에게 많이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목 디스크로 아픈 나를 위해 장모님이 사 주신 베개를 목 높이에 맞게 새로이 베개를 만들고 있는 아내. 내가 아플 때의 일을 기억하며 생각을 정리해 보니, 당시 제가 한 말에 서운했을 아내의 마음이 짐작이 갑니다.
ⓒ 장희용
평소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예의를 지켜야...

한 번 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라 하지 않습니까.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도 그렇고, 또 저의 부부생활을 곱씹어 뒤돌아 봤을 때 적지 않은 기억 속에 나는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인 저에게 무심코 상처가 되거나 서운함을 안겨주는 말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아직 10년차도 안 된 부부가 이런 말 하는 것은 그렇지만, 부부로 살면서 큰 것보다는 이런 작고 소소한 일에서 서로 실망하고 서운해 하고, 또 그것이 커져서 행복한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런 작고 소소한 일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더 깊어지고….

그리고 특히 부부싸움 할 때 감정이 앞서면 아내의, 남편의 부족한 면이나 약점 등 해서는 안 될 말도 거침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부부싸움이라는 게 지나고 나서 가만히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싸웁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 일이 커지고 커져서 결국 이혼이라는 것까지 하지요.

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 파경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바로 이 '말'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무심코 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감정이 격해서 부부싸움 하는 데, 부부 사이의 매너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이 생각나고, 또 솔직히 생각난다 해도 지킬 상황이 못 되겠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중요한 것이 평소에 부부 사이의 매너 지키기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 해도 존중해야 할 아내고 남편이라는 생각, 그리고 부부간에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그리 생활화하는 것을 습관화한다면 부부싸움 할 때도 매너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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