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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민정·허환주 기자
- 사진: 남소연 기자
- 동영상: 문경미 기자



▲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에서 25일 패소하자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가 뒤편에서 기자들의 개별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동안 KT&G측 박교선 변호사(왼쪽)도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법원이 25일 흡연 피해 소송을 기각하자 원고측(암 환자 3명과 그 가족들)측과 피고측(KT&G)은 법정 밖에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양측 법정 대리인들은 법원 2층에서 거리를 두고 같은 시간에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고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피고측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취재진들의 편의를 위해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모였지만 서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냉랭한 모습이었다.

원고측 "사법부가 유해제품 판매업체 비호해"

배금자 변호사(원고측 대리인)등 6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계속 국가와 KT&G에 책임을 묻겠다"며 항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배 변호사는 "원고의 폐암 원인이 흡연 때문이라는 감정 결과가 있는데도 재판부가 소송을 기각한 데 대해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사법부가 유해제품 판매 업체를 비호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담배의 위험성 경고 부분에 대해 "원고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시기가 1960년대이고, 폐암 경고는 1989년에 받았다"며 "30년간 어떤 경고도 못 받았는데 제조·표시상의 경고 의무를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에서 25일 패소하자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가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배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어 그는 "니코틴 중독 부분에 대해서도 정신과학회 등 전문가와 감정인들이 니코틴의 심각한 중독성 의존성을 증언했는데, 중독성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밖"이라며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조차 니코틴의 중독성을 인정했는데도 대한민국 법원이 이렇게 판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원고측에서도 "황당하다", "패소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등 당혹스러운 반응이 새어 나왔다.

일부 가족들은 "KT&G를 대상으로만 소송할 것을 잘못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원고측은 지난 99년 "흡연으로 폐암이 발병했다"며 KT&G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일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 국민건강이 기업의 상업성으로 훼손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달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의 세수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함께 외국의 흡연 피해 승소 사례, 미국의 담배 소송 사례 등을 묶은 자료집을 배포하기도 했다.

피고측 "현명한 판결... 폐암 원인은 다양"

▲ 초미의 관심을 끈 '담배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KT&G 측 변호인 박교선 변호사는 "그동안 쟁점이 되어온 쌍방의 주장과 주요 내용을 재판부가 현명히 판단한 결과"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KT&G측도 같은 층인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고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현명한 판단"이라고 환영했다.

박교선 변호사(피고측 대리인)는 "흡연과 암과의 실질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것이냐,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재판부의 결정에 동의를 표했다.

KT&G 또한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적인 암의 원인은 환경적·유전적·직업적 요인, 음주, 환경오염 등을 들 수 있고, 특히 폐암의 경우 흡연 이외에도 비소, 석면, 방사선, 대기오염, 산업배기가스 등 다양한 위험인자들이 관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그동안 현대 예방의학 분야에서 역학상 받아들여지고 있던 흡연의 일반적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지금까지 KT&G가 갖고 있던 인식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 KT&G쪽 주장 그대로 다 들어줬다"
[인터뷰] '담배소송' 원고측 대리인 배금자 변호사

"금연 못한 책임,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다"

7년간 끌어온 '담배 소송'이 기각되자 원고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흡연이 암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하면서 구체적 증거는 없다고 결정한 이번 판결은 모순 그 자체"라며 "건강검증서에 흡연이 암의 주된 원인이라고 나왔고, 피고측의 반론이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재판부가 KT&G쪽 주장을 그대로 다 들어줬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배금자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판결에 대한 소감.
"재판부가 KT&G쪽 주장을 그대로 다 들어줬다. 흡연이 암을 유발하는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원고들의) 건강검증서에 나오는데 소송을 기각한 것은 모순 그 자체다. 눈감고 아웅한 것이다. KT&G측은 '흡연 이외에 다른 발암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원인들에 원고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증명된 소견을 제치고, 인과관계도 없는 피고측 주장을 받아들이다니 이해할 수 없다."

- 금연하지 못한 흡연자의 책임이라는 반론에 대해서.
"그것이 니코틴 중독성 부분인데, 담배의 강한 중독성 때문에 개인의 자유 의지로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담배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담배의 중독성이 헤로인, 코카인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행동에 대한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자유 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것은 흡연자 중 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담배회사가 경고를 했다하더라도 강한 중독성 때문에 100% 개인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

- 담배회사는 경고문구를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
"1989년부터다. 그 이전의 흡연자들에 대해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또한 경고 문구 하나 달란 붙인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 항소할 의사를 밝혔는데.
"항소심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중점적인 세 가지, 흡연과 폐암 발병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 회사측의 유해성 경고 등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예정이다."

#담배 소송#담배#배금자#박교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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