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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능력과 자질이 남성과 똑같다면 여성 후보를 찍겠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여성을 찍겠다'는 응답이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 가까이 나온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먼타임스가 지령 300호를 맞아 취업포털 '커리어'와 공동으로 1월 5일부터 9일까지 남녀 직장인 4522명을 대상으로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남성 62.5%, 여성 78.4%가 '능력과 자질이 남성과 똑같다면 여성을 찍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꼭 찍겠다'는 응답도 남성과 여성 모두 11%에 달해 '찍지 않겠다'는 응답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 힘은 바로 여성의 표심임을 알 수 있다.

여성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남성은 위기관리 능력(42.7%)을, 여성은 추진력(46.7%)을 꼽았다. 여성 대통령의 장점으로는 남녀 모두 친화력과 포용력(71.8%)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고, 도덕성(15.3%)이 그 뒤를 이었다.

여성 대통령이 가장 잘 해낼 것 같은 국가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남녀 공통으로 교육(34.9%)을 첫손에 꼽았고, 그 다음으로 사회양극화 해소(27%), 주거(17.9%) 문제 순이었다. 반면 일자리 창출이나 외교, 대북정책 면에선 현저히 낮게 나타나 여성 대통령은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과 복지 등 민생 문제를 잘 보살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여성 정치인 중 선호하는 인물로는 남녀 모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선택해 박 전 대표는 절반을 훌쩍 넘는(63.9%) 압도적인 우세로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한명숙 국무총리,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장상 민주당 대표 순이었다.

박 전 대표 외엔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데다 언론 노출이나 강연 등을 통한 대중적인 정치 활동을 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여성 정치인들에겐 다소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는 없다. 특히 강 전 장관의 경우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권의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여전해 강력한 '히든카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위에 거론된 6명의 여성 정치인 가운데 도덕성과 개혁성,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도 강 전 장관은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절반에 가까운(45%) 남녀가 강 전 장관을 이 부문에 적합한 후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강세를 보였다. 한명숙 총리 역시 도덕성과 개혁성, 외교력, 친화력에서 비교적 고른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여성 대통령, 총리 바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또 한명숙 총리 탄생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가 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름에 따라 여성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자리 잡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인구 절반을 훌쩍 넘어선 데다 유권자 수 역시 남성보다 58만명가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표의 위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전체 유권자 수는 3706만4282명이고 이 가운데 여성은 1882만3089명, 남성은 1824만1193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17대 대선에서는 유권자 수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3455만4천명에서 7.3% 늘어난 3710만2천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심'이 선거의 승패를 가름할 주요 키워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본선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감지되고 있어 이 같은 바람에 편승해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도 크게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박근혜, 추미애 등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활약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투표 참여도 증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7대 총선 당시 투표관심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8.4%가 선거에 '관심 있다'고 답했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69%, 남성은 67.9%가 관심 있다고 응답해 여성의 투표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남성보다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선거 막바지 박근혜의 선거 유세와 추미애의 3보1배는 여성들이 정당 대표로서 선거운동 전면에 등장한 유례가 없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여성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에 충분한 유인 요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치적 사건에 대한 여성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각종 선거에서 여성의 투표율 역시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는 추세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은 56.5%였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59.2%로 다소 높아졌다.

남녀 투표율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투표율을 살펴보면 남녀간 투표율 차이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1997년 대선 당시 전체 투표율은 80.6%로 남성 81.3%, 여성 80.1%였고,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전체 투표율 70.8%, 남성 71.3%, 여성 70.3%로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선거를 분석해보면 투표율 증가율은 여성 20대 전반에서, 감소율은 여성 60세 이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대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의 투표율 증가가 두드러져, 젊은 여성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투표율이 가장 높은 40대가 결국엔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40대 여성의 힘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지난 16대 대선에서도 40대는 유권자 수는 2030세대보다 적었지만 투표에 참가한 사람은 598만명으로 30대보다 6만명, 20대보다는 130만명 더 많았다. 17대 총선에서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대가 4만1천명 늘어난 데 비해 40대는 128만7천명이 늘어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말보다 행동'이라는 40대, 그 중에서도 '나라의 기둥'이라는 40대 여성들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여야 대선 예비주자들은 20대 젊은 여심과 40대 파워 여심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히 남성 예비주자들의 경우 여성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등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눈치다. 아울러 여성계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심'을 잡을 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성계 역시 지난 16대 대선에 이어 면밀한 후보 검증과 여성 핵심과제 공약 제시 등을 통해 여성 표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며 신발 끈을 조이고 있는 상황.

중장년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일자리·복지·집값과 같은 이슈가 올 한해 뜨거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될 전망인데다 여기에 스타급 여성 지도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이어진다면 '여성 표'가 매우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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