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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드디어 열린우리당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개헌이라는 항암제가 머리카락만 빠지게 할 뿐 생명을 연장시킬 것 같지가 않다.

꼭 1년 전 지방선거를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할 때 "열린우리당은 암환자"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암환자는 말기가 되기까지는 통증을 모른다.

2006년 2월 전당대회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회생의 기회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정동영을 의장으로 선택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최악의 패배를 했으며 정동영 의장은 또 석고대죄하며 떠났다.

그 이후 당은 비대위체제로 암투병을 시작했다. 비대위체제도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떤 정책적 영향력도 정부에게 행사하지 못했다.

다수의 집권여당이 고건을 사모하는 자, 손학규에 추파를 던지는 자, 대선보다는 그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만을 골몰하는 자로 쪼개졌고, 여기에 대통령은 국정에 대하여 아무런 영향력은 없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말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야당 대선주자의 지지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데도 "무슨 소리야 과거에도 그랬어. 거기도 분열되고, 결정적 하자가 드러날 거야. 또 우리에겐 호남과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고정지지층이 있잖아?" 이렇게 위안하면서 항암제 효과인 나른한 잠에 빠져버렸다.

정당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법원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고 아무도 말리지 않는데도 탈당을 무슨 협박인 것처럼 말로만 되뇌고 있다. 이미 깨져버릴 것을 알고 있는 정동영이 '나 홀로 세규합'의 팬클럽 행사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추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죽었다

@BRI@이제 열린우리당은 죽었다. 국민 누구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이 왜 죽어야 했는지 사망진단이라도 다시 한번 해 보자.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민주화와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기대였다. 그래서 대통령도 집권여당도 됐다.

그것은 수구기득권 세력들과 균형 잡힌 세력을 만들라는 역사의 명령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과반이 넘는 집권여당이 고맙기보다 두려웠다. 당을 통해서 정치를 하지 않았다. 당도 또한 거대 집권여당이 되자마자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곧바로 편 가르기만 했다.

정동영이 실용주의를 말하는 순간 김근태를 비롯한 민주화세력은 싸늘한 시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386들은 전체의 맥락을 보지 못하고 '순수한 의정수업'에 몰두하면서 스스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대통령이 여당의 필요를 느낄 때는 이미 힘없는 여당이 되었고 오합지졸의 여당은 대통령을 닮아가게 되었다.

즉 입으로는 개혁, 야당의 평가는 좌파였지만, 몸으로는 늘 정부 관료들의 들러리가 되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아무런 매력이 없는데도 여당이 너무 싫어 예뻐 보이는 착시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암환자의 알량한 유산에 미련이 남아 서로 먼저 나가기를 바라지만 그러기엔 허허벌판의 찬바람이 너무 두렵다. 그렇다고 같이 죽자니 남아있는 시간들이 너무 길다.

유산 다 까먹은 정동영, 빚더미만 끌어안고 사는 김근태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다시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항암제를 투여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 개헌보다 더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당과 결별하고 스스로도 과도 내각을 만들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써도 백약이 무효한 것은 이미 열린우리당이 말기암의 혼수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출발한 열린우리당이 암환자가 된 것은 실용논쟁이라는 발암물질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당내 분열의 씨앗이었고 공격의 창끝이 되었다.

과반수가 넘는 상승세의 집권여당을 최악의 지지율로 만든 정동영, 그리고 그 빈사상태의 입원환자인 열린우리당의 비대위원장 김근태. 이 두 사람의 역할모델을 지켜보면 누구는 많은 유산을 상속하여 다 까먹고, 누구는 빚더미만 끌어안고 사는 전형을 보는 듯하다.

물론 대통령이 이 인형극의 줄잡이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능력을 너무 전능한 것으로 믿는 사람들의 환상일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헌법이 부여하는 최고의 권력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 아무런 힘도 없다.

야당과 수구 언론의 탓은 부차적이다. 우선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다. 전당대회라는 또 다른 봉합은 기사회생도 아니고 수명연장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아픔일 뿐이다.

이제 김근태와 정동영은 깨끗이 갈라서라. 그리고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립내각을 구성하여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을 위한 신중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양당체제 하의 대선은 우리들의 관성이거나 희망사항일지도 모른다.

개헌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현행 헌법체제에서는 또다시 87년 대선처럼 후보의 난립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꼭 후퇴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도자의 이성으로 할 수 없을 때는 민심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김근태와 정동영은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일단 갈라서면 답은 스스로 찾게 되어있다. 그리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철우 기자는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탈당, #분당, #신당, #정동영,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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