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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나눈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신년대담'으로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자본과 정보, 그리고 노동력의 이동이 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보더리스' 시대는 지역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지역 자체가 경쟁의 단위가 되는 것이다. 한편, 민주화의 진행은 '수직'보다는 '수평'을 사회 통합의 원리로 제시한다. 이 점에서, 지역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신년 벽두,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의 수장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다년간 시민사회와 지역운동의 결합을 고민해 온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만났다. -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왼쪽)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오른쪽)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로컬 이즈 센트럴, 로컬 이즈 뷰티풀

"지역이 경쟁의 단위가 되고 있다"

이른바 세계화는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기획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것은 외부의 충격이자 주어진 조건이다. 세계화는 두 가지 점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국가의 보호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부문의 성장동력이었던 국가의 보호가 약화되면, 그나마 있던 약자에 대한 배려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경쟁력 없는 부문의 몰락이 예상된다.

둘째, 경쟁력 없는 부문의 몰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직적 통치'와는 전혀 다른, 즉 '수평적 협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로 정립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참여정부와 시민 및 지역의 이니셔티브를 조직하려 애써 온 시민사회의 고민이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만남은, 불가피하게도 '쌍방향'이 되어야 할 것인 바, 그것은 중앙과 지역, 행정과 주민의 통합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 개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부터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이끌어 오고 있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역이 시간이 갈수록 경쟁의 단위가 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지역과 중앙이 공동의 협력체가 되어 국제적인 경쟁과 개방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페더레이션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대해, 다년간 시민사회운동을 이끌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참여정부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제도의 문제나, 특히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그렇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한계를 지적한다.

▲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성경륭 위원장 "지역은 기본적으로 생활의 단위이자 삶의 단위인데, 이것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경쟁의 단위가 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본래 지역이 있고 국가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국가조직이 생기면서부터 '경계'가 생기고 '경계' 안의 국가가 중요해진 것인데, 지금은 이른바 '보더리스'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국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고, 지역이 더 부각되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이 흐름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자본이나 노동이나 기술, 정보, 이런 것들이 모두 '유동화' 되기 때문에, 지역에 생산요소가 많이 집결되느냐, 결국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에 따라 흥한 지역이 있고 아주 쇠퇴하는 지역이 미국과 유럽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역시 부상하는 지역과 어려운 지역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산업을 키우는' 정책으로 가는 것입니다. 큰 흐름으로서 기본 인식은 이렇습니다.

국가는 존재하고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국가에 가려서 국가의 지배를 받아서 전혀 독자적으로 중심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지역들이 주역이 되는 그런 시대로 갑니다. 정부는 지역들을 도와주고 길을 열어주고 다투면 조정을 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이 지역들이 세계적인 흐름 속에 노출이 돼 있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내 지역간의 경쟁, 해외 지역간의 경쟁 속에 노출이 됩니다. 지금은 지역이나 정부나 따로 놀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지역 내에서 서로 결합이 되고 지역 내에서 수평적 협력관계, 결합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공동운명체로서 특징을 갖고 있고, 지역 내부의 매력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공동의 협력체가 돼야 하고, 국제적인 경쟁, 개방 압박에 대응하는 것도 공동의 생존단위, 공동의 협력체 혹은 페더레이션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방은 중앙의 지배 대상이고, 또 지방이 별 매력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서울로 향해 떠나기 위해 잠시 스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저는 요즘 '로컬 이즈 센트럴', '로컬 이즈 굳'이라고, 우리의 사고방식부터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박원순 상임이사 "저 역시 지역과 국가의 개념이 굉장히 바뀌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로컬 투 로컬'이라는 말도 있고, 요새는 '피플 투 피플'이라는 말까지 쓰면서, 과거의 국가라는 중앙중심성이 상당히 무너지는 만큼 지역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어서, 저는 싱가폴만이 '시티스테이트'가 아니라 한국이, 특히 서울이 '시티스테이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건강한 변경들이 활력과 혁신을 통해서 중앙의 퇴행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혁신해서 전체 균형을 맞추고 변화와 발전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이런 힘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하기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번 참여정부 들어서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에 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든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성 위원장님 중심으로 많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전의 다른 정권과 차별이 되는, 굉장히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는 과연 얼마나 효과라고 그럴까요? 변화가 있었는지, 이게 하루아침에 당장에 이루어질 변화는 아니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정책이 근본적으로 작동이 됐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위원장님께서 지역더러 서울을 쳐다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지자체 장들이 전부 중앙정당에 의해 공천이 되고 있잖아요. 그 다음에 지방 재정자립도가 평균 56%라고 했나요? 이런 상황 속에서 지자체 장이 뭔가 해 보려면 중앙에 와서 구걸을 안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구조적으로 돼 있는 거죠.

