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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사장 주도로 일명 '짝퉁 시사저널'이 비상근 편집위원들에 의해 발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사저널 불법 제작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앞에서 시사저널 노조원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0년 전엔 독재정권으로부터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는데 현재는 자본권력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싸우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시사저널> 사태를 보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시사저널 불법 제작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다.

<시사저널> 편집국이 5일 파업에 이어 11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 '짝퉁 시사저널' 추가 발행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시사저널> 노동조합원, 전국언론노동조합원 등 20여명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서울문화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집권 독립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삼성기사 삭제하고 <시사저널>을 삼류잡지로 만들 것인가", "편집권 유린하는 대체인력 투입 즉각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섰다.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지난해 6월 편집국의 동의 없이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했고, 편집국 기자들은 이에 반발해 왔다.

'짝퉁 시사저널' 독자들 "성추행 당한 기분"

'짝퉁 시사저널'이 나오기까지

'짝퉁 시사저널'의 기원은 지난해 6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일보> 출신 금창태 사장은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삭제했다. 이에 반발해 사표를 낸 이윤삼 편집국장을 퇴직시켰고, 함께 편집권 독립을 주장했던 취재총괄팀장과 사진팀장을 정식시키거나 편집과 무관한 판매국으로 전보시켰다. 일선 기자들에게도 중징계를 내렸다.

기자들은 8월 노조를 결성해 편집권의 제도적 보장과 징계자 복귀 등을 내걸고 회사측과 연말까지 단체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편집권 보장안을 둘러싸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소속 기자들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짝퉁 시사저널'은 899호(8일 발행)를 두고 붙여진 별명이다. 금 사장은 노조 파업에 대비해 외부 회사와 콘텐츠 계약을 맺었고, 본인이 위촉한 비상근 편집위원 13명과 함께 899호를 제작했다. 때문에 소속 기자들의 기사는 단 한 편도 실리지 않았다.

"성추행 당한 기분이었다." (파업하는 줄 모르고 899호를 샀다가 당황했다는 한 독자)
"꼭 사겠다. 소장 가치가 있다." (일선 기자를 제외한 채 발간한 유례없는 희귀본이라며 한 취재원이)


'짝퉁 시사저널'에 대한 <시사저널> 독자들의 반응이다. 이는 10일 발행된 '시사저널 노보' 9호에 소개됐다. 이밖에도 "환불 요청" "개념탑재 요망" 등 독자들의 불만과 비난이 쏟아졌다.

<시사저널> 노조측은 이런 독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당황했을 독자들에게 거듭 송구하다는 말을 전한다"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또 "머지않아 펜을 곧추세워 독자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진행된 회견에서는 각계로부터 '짝퉁'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고재열 <시사저널> 기자는 "공산품을 만드는 데도 원재료가 표기되는 마당에 시사 잡지를 만드는데 기자들 이름이 빠지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짝퉁 시사저널'을 들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짝퉁'을 비판하는 칼럼('<시사저널> 커버스토리, 이것이 기사면 파리도 새다')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이 때문에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회사측으로부터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뒤 "독자에 대한 신용이 우선 아닌가, 난 오히려 애사 행위를 했다"고 따졌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삼성을 분야별로 해부한 언론은 <시사저널>이 유일하다"면서 "이런 잡지가 '짝퉁'이 된다면 모든 언론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현 경영진도 수습기자 시절엔 편집권의 독립을 중시한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19일 저녁엔 독자들과 함께 '거리문화제'

'짝퉁'에 대한 지탄 속에 이번 <시사저널> 편집국의 투쟁에서 언론의 미래를 보았다는 칭찬도 나왔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일부 거대 신문사 소속 기자들은 경영진이 지면을 사유화하고 있는데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사저널> 기자들은 의기를 모아 편집권을 지키려 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한편, <시사저널> 노조는 오는 19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충정로 <시사저널> 편집국 앞에서 독자들과 함께하는 '거리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태그:#시사저널, #짝퉁 시사저널, #편집권 독립, #명예훼손,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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