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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증파 발표를 한 직후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뉴욕 퀸즈의 베이사이드에서 열린 시위 장면.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증파 발표를 한 직후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뉴욕 퀸즈의 베이사이드에서 열린 시위 장면. ⓒ 김종희
아메리카 세이 노(America Says No)라는 단체를 비롯해 수십 개의 반전 단체들은 부시의 발표와 동시에 홈페이지와 메일링을 통해, 각자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가서 집회에 참여하든지 스스로 시위를 주도하라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순식간에 600곳 정도 되는 곳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담은 손 팻말을 하나씩 들고 지나가는 차량 탑승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갑자기 매서워진 날씨보다 전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뜨거운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담은 손 팻말을 하나씩 들고 지나가는 차량 탑승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갑자기 매서워진 날씨보다 전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뜨거운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 김종희
뉴욕에서 아시아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베이사이드(Bayside)에서도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11일 오후 4시 민주당 소속 게리 애커먼(Gary Ackerman) 미연방하원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에 약 10여 명이 모였다. 중간선거 때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민주당이 이라크 전쟁 중단에 기여하라고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 자리를 택한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손 팻말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어떤 이는 성조기를 흔들고, 또 어떤 이는 뉴욕 출신으로 이라크에서 죽은 젊은이 100명 정도의 명단이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퀸스, 로체스터, 맨하탄, 화이트스톤, 워터타운, 플러싱 등 전사자가 태어난 지역과 전사한 날짜가 적혀 있었다.

"How many more?"
(3000명의 미국인과 60만 명의 이라크인의 죽음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No blood for oil."
(석유랑 생명을 바꿀 수 없다.)
"No $ for war."
(전쟁하는 데 돈 쓰지 말라.)
"Three years too long, stop the war!"
(3년도 너무 길다. 전쟁을 끝내라.)


손 팻말 내용을 차에 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차도를 향해 펼쳐 보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별로 없었지만, 버스나 자가용에 탄 사람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흔들어서 이들의 시위에 지지를 보냈다.

뉴욕에서 태어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죽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과 이라크인이 죽어야 부시는 만족을 할까.
뉴욕에서 태어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죽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과 이라크인이 죽어야 부시는 만족을 할까. ⓒ 김종희
미국평화정의연합(United Peace for Justice)라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부시의 결정에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 수치심을 느낀다며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불법적인 이라크 전쟁과 증원 파병 결정에 반대하여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결코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다. 이런 비극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잘못된 전쟁에 대해 사과하고,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수치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더 이상의 추가 파병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단체 회원은 아니지만 메일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다는 탐 오닐 씨는 미국의 현 군사 정책에 반대한다며 노골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어제(10일) 부시의 대국민 연설을 들었다. 오늘날 미국의 군사 정책에 대해서 반대한다. 부시의 이라크 증원 파병 결정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다. 부시는 이란과 시리아와도 전쟁하려 한다. 지금 (부시는)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베트남 반전 시위와 비교할 때 젊은이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이번에는 강제 징집을 하지 않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미국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베트남 반전 시위와 비교할 때 젊은이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이번에는 강제 징집을 하지 않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미국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 김종희
이날 모임 참가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백인들이었을 뿐 젊은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과거 베트남 전쟁 때 대학가에서 거세게 일어났던 반전 시위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지역 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베트남 전쟁 때와 달리 이번에는 강제 징집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산발적인 반전 시위는 1월 27일 워싱턴 DC에서 미 의회를 겨냥해 열리는 대규모 시위의 서막이어서, 앞으로 반전 집회의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평화연합(United for peace)이라는 단체는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우리의 목소리는 강하다. 이라크에서 전쟁을 중단해야 하고,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새롭게 구성되는 의회를 29일 월요일 방문해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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