이런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 다시 말해 교육이나 일자리 창출, 문화 등을 창의적으로 끌고나갈 리더들의 양성 같은 많은 중요한 과제들이 사실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그렇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 합니다.

특히, 저는 우리 중앙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지금 지역 활성화사업에 투자되는 것보다 이른바 '토건국가'라고 하는 것처럼 하드웨어 만드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초기에 인프라가 필요하던 시절에는 중요했겠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곳에 나가고 있어요. 이것이 결국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시민과 주민들의 어깨 위에 부담으로 가는 재정적자로 이어질 게 많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성경륭 위원장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실제로 참여정부가 기획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지역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이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고, 박 소장께서 말씀하신 하드웨어 중심의 이른바 '토건국가론'이 제기하는 문제들, 이건 토론이 좀 필요한데,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우리도 참 딜레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내부의 주체들과 횡적인 지역 내부의 협력체계를 만든다기보다는 수직적으로 위를 바라보고 위에 로비하고 더 많은 자원을 따오려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하면 외부의존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지역 내에서 지역혁신 쪽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외부의존전략으로 했으나 이제는 도저히 길이 없으니, 참여정부는 내부 발전역량을 키워서 지역혁신전략으로 가자는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금 지역혁신협의회가 구성돼 있는데, 우리는 방향만 제시하고 구성 등에는 일절 개입을 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새마을운동 같은 것을 할 때 모두 '탑-다운'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맨날 불러다 큰 체육관 대회 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고 봤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자발적으로 독자적으로 하도록 우리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쉽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을 혁신하고 내부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가야 된다고 했는데, 이 그룹들이 거꾸로 중앙정부에 로비하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든가 지역혁신협의회, 지역혁신리더라고 하는 분들과 정부 사이에 서로 '코드'가 엇박자가 나는 겁니다. 정부는 지역혁신 내부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외부연계, 외부의 링키지를 활용해서 자원을 끌어오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안 맞습니다.

특히, 민선 단체장들의 기본적인 사고나 태도나 오리엔테이션이, 이건 잘잘못을 따지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특징을 보게 되면 이 분들이 여전히 외부의존적인 전략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고 4년 단위로 선거를 하니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요.

"하드웨어 역시 정책의 일환"

우리가 창원 등 7개 지역의 기존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화하고 있는데, 클러스터란 이런 겁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간촌이나 이런 클러스터들은 대개 연구개발 기능을 하는 대학이 있고 생산 기능을 하는 기업들이 한 공간에 아주 밀접하게 결합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R&D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그 다음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도 양성해서 제공해 주고 굉장히 서로 상호작용이 많고 그 연구개발 결과가 바로 제품화, 사업화가 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화과정에 전국 곳곳에 공단을 만들었는데, 그 공단에는 'R&D' 기능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완전히 단순 제조·조립하고 있고, 연구개발은 모조리 대덕에 모아놨어요.

이것을 결합해야 합니다. 그 결합을 위해 클러스터 정책을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맞다고 맞장구 치고 잘해 보자고 지자체가 달려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어요. 진짜 큰일인데, 왜 그러냐? 우리는 지역혁신전략으로 접근하려 하고, 지자체는 여전히 외부의존전략이고 4년마다 성과 내려고 한다 말입니다. 여기에 중대한 오리엔테이션 인식상의 격차가 있습니다. 이것이 과거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인식을 재생산하고 장기화시키는 그런 작용을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토론을 통해서 하려 하는데, 우리가 1년에 연 20만명이 참여하는 지역혁신박람회를 하지만, 이것은 동원형이 아닙니다. 잘한 사례는 이렇게 잘했다, 이것을 서로 보여주고 상호교육이 되게 하고, 이렇게 합니다. 과거처럼, '야! 임마, 너 고쳐! 차렷! 열중쉬엇!'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도 숙제인 게 이 태도를 어떻게 고치고, 바꿀 것인가 하는 데 있어서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어떤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서 성공사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서, '굿 이그잼플'이 압도하는 그런 시기가 올 때까지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토건국가 문제는 우리가 하는 거는 하드웨어적인 사업도 있고 소프트웨어, 브레인웨어 사업, 세 종류의 사업이 다 있는데, 밖에 알려지기는 하드웨어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예를 들면 행정수도를 건설한다고 연기·공주에 큰 행정도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가 관리하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이렇게 돼 있는데 겉으로 보면 이건 토건사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질문하면 참여정부가 왜 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가? 행정수도를 왜 이전하려고 했던가?

