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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리지날의 성지 '울룰루'를 등반하고 있는 사람들
애버리지날의 성지 '울룰루'를 등반하고 있는 사람들 ⓒ 이종걸
호주의 심장인 울룰루에 다다르면, 저 높고 거대한 높이만 400여 미터에 달하는 바윗덩어리를 굳이 올라가고자 하는 이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여행책자에서 볼 때는 그냥 그렇거니 했는데, 실상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울룰루에서 가까이 위치한 애버리지날 아트센터에 들르면(일반적으로 먼저 들르는 코스이다) 제발 올라가지 말라는 문구가 여기저기에 명시되어 있다.

이유인즉슨 이곳 울룰루(영어식 표기로는 '에어즈 락')는 애버리지날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영혼이 이곳에서 창조되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모두 이 바위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한국식 개념으로 치면 조상들이 편히 쉬는 무덤 같은 곳이라고나 해야 할까. 물론 그들에게는 단순한 그런 개념보다는 훨씬 성스럽고 상위의 개념이겠지만.

그리고 실상 등반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다. 그다지 길지 않은 등반 역사 동안 35명의 관광객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하니 말이다.

@BRI@여하튼 그런 이유에서 이곳은 사진촬영도 상당히 제한적이고 바위에 근접하는 것 역시 제한적이다. 이를 위반할 시 호주달러 6000불에 달하는 페날티가 부과된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누군가가 우리 선조들의 무덤이나 유물이 높고 거대하다고 해서(물론 이 바위를 그들이 만들어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에 가서 정복감을 만끽하고 방방 뛴다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 듯하다.

그래서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인이던 우리 투어팀은 모두 등반을 포기하기로 했다.

문화의 차이를 무시하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삼으려는 (꼭 그런 사람들만이 등반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긴 하지만) 등반객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원주민들의 성지를 짓밟고 내려온 기분이 어떻소. 만물이 다 엎드려 절 하는 것 같으니 좋았소?'

아직도 애버리지날에게 신성한 곳이니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왜 애버리지날도 아닌 니가 그런 것을 신경쓰냐"고 말했던 일본인 친구 사토시에게 논리정연하게 따지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 호주 '울룰루'에는 지난 2006년 9월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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