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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11일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자국의 노후한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의 위성 요격설을 최초로 보도한 미국의 항공우주전문 잡지 'Aviation Week and Space Technology'에 따르면, 중국은 시창 우주센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800km 상공에 있는 자국의 위성 파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보도를 확인하면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BRI@백악관의 국가안보 대변인은 "중국의 (위성 파괴 무기의) 개발과 실험은 우주를 민간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양국 사이의 협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비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일본 역시 중국의 요격 실험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대만은 "중국의 무기 개발은 양안간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밖에 한국, 호주, 영국 등도 중국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민간전문가들도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례로 하바드대 천문학 교수인 조나단 맥도웰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실험은 "우주 군비경쟁을 둘러싼 오랜 자제의 시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군비경쟁의 불을 당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위협론' 다시 기승부릴 듯

이처럼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설이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나온다. 첫째는 파괴된 위성 파편들이 다른 위성의 운행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위성 파괴시 약 30만개의 파편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수백개는 다른 위성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주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보다 구체적인 추정치를 내놓았다. 그는 파괴된 위성에서 10cm 안팎의 파편이 약 800개 정도 생겼으며, 이 정도 크기의 파편은 다른 위성에 치명상을 안겨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파괴된 위성 파편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큰 위협이 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러한 지적은 미국과 소련이 1980년 중반 이후 위성 파괴 실험의 중단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한가지 맥락은 '중국위협론'에서 나온다. 주지하듯이 미국과 일본 등은 중국위협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군사동맹 강화 및 자체적인 군비증강을 추구해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의 부상이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라며, '평화발전론'을 주창해왔다.

그런데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평화발전론'이 정치선전에 불과하고 중국의 패권주의적 야망을 거듭 보여주었다는 것이 미국과 일본의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더구나 중국이 사전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위성 파괴 실험을 실시한 것은 중국 군사전략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또 다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중국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1990년대 중반 대만해협을 향한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가장 도발적인 군사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을 계기로 '중국위협론'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이 강력 비판하고 나오자 중국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1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성 요격 실험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은 이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우주에서 군비경쟁을 벌일 의도가 없다는 기존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협상용인가, 군사용인가?

▲ 위성 격추용 무기 가상도.
ⓒ www.ndu.edu

만약 중국이 미사일로 위성 파괴 실험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특히 최근 중국이 미국과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중국의 의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우주전략을 의식해 러시아와 함께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국제제도 구축을 주창해온 나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외교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21세기에도 미국의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군사적 선점이 필요하다고 인식해온 부시 행정부는 자국의 우주정책을 국제적 통제 하에 두는 것을 극구 거부해왔다. 특히 위성 파괴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하자는 국제사회의 제안에 대해 "미국은 우주에서 행동의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패권적인 우주전략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1986년 미국의 실험 이후 20여년 만에 이뤄진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환기시켜 위성 파괴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을 거부해온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미국의 군사 패권전략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위성에 의존하고 있다. 정보, 통신, 항해뿐만 아니라, 정밀유도무기, 미사일방어체제(MD), 그리고 미국이 21세기 전쟁수행방식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삼고 있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군사전략의 핵심에는 위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미국이 21세기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중국을 삼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은 중국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의 군비증강이나 군사동맹 결성에 나설 경우, 경제성장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중국위협론'을 확대재생산시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걱정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최소한의 억제력은 유지·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위성을 십분활용해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한다면, 중국은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비대칭적인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힘의 열세를 상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미국의 MD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MD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의 미사일을 탐지·추적·식별할 수 있는 최첨단 위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미국의 MD 체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주 군비경쟁 가속화될 듯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두 가지 의도 모두 충족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이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에 당황해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체결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러한 태도 변화가 중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중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무력 시위의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한다면,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평화발전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 실시는 중국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미국의 대응 방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강경파들은 21세기도 자신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한 군사적인 선점과 경쟁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야망은 우주마저 군비경쟁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막대한 예산 지출에 대한 미국 내 반감 등으로 차질을 빚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강경파들은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을 계기로 한층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군비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질 기사: 심층분석-(하) 미국의 우주 패권전략은?


태그:#위성 격추, #위성 격추용 무기, #우주 군비경쟁, #우주 선점, #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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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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