우리가 미국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오십개 주가 있는데, 모두 경제중심도시하고 정치행정중심도시하고 분리가 돼 있습니다. 세 개 주만 경제하고 행정이 결합돼 있습니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하나가 독점하면 안 된다. 대개 분권형 국가는 그렇게 합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는, 큰 도시가 20만, 30만, 40만이지 100만 되는 도시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중앙집권형 국가인 프랑스나 영국, 일본, 한국, 이런 나라는 이유 없이 수도가 엄청나게 큽니다. 독식해버려요. 그 중에서 심각한 사례가 한국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도저히 지방을 어떻게 키울 길이 없으니 매우 인위적이고 과격하지만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한 것이고, 중앙부처 외에 산하 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에 집중이 돼 있는 것을 175개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전하는데 가지 않으려고 하니까, 우리가 '작은 소규모 도시를 만들어줄 테니 옮기시오'해서, 진행되는 게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의 토건사업인데, 우리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토건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수도권의 문제를 풀고 지방의 자생력을 살려주기 위한 사업이니까요.

그외 나머지 모든 사업은 우리가 저기 지도를 보시면 좌측의 붉은색 벨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사는 상위 70개 시군구이고, 녹색 벨트가 가장 못 사는 70개 시군입니다. 녹색쪽은 거의 산악지역이고 인구가 대개 다 빠져 나가고. 붉은색 밸트는 더 활성화되고, 거기가 수도권 중심으로 가고 있습니다.

녹색지대를 살리기 위한 사업이 신활력사업인데, 신활력사업은 철저하게 소프트웨어, 또는 브레인웨어로, 사람들 의식을 바꾸고 새로운 대안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소프트사업인데, 밖으로 많이 드러난 게 혁신도시다 해서 하드웨어적인 것만 강조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적인 것 역시 근원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수도권 집중구조를 어떻게든 해소를 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박원순 상임이사 "참여정부나 우리 균형발전위원회의 역할이 굉장히 컸고, 특히 과거의 개발주의 시대를 극복하는 노력을 하고 계시고, 아마 지금 당장 다 효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내발적 발전이 안 되면 조건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발적 발전을 담당할 주체가 없고, 객관적인 조건이 힘든 상황에서, 지자체 장이나 지역의 리더들이 외부 지원이나 힘을 빌리기 위해 로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니냐 싶고요. 예를 들면, 지역에서 도시로, 작은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서울로 오는 이유는, 우선 교육 문제가 첫 번째 있는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일자리, 소득의 문제, 세 번째로 문화, 예술의 소외,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일자리를 먼저 보면, 귀농을 한 사람조차도, 제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 해 보면, 귀농을 했지만 농사 수입만으로는 살기 힘드니까 예를 들어서 부인이나 또는 보조수입으로 한두 시간 걸리는 도시로 가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런 상황이 문제입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의 증대라고 하는 것이, 저는 거기에 공장을 유치한다든지 이렇게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안에 소득 창출이 가능한 아이디어와 정책, 노력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지역에 남게 하려고 해도 남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 교육 문제만 해도, 예컨대 순창 같은 경우에는 군이 일종의 사설학원을 만들었어요. 순창의숙인가라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군에서 저녁 되면 실어다 광주에 있는 유명한 사설학원의 강사를 모셔다가 강의를 시켜서 좋은 대학 갈 수 있다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작년에 거기 인구가 조금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참 슬픈 현실인 거죠. 공교육이 다 죽어버린 상황에서. 그런데 저는 교육이 가망이 없냐? 사실 없는 것 아니거든요.

몇 개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아주 잘 짜니까 도시에 아이들이 막 몰려오는 거예요. 문제는 그런 학교 교육을,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을 잘 만들고자 하는 그런 의지가 있는 선생님들이 한 곳에 모여서 그런 실험을 할 수가 없어요. 근본적으로. 그 다음에 그 분이 5년이 지나면 그 곳을 떠나야 해요. 교육법상 그렇게 돼 있단 말이에요. 이런 제도적인 것을 해소한다든지. 저는 공교육 중에 의지가 있는 분들이 뭔가 자기들이 실험하고 이렇게 하게 해 드리면 교육은 부분적으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모델들이 확산이 되고 그럴 수 있는데 이런 제도적인 것이 전혀 없는, 전혀 배려되지 않는 상태인 거죠.

