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반쪽이가 공방을 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내가 사는 지역의 도시에도 반쪽이네 공방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지만 여차저차 시간을 내지 못하였는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 집을 손수 지으면서 실용적이면서도 생태적인 소재를 찾고 있는 중이라 집 구조에 대한 책이나 노인의 행동반경과 관련한 기구들은 유심히 살피고 있다.
한참 집을 짓고 있는 나는 공간을 최대치로 늘이는 재주꾼 반쪽이의 솜씨를 훔쳐 볼 생각으로 책을 넘기는데 곳곳에 저자인 반쪽이 최정현씨의 놀라운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반쪽이가 만든 침대는 내가 평소 머릿속으로 설계를 이미 마친 바로 그 침대였다.
치과에 가서 치과 의자에 앉아봤던 나는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무릎은 살짝 굽히게 하는 의자를 만들고자 했었다. 이 의자는 이발관 의자하고도 다르다. 치과 의자에 잠시만 누워보면 바로 잠이 들 정도로 편하다. 그래서 난 다양한 자세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설계를 몇 년 동안 해 왔었다. 그런데 반쪽이 책에서 내 설계도 보다 훨씬 진보한 제품을 보니 허탈감과 함께 반가움이 뒤범벅 됐다.
이 책 갈피갈피에서 이런 느낌을 갖게 된다. 책의 저자 반쪽이의 상상과 솜씨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존재했던 것들을 현실화시켜 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쭉쭉이 책상은 아주 걸작품이다. 평소에는 두 사람 밥상 정도 크기인데 손님이 10여명 이상 오면 상이 몇 배로 커진다. 이 상의 사진과 설계도, 그리고 각종 부품들을 한참 뜯어보니 완전히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 쭉쭉이 책상이 곧 우리 집 방에 등장 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럴듯한 휴식용 의자도 2인치 각목으로만 만든 사진이 있어서 하나하나 치수를 셈하여 설계도를 그렸더니 쉽게 완성되었다. 이 역시 곧 우리집 앞마당에 등장 할 것으로 보인다.
반쪽이네 15평 아파트에 들어 찬 여러 기발한 제품들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책꽂이도 우리가 만화방이나 비디오점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이다. 책꽂이와 옷장을 겹치게 만들어 밑에 도르래를 달아 여닫이로 밀면 책장이 드러났다가 옷장이 나타났다가 하면서 공간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마루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다리미와 진공청소기는 많은 사람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마루에서 솟아나는 전기 콘센트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스캐너와 두 대의 프린트, 컴퓨터 본체가 책상 속 요소요소에 숨어 있다가 사용 할 때만 하나씩 책상위로 올라오는 장치는 참 기발하다.
책이 거실과 안방, 화장실과 부엌, 작업실과 베란다 등의 순으로 엮어져 있다. 15평 반쪽이네 아파트를 차례차례 둘러보는 느낌이다. 저자는 사진으로 보여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쪽이의 빼어난 그림솜씨로 더 실감나게 신제품 가구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가구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고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제일 마지막 장인 '반쪽이 재활용'에는 집 안팎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소재들을 재활용하여 집안을 장식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장수하늘소, 공룡, 강아지, 코끼리, 거북이 등 동물과 곤충들을 손쉽게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더 자세한 것은 반쪽이가 운영하는 누리집 www.banzzogi.net 에 들어오면 된다고 소개되어 있다.
다만 방 바닥재를 깔 때나 목재를 조립 할 때 화공품 접착제 등을 천연소재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새집 증후군이니 하여 매끈하고 시공이 편리한 여러 화공소재들이 인체에 몹시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덧붙이는 글 | 최정현. 한겨레신문사.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