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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항소심 선고공판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항소심 선고공판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항소심 선고공판이 갑자기 연기됐다. 이번 선고 공판은 결과에 따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거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수도 있어 세간의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선고가 날 경우 이건희 회장-이재용 상무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당성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이번 사건을 맡아온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고 오는 3월8일께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 선고공판 결과를 보고 이건희 회장의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 이 회장의 검찰 소환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항소심 선고 공판은 빨라야 3월말에 열리거나 4월을 넘기게 됐다.

법원 선고를 미룬 이유는?

@BRI@법원이 선고를 갑자기 미룬 이유는 검찰이 내놓은 공소사실 가운데 추가로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미루면서 "공소 사실 가운데 1996년 12월 3일 이재용ㆍ부진ㆍ서현ㆍ윤형씨에게 전환사채를 인수시켜 당일 이재용 등 측에서 인수대금을 마련해 납입하게 된 과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변론 속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지난해 12월 7일 공판 때 제출한 이재용ㆍ부진씨의 각 진술서 내용을 들면서 "이재용씨 등은 자신들의 주식을 관리하던 담당자가 판단해서 전환사채를 인수했고, 인수 절차는 비서실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박재중 전무가 진행시켰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쪽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도 당시 구조본 비서실의 박재중 전무의 역할 등과 관련한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시켰다.

통상 법조쪽에선 중요한 재판이나, 검찰과 변호인사이의 법리적 논쟁이 치열한 사안일 경우에는 재판부가 변론 기일을 추가로 잡기도 한다.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함께 총수 일가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그만큼 신중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지만,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부터 시세차익에 대한 회사 손실 여부 등 여러가지 논쟁거리가 많다"면서 "재판부에서도 여러 사안을 감안해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를 두고 이미 학계에서 조차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황한 검찰... 시민사회단체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 등 일부에선 이미 3년여의 걸친 재판과정에서 논쟁되는 부분은 많이 걸러졌으며, 삼성 고위층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공모 여부도 1심 재판부에서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속인 김영희 변호사는 "재판부가 어떤 부분에 대해 심리가 필요한 지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 조심스러워 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1심 재판부에서도 이미 많은 증거자료와 진술 등을 토대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렸다"면서 "이번 사건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에게 현저히 낮은 값으로 전환사채를 배정하고,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공모를 바탕으로 그룹 지배권이 넘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도 1심이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밝히는데 주력해 왔다. 이를 위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비롯해 삼성 2인자로 알려진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수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재용씨 등 가족들에 대해선 서면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소환에 대해선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로 미뤘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건희 회장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수사팀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법원의 갑작스런 선고 연기 소식에 검찰쪽에서도 한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쪽 다른 관계자는 "재판부쪽에서 이재용씨 남매의 전환사채 인수과정에서의 구조본 박전무의 역할에 대해 별도의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 했으며, 선고가 연기되더라도 추후 이건희 회장의 조사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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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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