그 다음에 문화예술 같은 경우도 저는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를 아무리 만들어도, 그 지역에 공공기관들이 많이 가서 억지로 살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그러면 가족들이 거기 가서 살겠냐, 이사를 가겠냐? 교육 문제가 해결이 되고 그 어떤 나머지 가족들의 경제활동이라든지 문화예술이라든지 이런 소외가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창의와 혁신이 침투할 수 있어야"

혁신도시 대신에 예술의 마을이라든지 또는 우리 유홍준 청장이 말씀하셨듯이 5도2촌. 이런 말을 쓰잖아요.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이라도 가서 살 만한. 그런 곳에 가서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이런 교육 문제, 일자리 문제. 문화적인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이 되면 되지 않을까. 저는 거대한 프로젝트보다는 작은 프로젝트들이 살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 시민사회라든지 교육의 영역이라든지 일종의 종합적인 처방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희 희망제작소에서 지방공무원들 교육을 한번 시켰거든요. 그런데 보면 거기에 엄청난 빈 틈새가 있다는 걸 발견을 했는데, 아까 성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중앙정부 정책의 애로가 있는 것은 지역 리더들의, 특히 공무원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아무튼 이 분들의 의식 속에 창의와 혁신이 침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요.

뉴욕타임즈를 봤더니, 큰 도시가 발전을 하면서 인근 근교의 난개발과 무질서라는 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종의 '근교학'이라는 학문이 생긴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 지역을 다녀 보면, 예를 들어 부산이 막 발전을 하면서 양산이나 김해 저런 지역에 공장이 마구 아무 곳이나 이전되고 하면서 난개발되고 무질서가 형성이 되는데 이것을 다시 정비하려면, 엄청난 돈과 저항과 몇 곱절의 비용이 들어가는 거란 말입니다. 이런 게 다 개발과 발전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치밀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결국, 이걸 다시 시작하는 데에는 다음 세대에 엄청난 책임이 된다 말입니다.

이 정부 하에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와 정책은 훌륭했지만, 지방 도시의 발전과 농촌의 부흥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 정책과 조치만으로는 굉장히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지 않았나, 이런 생각들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었습니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성경륭 위원장 "지금 제기하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과 농촌의 양 부피, 덩치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 정부 임기 내에는 문제제기를 하고, 중요한 것을 푸는 초기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직도 해결하고 바로잡고 개선하고 해야 될 게 엄청나게 많다고 봐야죠.

그런 면에서 보면, 이것은 앞으로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는 일이고,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지역이 63개 지역인데, 이런 초고령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정부 행정이 '맞춤 양복' 비슷하게 똑 같이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데요. 소위 6대 생활서비스. 교육/주택/의료/복지/문화 등 해서 6대 생활영역별로 DB를 만들고 들쭉날쭉한 지역마다 따로 구분을 해서 재정지원을 할 때도 똑 같이 하는 게 아니고, 여기는 노인이면 노인복지를 위한 사업을 더 하고, 여기는 교육쪽에 치중하고, 이런 식으로 차별화 하고 맞춤형으로 그렇게 가려는 하는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정부도 처음에 주력한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을 지방에 분산하는 정책에 집중했고, 지역에 산업을 키우는 쪽에 집중했고요. 최근에 와서는 조금 전에 제기하신 교육이다 문화 등등 이런 쪽에 초점이 가 있는데, 그러나 이런 것은 다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최근에 주5일근무제가 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농촌으로 가는 '5도2촌', 이 용어는 우리 위원회가 개발한 것인데, 홍보가 좀 된 셈인가요? 우리가 5도2촌을 제안하니까 대통령께서는 '2도5촌'을 또 제안하시는데, 5도2촌은 도시의 거주자가 주말을 이용해 농촌으로 가는 것을 말하고, 2도5촌은 은퇴자가 지방에 살면서 이런저런 생활상의 어떤 필요나 사람을 만나거나 문화적인 이런 것을 위해 주말이나 적절한 간격으로 도시를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뜻인데요. 어쨌든 주말을 이용하거나 은퇴 이후에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이동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도시화율이 세계 수준입니다. 90%가 넘는데, 제가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나라만큼 도시화가 진행된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독보적입니다. 고령화 속도도 최고.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고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속도도 최고. 도시화 속도도 최고. 우리가 볼 때는 이제 서서히 반대 방향으로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것을 위해 몇 가지 사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은 이렇습니다. 지금 농촌이 많이 어려운데 조사를 해 보면 농촌 사람들이 자기 생활상의 필요를 충족하는 1차기지라고 할까요, 이 1차기지가 읍과 면입니다. 2차기지는 인근의 중소도시예요. 3차기지가 대도시. 예를 들어 대전이라든지 대구라든지.

