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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 통을 꺼냈다. 조금 덜어 양념하기 시작했다. 파, 마늘 약간, 청양고추, 고추가루, 깨소금 등을 넣고 골고루 섞었다. 참기름을 넣으면 칼칼한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넣지 않았다.
양념을 하고 한점 맛을 봤다. 짭짤한 맛과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금세 새로 지은 하얀 쌀밥을 한 숟갈 듬뿍 담아 새우젓을 올려놓고 입으로 쏘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치 이외에는 다른 반찬은 꺼내지 않았다. 두세 숟갈 맛있게 먹었다.
그때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는 밥맛이 없을 땐 물 마른 밥에 이 새우젓 한 가지만 달랑 놓고 식사를 하시곤 했었다. 식구들이 모두 나가고 혼자 식탁에 앉아 그러고 계셨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난 '짜기만한 저 새우젓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라' 했었다.
언니는 젓갈로 유명한 광천을 가면 엄마한테 맛있는 새우젓을 사다 드리곤 했었다. 광천에서 사온 새우젓을 내놓으면서 "엄마 이 새우젓 맛있는 거니깐 한참 잡수실 수 있을 거예요"하면서.
그때 난 새우젓이 무슨 맛인지 정말 몰랐다. 새우젓은 김치할 때, 족발 먹을 때, 계란찜할 때, 그럴 때만 같이 먹는 정도였다.
난 다시 새우젓 반찬에 밥을 먹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엄마도 느꼈을 이 맛!' 그러고 보면 새우젓 반찬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의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 허전함 등을 진정 알 것만 같았다. 밥이 조금 남았다. 난 물에 남은 밥을 말았다. 그리곤 새우젓을 올려놓고 천천히 밥을 먹었다. 엄마가 느꼈을 그 맛을 나도 느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