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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청송3교도소(옛 청송감호소)가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처음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사회보호법은 지난해 폐지됐지만, 현재도 62명이 수감돼있다. 폐지 이전에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은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재웅·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보호감소 대상자 3명과 면담했다.
15일 청송3교도소(옛 청송감호소)가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처음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사회보호법은 지난해 폐지됐지만, 현재도 62명이 수감돼있다. 폐지 이전에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은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재웅·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보호감소 대상자 3명과 면담했다. ⓒ 현장공동취재단
2.6평 짜리 좁은 방의 창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온돌의 열기가 느껴졌다. 노란색과 파란색, 각각 다른 색의 수의를 입은 수감자 세명이 창살 밖에 선 방문객 한 무리를 힐끔 쳐다봤다.

역시 같은 색의 수의를 입은 수감자들 10여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일 있는 자동차 정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도 웅성거리는 방문객 때문에 수업을 잠시 중단했다. 멀리 운동장에서는 뿌연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수감자들의 족구가 한창이었다.

'청송감호소'로 더 유명한 청송3교도소(경북 청송군 진보면)가 사회보호법 폐지(2005년 8월 4일) 이후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공개됐다. 15일 이재웅·정종복·김재원 한나라당 의원이 취재진들과 함께 이 곳을 방문한 것.

이날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보호감호 대상자 3명은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만큼 석방시켜줄 것 ▲가출소 심사에서 탈락한 이후 사유를 알려줄 것 ▲교도소가 수감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각각 특수강도 5범, 강간치사 4범, 특수강도강간 등의 죄를 지었지만, 이미 4년에서 15년의 징역으로 '죄값'을 치렀다.

사라진 사회보호법에 묶인 사람들

@BRI@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청송교도소의 보호감호 대상자 62명(청송 제3교도소 61명·공주치료감호소 1명)은 아직도 몸이 묶여있는 상태다. 청송교도소에 수감 중인 234명도 징역을 마친 뒤 감호 대상자 처지가 된다.

정부가 이들을 계속 잡아두는 근거는 '경과규정'이다. 지난 2004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미 보호 감호를 선고받은 이들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집행하기로 하는 규정에 합의했다.

현재 수감자 전원의 보호감호 기간은 최장 2년이지만 가출소 이후 자유의 몸이 된다 해도 보호관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무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부칙에 남은 경과규정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과 강도나 성폭력 등 재범의 우려가 있는 이들을 그대로 사회에 내보낼 수 없다는 이유이다.

법무부는 대신 가출소를 대폭 확대해 범죄의 경중, 전과관계, 사회복귀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보호감소 대상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결국 사회보호법 폐지와 함께 자유의 몸이 되기를 기대했던 62명은 경과규정에 불만을 품고 잦은 단식농성을 벌였다.

지난 1983년 당시 7년간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김진(<무궁화특급호텔> 저자)씨는 "사회와 격리된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가족과의 연계가 끊어지는 등 재사회화가 더 어려워져 또다시 범죄에 손을 대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호감호 기간 중 사회화를 위한 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있으나 마나한 시간이었다"며 "나 또한 자격증을 5개 땄지만 청송감호소 출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갈 곳이 없어 숙식과 취업을 알선해준다는 '갱생보호위원회'를 찾아갔지만 이미 포화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금 기간이 오래될수록 보호감호자들은 가슴 속에 사회에 대한 악감정만 더 쌓는다"면서 "죄값을 받은만큼 살아야지 왜 '보너스'를 더 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범죄 저지를 수 있으니 가둬도 된다?

청송3교도소 정문.
청송3교도소 정문.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인권단체나 국가인권위에서도 경과규정으로 보호감호 대상자들을 잡아두는 것은 사회보호법을 폐지한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보호감호 연장과 재범률 감소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확률만으로 사람을 구금하는 것은 사회보호법 폐지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법무부의 우려에 대해 "지금까지 청송감호소에 수감됐던 3000여명이 출소했지만 범죄율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았다"며 "현재 남은 인원이 풀려난다 해도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탈주했다 붙잡힌 이낙성씨, 박근혜 의원을 습격한 지충호씨 등 청송3교도소의 주목도가 높긴 했지만 재범 우려가 높다고 해서 이들을 붙잡아 두는 것은 과잉처벌이자 이중처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형법이 강화된 만큼 재범이 발생하면 맞게 처벌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 또한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가출소자가 전체 인원(356명)의 40% 정도라고 하지만, 전체 귀결수의 재범률과 비교하면 인원수로 봤을 때 미미한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달 더 갇혀있다고 해서 사회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며 보호감호제의 효율성에 고개를 저었다.

"한두달 더 가둔다고 재범률 낮아지지 않는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1~2주에 한번씩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인권 침해 여부를 현장 조사한다. 실제로 교도소 내에는 인권위가 설치한 진정 접수함이 5군데 있다. 앞서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는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사회보호법을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 침해구제2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총 10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지난해 12월까지 종료된 6건은 수갑 등 부당한 기구 사용, 마약 사범으로 분류돼 일반 수감자와 다른 처우, 일상생활과 관련된 민원 등이었다. 이 중 3건은 조사 요건이 되지 않아 각하, 2건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 나머지 1건은 본인의 요구로 검찰에 이송됐다.

'우·행·시'로 유명한 청송3교도소
사회보호법 폐지됐지만 아직도 62명 수감중

청송3교도소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공지영씨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문이다.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청송3교도소의 전신인 청송감호소는 81년 만들어졌다. 80년 사회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군사정권 당시 인권침해 논란이 됐던 '삼청교육대'의 잔여인력을 수용하고 있던 춘천감호소가 청송으로 이전하면서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청송감호소에서 청송3교도소로 이름을 바꿨다. 청송3교도소는 8개 사동으로 구성됐고, 수용거실은 총 306개다.

원래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 대상은 같은 죄로 2번 이상·3년 이상 복역한 경우, 심신장애 혹은 마약류·알코올 등으로 인한 범죄를 일으킨 경우 등이었다. 최장 7년까지 보호감호를 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이 법을 두고 이중·과잉처벌이라는 이유로 강력히 폐지를 주장해왔다. 결국 사회보호법은 제정 26년만인 2005년 폐지됐다.

그러나 경과규정을 근거로 현재도 감호 대상자 62명이 수감중이다. 평균 5.1범으로, 최고령은 62세다. 강도(28명), 절도(21명), 성폭력(11명), 폭력(2명)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이들의 보호감호 집행기간은 1~3개월이 24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6개월~12년(18명), 3~6개월(9명), 1개월 미만(8명), 1~2년(3명) 순이다.

경과규정 때문에 아직도 보호감호 대상자인 이들은 법무부차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서 범죄의 경중에 따라 가출소 여부를 심사한다. 재산과 관련된 범죄는 보호감호 개시 이후 3개월, 폭력범은 6개월, 강력범은 1년이 지난 뒤 가출소 여부를 심사하고 불허될 경우 2개월 뒤 재심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가출소가 결정돼도 3년동안 보호관찰을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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