현재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중소도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중소도시가 배후의 농촌과 산촌을 지원하는, 예를 들어 의료라든지 문화라든지 소비라든지 이런 쪽의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올해 시범사업을 몇 개 합니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농촌, 산촌으로 돌아오는 '플로우'를 형성해서, 다음에는 읍, 면과 중소도시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현재 여러 정책들이 개발되고 올해 1차 시범사업을 합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정부 투자도 하드웨어 중심이던 것에서 우리가 만든 DB 6대 서비스 생활상의 도움을 주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고려하고 있느냐 하면, 건강의 문제와 관련해서 인근 중소도시에 거점병원들을 종합병원을 지정해서 농촌을 섹터별로 나눠서 거점병원들이 일정한 섹터를 커버하도록 하고, 이론적으로 모든 주민들을 종합검진을 받게 하고, 이것을 DB화 합니다. 개인의 건강정보가 DB화되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일정한 시격을 두고 오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계속 하고.

이렇게 하면 농촌에 있지만 건강 때문에 불편하고 처치가 늦는 것은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버튼 하나 누르면 자원봉사단에 연락이 되고 긴급조치를 취하고 바로 헬기가 뜨는, 적어도 농촌에 살기 때문에 의료상의 위기에 봉착해서 목숨을 잃거나 하지 않도록 적어도 인식상의 준비는 여기까지 가 있고요.

교육이 이제 문제인데 저는 교육에 대해서 걱정이 많지만 다르게 보면 우리가 기준을 바꾸면 지방에 교육을 훨씬 잘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저는 기준을 바꾸면 그런 정말 질 높은 교육이 지방에서 되고 있는데 이건 정책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더 찾아서 여건을 만들자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이 많이 들어서 그동안 준비가 늦어진 셈인데, 적어도 우리가 그것을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가고 있습니다. 올 초반에 DB가 상당히 진척이 돼 지역을 일일이 분석해서 재원 배분을 지역별로 차별화 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방향은 바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 지원이 사태 악화시킬 수도"

박원순 상임이사 "아마 위원장님 업무 관장 범위를 벗어나는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정부 지원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일들도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이후에도 발표한 게 100조원이 넘게 투자계획 같은 게 서 있는 상황인데, 그런 예산이 현장에 가서 제대로 안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정보화마을, 정보화사업이라고 해서, 그 마을에 컴퓨터 할 줄 아는 사람은 17명인데 컴퓨터가 무조건 30대 온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들이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거는 될 수 없고, 다만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조건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하자면 그런 조건이 안 돼 있는 곳에 붓는다는 거죠.

농업 문제만 하더라도, 요새 이른바 6차산업이라고 해서, 가공과 마케팅이 함께 가는 추세인데. 결국은 농민이 바로 서려면 굉장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산업적으로 되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현실에서 농협 같은 쪽이 그렇게 잘 못한단 말입니다.

그 다음에 예컨대 그렇게 내려간 많은 돈들이 아까 소프트웨어에 쓰라고 특별히 내려보내주신 돈이 실제로 그렇게 쓰이지 않는다든지, 과거에는 하드웨어 만들거나 길 내거나 주로 이런 쪽에 쓰였던 것이고, 지금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쓰는 예산 말고 건교부라든지 이런 데서 쓰는 예산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게 결국 정부의 책임으로 저는 간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데, 21세기 지금 우리의 사회 발전 단계로 보면 좀더 문화적이고 생태적이고 좀더 지식중심적이고, 말하자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우리 정부 부처 자체가 과거 개발시대에 그 패러다임에 맞게 구성돼 있고, 지속되고 있다는 거죠. 건교부가 있고, 수자원공사가 있고, 농업공사가 있고, 이런 기관이 있는 한 계속 그 쪽의 밥벌이를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거기에 정책을 펴고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거예요.

아무튼 저는 정부의 근본부터 혁신이 돼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의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되지 않으므로써 반복되는 이런 문제들이 엄청난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건 균형발전위원회의 범주를 뛰어넘는 이야기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최고 중앙정부에서부터 시작해서 지방정부까지,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일반 주민들의 인식조차도 우리 시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식을, 그런 컨셉을 갖고 있되, 과거에 정치인이 다리 하나 더 놓도록 예산 끌어오는 거 박수 치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인데, 참여정부에서 아쉬운 것은 이런 큰 인식상의 전환과 제도상 기구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온 국민에 호소하는, 저는 그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대 초광역 경제권이 목표"

성경륭 위원장 "지금 말씀 하신 것은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조금이 갖고 있는 독소적 요소가 있습니다.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는데. 처음에 어떤 사업을 할 때에는 그 사업을, 예를 들어 '신활력사업'을 할 때 보조금을 20~30억원 주는데, 이것은 지방의 다른 사업에 비하면 큰 사업은 아닙니다.

