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이 사준 왕갈비를 굽고 있는 중
아들이 사준 왕갈비를 굽고 있는 중 ⓒ 정현순
"아들 오늘은 내가 왠지 고기가 먹고 싶다. 엄마 고기 좀 사줘라."
"그래요. 누나하고 매형도 불러요. 내가 쏠게."

지난 토요일(13일)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나는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내가 직접 만든 고기 음식은 냄새를 실컷 맡아서인지 먹지 못한다. 그런 나도 가끔은 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만약 그날 먹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가면 며칠 있다가 몸살 기운이 돌곤 한다.

@BRI@내가 그런 말을 하자 남편이 "고기가 먹고 싶으면 나한테 사 달라고 하지, 왜 아들한테 사달래" 한다.

"응, 아들이 사주는 거 하고 남편이 사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당신도 아들이 사준 고기 좀 먹어봐."

내 말에 남편은 "글쎄 말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나도 아들이 사주는 고기 좀 먹어볼까" 하면서 갑자기 코를 벌렁벌렁하며 얼굴에는 싱글싱글 웃음이 번진다. 생각만 해도 좋은가보다.

난 딸아이한테 전화를 했고, 딸과 사위, 손자들이 왔다. 딸아이는 들어서자마자 내게 묻는다.

"엄마 뭐 좋은 일 있어?"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 내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깐 저 애가 너네도 부르라고 하더라. 지가 쏜다고. 핑계김에 신년회도 하면 되지."
"제 첫 월급 타서 선물 받았잖아."
"그건 그거고. 그런데 밥은 한 번도 안 샀잖아."
"어지간히 우려먹는다."
"왜 너 싫으니? 싫으면 먹지 말고."
"아이∼ 엄마는…. 좋지!"

딸 식구가 오기 전 남편은 얼마나 좋으면 동네 음식점이 몰려있는 곳을 한 바퀴 돌고 왔단다. 어디가 좋을까 하고.

딸 식구가 오자 우린 집을 나섰다. 아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킹크랩을 먹으러 가던지, 소 생 갈비를 먹으러 가던지, 어디로 갈까?"라고 묻는다.

그 말에 나는 "얘 그건 너무 비싸, 오늘은 그냥 돼지갈비도 하자"면서 우리 식구가 가끔 가는 돼지갈비 집으로 갔다.

한 사람 앞에 1인분씩 왕갈비를 5인분을 시키고 소주도 한 병 시켰다. 우선 소주 한 잔씩 잔에 따르고 건배를 했다. 아들아이가 직장에 들어 간지도 1년이 넘었다. 아들이 앞으로도 직장생활 잘하고 여자친구도 빨리 생기라고 건배를 했다.

두 번째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건배를 했다. 남편과 아이들도 오랜만에 먹는 거라면서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왕갈비를 2인분 더 시키고 남편은 호동이 갈비가 무슨 맛인지 맛을 봐야겠다면서 2인분을 더 시킨다.

"그걸 누가 다 먹게?"
"걱정 마. 오늘은 아들이 사준 거니깐 실컷 먹자."

그러더니 불고기 돌솥밥을 또 시켜먹는다. 난 남편이 고기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지. 아들이 사주는 거라 일부러 더 잘 먹는 건지도.' 아이들도 제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렇게 먹어도 남편은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몸무게의 변동이 없다. 아들은 그런 제 아빠가 좋았는지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드세요" 한다.

그날 저녁은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다니깐 정말 좋았다. 아들은 카운터에 가서 미리 계산을 한다. 난 아들한테 살짝 물었다.

"계산 많이 나왔니?"
"아니요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왔는데."
"십만 원 넘었니?"
"아니요 안 넘었어요."

집에 돌아온 남편도 "아들이 사 준 고기 정말 많이 먹었다"면서 "며칠 밥 안 먹어도 끄떡없을 것 같다"고 한다.

남편은 남달랐을 것 같다. 아직 '가장'이란 자리에서 어깨가 무거웠을 남편. 이젠 아들이 밥벌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가보다. 남편이 편안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