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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중턱에 내 마음에 새기고 싶은 투명한 얼음 세상이 펼쳐져 있다.
무등산 중턱에 내 마음에 새기고 싶은 투명한 얼음 세상이 펼쳐져 있다. ⓒ 서종규
절벽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연결된 고드름들이 투명한 세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절벽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연결된 고드름들이 투명한 세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 서종규
무등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무등산에 고드름 절경이 있다는 말이 흘러다녔다. 높이 4∼5m에 길이가 거의 100여 미터에 이르는 고드름과 빙벽이 장관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으로 담아 와서 자랑하기도 하였다. 보고 온 사람마다 고드름이 대단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나는 무등산을 그렇게 많이 오르면서도 무등산 고드름 절경을 보지 못했다. 우선 어디에 그런 절경이 있는지 잘 몰랐다. 어디에 그런 절경이 있다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고드름 절경의 웅장함과 대단함만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무등산에 많이 올랐지만 그냥 놓치기 쉬운 곳에 그 절경이 있었다. 놓치기 쉬운 곳이 아니라 내가 다니지 않은 길에 그런 절경이 펼쳐진 것이다. 어디 서석대 중간이라거나 용추폭포라거나 시무지기폭포에 고드름 절경이 있었다면 금방 달려갔을 것이다.

무등산 고드름 절경은 높이 4-5m에 길이가 거의 100여 미터에 이르는 장관을 이룬다.
무등산 고드름 절경은 높이 4-5m에 길이가 거의 100여 미터에 이르는 장관을 이룬다. ⓒ 서종규
@BRI@지난 20일(토) 오후 1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7명이 그 고드름 절경을 보려고 광주광역시 지산유원지에서 출발하였다. 지산유원지에서 깨재를 지나 전망대 옆으로 돌아가는 산길이다. 여기서 바람재까지 이르는 길은 무등산을 오르는 가장 정겨운 능선이다.

무등산에 뚫려 있는 도로는 산수동에서 4수원지, 충효동을 지나 무등산장이라는 원효사 지구에 도착하여, 다시 바람재를 지나 토끼봉까지 가다가 끊긴 도로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원효사 입구에서 정상인 천황봉까지 놓은 도로가 있다. 바람재를 지나 토끼봉까지 가는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되어 있고, 천황봉까지 가는 도로는 비포장도로이다.

원효사 지구에서 늦재를 지나 천황봉에 이르는 길은 군사도로이다. 천황봉에 주둔해 있는 군부대로 통하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중봉으로 갈라지는 길과 장불재까지 넘어가는 길이 뻗어 있다. 군부대와 방송사 송신탑으로 통하는 길이다. 그래서 그곳에 오르내리는 차들이 이용하는 도로이다.

그냥 환상의 얼음 세상 속에 들어가 동화처럼 살아가고 싶다.
그냥 환상의 얼음 세상 속에 들어가 동화처럼 살아가고 싶다. ⓒ 서종규
낮은 절벽은 빙벽을 이루고 있기도 하고, 높은 절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하였다.
낮은 절벽은 빙벽을 이루고 있기도 하고, 높은 절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하였다. ⓒ 서종규
등산하는 사람들은 이 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길을 걷다가 도로를 걸어보면 산행의 멋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산이든지 산길을 걸어서 산행을 하는 것이지 도로를 걸어서 산행한다는 것은 산행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산이 지닌 아름다움이 파헤쳐진 느낌으로 불편한 마음마저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고드름 절경은 그 도로변에 있었던 것이다. 비록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원효사에서 늦재를 지나 중봉 아래 부근에 도로를 뚫기 위하여 산을 깎았고, 그 도로 위 옆에 생겨난 절벽에 흘러내리는 물이 겨울이 되어 얼어붙어서 고드름 절경을 이룬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냥 흉물스럽게 보이는 절벽이 말이다.

그렇게 많이 무등산에 다니면서도 그 도로는 거의 걸어 본 일이 없었던지라 고드름 절경을 보지 못한 것이다. 물론 몇 번은 그 길을 걸어 본 기억이 있다. 산 정상까지 도로를 타고 걸어 올라가거나 반대로 내려가는 기분인 너무 지루하다. 지나가는 차라도 한 대 만나면 그 신선한 공기에 기름 냄새가 풍겨서 고개까지 돌려진다.

어떤 고드름 끝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곤 하기도 하고, 어떤 고드름은 가지를 쳐 가고 있는 것도 있었다.
어떤 고드름 끝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곤 하기도 하고, 어떤 고드름은 가지를 쳐 가고 있는 것도 있었다. ⓒ 서종규
오후 3시30분에 늦재에 도착했다. 바람재에서 포장도로를 만나지만 다시 늦재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 바람재에서 늦재까지 가파르게 치솟아 올라야 한다. 뒤돌아보면 멀리 광주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늦재에서 동화사터로 오르는 길이 있다. 보통의 산행이었다면 동화사터에서 중봉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산행의 목적지를 고드름 절경으로 잡았기 때문에 천황봉으로 오르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고드름 하나하나에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이 너무 맑다.
고드름 하나하나에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이 너무 맑다. ⓒ 서종규
다행스러운 것은 도로에 아직 눈이 놓아 있지 않았다. 퍽퍽한 비포장도로를 오를 것이라는 짜증을 덮인 눈들이 풀어 주었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다져진 눈 때문에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오지만 우리들은 오르는 도로였기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그냥 올랐다.

어쩌다가 마주친 자동차들이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 미끄러운 눈길을 아슬아슬 오르내리는 차들을 보면서 운전하는 사람은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무등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무등산에 고드름 절경이 있다는 말이 흘러 다녔다.
무등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무등산에 고드름 절경이 있다는 말이 흘러 다녔다. ⓒ 서종규
오후 4시경, 중봉 아래 부근까지 도로를 타고 올라가니 하얀 절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낮은 절벽은 빙벽을 이루고 있기도 하고, 높은 절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하였다. 중봉 부근에 쌓여 있는 눈이 녹아 흘러내려 이 절벽에서 고드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소문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깎아 버린 산허리로 인하여 오히려 삭막하기까지 하던 도로에 빙벽과 고드름 천국이 펼쳐져 있으니 감탄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가 보다. 그동안 전국 많은 겨울 산을 오르면서 계곡에 얼어 있는 얼음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길게 형성된 고드름과 얼음의 절경은 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형성된 고드름과 얼음의 절경은 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형성된 고드름과 얼음의 절경은 보지 못하였다. ⓒ 서종규
어떤 고드름은 부러져 반토막 나있는 것도 있었지만 절벽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연결된 고드름들이 투명한 세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떤 고드름 끝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곤 하기도 하고, 어떤 고드름은 가지를 쳐 가고 있는 것도 있었다.

모두 내 마음에 새기고 싶은 투명한 얼음 세상이었다. 고드름 하나하나에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이 너무 맑다. 그 끝에 한 방울 맺혀 있는 물방울도 너무 맑다. 그냥 환상의 얼음 세상 속에 들어가 동화처럼 살아가고 싶다.

무등산 고드름 절경을 보고 온 사람마다 고드름이 대단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무등산 고드름 절경을 보고 온 사람마다 고드름이 대단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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