큰 자금은 아닌데 왜 돈을 주느냐? 이것 가지고 당신들 교육도 하고, 회의도 하고, 학습도 하고,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리딩프로젝트를 하나씩 해 보라는, 그런 긍정적인 취지로 주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조금 따는 데 계획서를 딱 맞춰 가지고 보조금 따는 의존성이 생기는 거죠. 가장 극심한 부분이 농업 부분이고 그외에도 많습니다.

지금 박 소장께서 지적하신 대로 이것을 '종합청소'를 해서 정리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그런 문제제기도 나올 수 있고, 정부의 기능이 뭐냐, 정부가 뭘 지향해야 되는냐 하는, 정부의 규모 구조 등등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다만 지금 상황에서 참여정부 임기 내에서 이 문제를 소화하기는 거의 어려운 것 같습니다. 워낙 시간이 짧고 나름대로는 정부 혁신한다 하고, 또 우리가 관여하는 영역에서는 다르게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역시 보조금사업 같은 것도 많이 들어 있고. 보조금이 독소적으로 안 되도록 계속 교육시키고 학습하게 하고 평가하고 그 다음에 문제가 있는 곳은 과감하게 자르고 우리 나름으로는 그런 방식으로는 합니다만, 그러나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문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보조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농촌의 경우에는 자연부락 마을 단위가 어떤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지역 만들기 사업이 되든지 지역혁신사업이 되든지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너무 젊은 사람이 나가고 고령화돼 있고 해서 이걸 어느 단위로 잡아야 되는가, 우리도 고민하고 있고요. 아마 읍면동 단위에서 어떤 자생적 내부체계가 시스템 자체가 만들어 져야 되지 않을까, 주로 그것은 마을을 지키고 마을에 어려운 사람을 스스로 챙기고 그런 단위는 읍면동 단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 다음에 지역혁신이라는 접근을 한다면 그것은 시군 단위까지 돼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많이 고민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자생력을 갖춘 단위가 뭘까? 지금 분권을 하고 싶어도 분권을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방이 어려운데, 자생력을 못 갖고 중앙에 손 내미는 이유가 재정자립도가 대개 20~30%이기 때문인데, 이 상태에서 분권을 해놓으면 큰 문제가 생기거든요. 지역 경제력이 없는데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시키면 빈익빈 부익부가 철저하게 생기고 지방은 더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자생력을 가지는 경제 단위가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하나로 잡으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중부권, 서남권, 동남권, 영남, 범영남을 다 합쳐서 우리가 이런 단위를 초광역경제권이라고 부릅니다. 이 초광역경제권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되지 않겠나. 그래야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니게 되고. 우리가 SOC 같은 경우도 동네별로 쪼개서 가고 있는데 쪼개서 갈 것도 있고 크게 갈 것도 있고.

산업면에서도 동네의 지역의 작은 향토산업이 있는가 하면 큰 자동차산업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나 조선은 행정 단위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울산의 자동차산업을 보더라도, 납품회사들이 대구, 경북, 부산, 경남까지 펼쳐져 있기 때문에 그래서 좀 큰 단위의, 국제경쟁력까지 감안한 단위로 우리는 초광역경제권까지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결론을 말씀을 드리면 결국에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의 자생적 기반을 만들고 경쟁력도 키워야 합니다. 저는, 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경제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4대 초광역경제권으로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고. 그 안에 행정단위들이 많습니다. 시도라는 것도 있고, 시군구도 있고, 마을까지 이렇게 돼 있는데 생활에 관련된 부분은 아무래도 읍-면-동에서 커버할 문제가 있고, 아무래도 생활의 문제는 낮은 단계로 내려 가야 된다고 보는 것이죠.

경제 부분은 좀 큰 단위로 봐야 된다고 보고 있는데 그래서 한 4개 정도의 강력한 경제권을 갖추는 것이 균형발전정책이 지향하는 큰 목표 중의 하나라 볼 수 있고요. 이것이 대략 우리가 추구하는 큰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박원순 상임이사 "지역 경제도 물론 성 위원장님 말씀처럼 그런 것이 되면 좋은데 사실은 그런 것들이 지역에 대기업들이 유치되거나 만들어지면 그게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향토기업으로 자라나지 않고 오히려 서울에 재벌의 무슨 회사가 되거나 또는 작은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니까, 그러면 본사는 서울에 있고 지역경제가 오히려 종속되는 결과가 온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대한 프로젝트보다 오히려 지역의 경제가 스스로 활력을 가질 수 있는 어떤 노력들, 그런 게 클러스터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클러스터만 하더라도 너무나 큰 프로젝트라고 봅니다. 제가 일본의 니이가타시를 가 본 적 있는데 거기는 1만명을 고용한 한 개 기업을 유치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1명을 고용한 기업 1만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노력하는 것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대형 유통마트가 들어오면 지역에 3천개의 자영업이 사라지는 이런 상황이거든요. 점점 지역경제는 생존의 기반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물론 그것은 세계화의 전반적인 영향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지방정부를 포함한 지역 리더들의 노력, 창의성, 실험 이런 것들이 많이 격려되고 지원되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희 희망제작소는 금년에 소기업이라고 해서, 사실 우리나라에는 소기업 정책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예컨대 주부나 은퇴자나 청년들이 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그것이 전국화되고, 이렇게 될 수 있는 여지들이 생겨야 하는데요. 우리는 그것이 없는 상태거든요.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 정책 아니면 중기업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기업에 대해서는 굉장히 게을리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누구나 음식점이나 자영업 편한 것을 합니다. 생태적인 뭔가를 실험하는 작은 가게라든지,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가게라든지, 이런 게 들어설 여지가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민간과 정부가 어떤 협력적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뭔가 힘이 생기지 않을까,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성경륭 위원장 "지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주류 언론들이 참여정부가 균형발전 한다고 지방에 온 난리를 쳐서 그 보상비가 서울로 와서, 그것이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데요, 참 기가 막힌 주장입니다. 근거 없는 주장이 마치 '흉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것인데, 실상은 이렇습니다.

지난 한해 수도권 지역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거래 규모가 330조원 규모입니다. 정부가 토지보상, 보상에는 신도시 관련 보상도 있고, 국방 관련한 보상도 있고, 도로 관련한 보상도 있고 그런데, 이게 지난해 20조원, 그전에는 15조원쯤 됐습니다. 이 가운데 순전히 균형발전을 목표로 해서 진행된 보상은 연기공주 행정도시 보상비 2조9천억원입니다. 혁신도시는 아직 보상이 안 됐습니다. 올해 보상이 됩니다.

자, 그러면 그 사람들 말대로 균형발전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보상은 3조원인데, 이 돈이 몽땅 왔다고 해도 수도권 부동산 거래 규모의 1%도 안 되는 돈이에요. 어느 신문 기자가 조사를 했습니다. 서초구, 강남구에 지난 11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이루어진 모든 거래를 조사를 해보니까,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가 91%, 충청권에서 온 것은 10건 이내예요. 강남구도 수도권 거래가 91%, 충청권은 7~8건밖에 안 돼요. 그러니 얼마나 근거 없는 주장이 돌아다니는가 알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부동산 투기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도,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지방이 쇠퇴하고 지방 사람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데, 우리가 지금 이것을 풀기 위한 여러 정책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보상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 덩치가 얼마나 됩니까. 그것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결국,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 정책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하지 않으면 문제가 계속 남으니까요."

"파트너십, 더 고민해야"

박원순 상임이사 "부동산 문제 물론 수도권이 제일 심각하지만 이게 전국으로 확산돼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서남해안 프로젝트니 뭐니 해서, 곳곳에 이런 것들이 전반적인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지역마다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다 뉴타운 프로젝트 같은 게 서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심지어는 아까 언급하신 대구 삼덕동의 사례도요. 마을 만들기를 한 십여년에 걸쳐서 가꾸고 다듬어서 너무 잘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지금 재개발에 딱 걸려서 싸우고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기기 힘들 거라고 보는 거예요. 말하자면, 아무리 마을 가꾸기 노력을 해도, 이런 부동산 투기라든지 개발의 열풍 속에서는 당해낼 도리가 없는 상황, 그러니까 작은 노력들이 수포가 되는 이런 상황들이 심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저는 정부에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 시민사회도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서울에 중심에 둔 단체들이 주로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 높이는 일들만 해 왔지 지역에 가서 뿌리를 박고. 지역을 현장으로 해서 평생을 바쳐 일하는 이런 노력들이 사실 부족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컨대 KYC라는 단체에서는 '청년들이여, 고향에 가서 시장이 되라', 이런 구호가 있었는데, 저는 참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로 KYC 천안지부 같은 곳에서는 지역밀착적인 운동을 한 10여년 하니까 자연히 그 리더가 지역의 리더가 됐잖아요. 이번에 시의원이 됐더라고요. 부산 반송동에 가면 '반송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이 의사 출신인데 한나라당이 완전히 다 휩쓴 동네에서 이 분이 1등으로 당선이 됐거든요. 이런 사례들이 있는데, 아직은 너무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고요.

그 다음에 아까 주민과 지역 리더, 지방공무원에 대한 평생교육적 차원에서의 교육도 굉장히 아쉬운 게 아닌가, 오히려 이런 데 많은 돈이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독일에 가 보니까 독일의 평생교육을 하는 아데나워니 에베르트재단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정치적 의식을 강화시키는 교육에 잘 안 오니까, 그 대신 굉장히 좋은 곳에 교육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시민단체들이 서울에서 회의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잘 안 오는데요. 제주도에서 하면 다 갑니다. 거기 가면 즐거우니까. 이런 것에 오히려 투자를 하면 어떨까. 저는 사람들을 키우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농촌 문제만 해도, 농촌이 절대 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농민들은 완전히 분산고립돼 있거든요. 농협이 그 역할을 안 해주죠. 도시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 가서 어떤 역에 내려서 제일 큰 건물 찾으면 그건 생협 건물입니다. 우리나라는 백화점이잖아요. 우리는 농촌 농민과 도시의 소비자들이 다 고립화돼 있는 거죠. 이걸 조직화 하는 사회의 얼개를 짜는, 크게 보면 시민사회의 일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이런 데 좀더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책, 유인책을 폈더라면 조금 더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파트너십이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고민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성경륭 위원장 "시민사회가 중시하고 풀려 했던 문제가 있고, 정부가 풀려 했던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은 굉장히 큰 문제와 씨름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매크로'한 조건을 만드는 데 치중을 했고요. 지금 박 소장님이나 NGO 차원에서 주민들의 실생활과 근접한 문제들에 초점을 두고 접근을 하셨기 때문에, 정부와 다루는 문제가 지금까지 약간 달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제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생활 서비스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 도시로 떠났던 주민들이 농촌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여건을 만드는 문제, 주민들의 일자리와 관련이 되는 문제들, 자녀 교육에 관한 문제들, 최근에 천착하고 있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 등은 이제 많이 근접해지는 겁니다.

거의 공동의 영역으로 지금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영역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죠. 시민사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고, 비판 견제하는 측면도 있고, 동시에 일종의 파트너로서 공동의 일종의 '코프로덕션'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는 바로 이 영역에 도달했다, 이렇게 생각이 되고, 앞으로 같이 고민하고 풀어야 될 과제가 굉장히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같이 할 일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공동의 과제로 생각해놓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국가균형 발전위원회 소개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헌법 123조 2항)

참여정부는 전국을 개성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신정책, 균형정책, 산업정책, 공간정책, 질적 발전정책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왜곡된 공간적·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이 내재적 발전을 추구하여 자립적인 지역성장을 스스로 견인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을 추진하는 기본적인 철학과 원리는 혁신주도형·창조형 발전, 다핵분산형 발전, 질적 발전이다.

희망제작소 소개

희망제작소는 종합적 민간싱크탱크를 표방하며 2006년 3월 27일 출범한 연구소이다. 시민사회의 확장과 독립성, 실사구시, 대안, 참여, 현장을 모토로 하여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 여론 형성 및 켐페인, 대안제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현장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여 국제적 의제, 국가적 의제, 지역적 의제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정책 또는 여론형성으로 유도하는 사회창안센터, 국가적 의제를 다루는 대안센터, 지역적 의제를 다루는 뿌리센터, 문화의 지평을 새로운 각도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공공문화센터, 그리고 세상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지혜창고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희망제작소의 연구 과제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설 연구기관으로 조례연구소, 자치재정연구소, 간판문화연구소, 한강연구소, 세계공원연구소, 도시공간연구소 등을 운영하거나 운영하기 위한 계획에 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 사회의 구체적 현장에 기반을 둔 연구 및 사업의 전개로 기존의 기업연구소나 국책연구소 또는 대학 연구소와는 확연한 차별성을 갖는 새로운 연구소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안적 가치와 실현가능한 정책의 제시로 싱크탱크의 획기적인 지평을 열 것을 지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담 정리 : 르 몽드 코리아 편집부


#균형발전#국가균형발전#박원순#성경륭#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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