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부시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난 뒤 민주당을 대표해 반론권을 행사한 짐 웹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이 그에 관한 기사를 실으면서 그는 일약 '뜬 별'이 된 것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는 지난 11.7 중간선거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현직 '조지 알렌' 대신 초선인 '짐 웹'을 상원의원으로 당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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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당시, 짐 웹은 조지 알렌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많은 유권자들을 TV 앞에 붙잡아 두었었다. 결국 웹은 1석만 더 차지하면 상원을 장악할 수 있었던 민주당 지도부에 0.3%(7천여표)차라는 아슬아슬한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민주당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일등공신이었다.
짐 웹은 누구?
짐 웹은 베트남전에 참전을 했고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해군 간부를 지냈다. 또한 소설가의 이력으로 6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적도 있고 해군사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해병대로 이라크에 파송된 아들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레시맨'으로 표현되는 초선의원인 그가 어떻게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반론자라는 비중있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을까.
짐 웹의 열렬한 지지자인 제임스메디슨대학교(JMU)의 '단 코빈' 교수(불문학)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 보았다.(코빈 교수는 나중에 다시 깔끔하게 정리된 이메일을 보내왔다.)
코빈 교수의 하루는 편의점에 가서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즈>를 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선택한 신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코빈 교수는 진보적인 지식인이다. 그의 연구실 문에는 지난 중간선거 때 붙여두었던 웹 지지 스티커가 아직도 붙어있다.
코빈 교수가 진단한 짐 웹이 대통령 국정연설 반론자로 뽑힌 이유 9가지다.
1. 그는 보수적인 지역으로 알려진 버지니아 주에서 현역 의원을 누르고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그 점이 모두를 놀라게 했고 그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2. 그는 민주당원이지만 많은 이슈들에 있어서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짐 웹은 민주당 의원 가운데 보수 성향을 지닌 '네오뎀(Neo-Democrat : 민주당내 신보수주의)'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네오뎀 의원들은 지난 중간선거 때,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었던 지역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많다.
이들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총기 소유는 찬성한다. 하지만 낙태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반대하는 등 민주당의 기본 당론과 배치되고 오히려 공화당의 당론과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
3. 그는 공화당인 레이건 행정부에서 일했고 그 점이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4. 그는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군 출신으로 해군 장교를 지내기도 했다. 그의 아내 '홍'이 베트남 출신 여성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5. 그의 아들도 현재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다.
이라크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그가 반론자로 나서 발언하는 것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부시에게 압력을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6. 그는 정치 초년생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뉴페이스'이다.
7. 그는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을 반대해왔고 전쟁에 대한 소신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8. 그는 이미 부시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점이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웹은 지난해 말, 백악관에서 열린 상.하원 초선 의원 리셉션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가 있는) 아들이 어떻게 지내느냐"라고 물었을 때 "이라크에서 그들을 빼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이 "그걸 물은 게 아니고 아들의 안부를 물은 거"라고 대답하자 "그건 나와 내 아들의 문제이다 (That's between me and my boy, Mr. President)"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사진촬영도 거부했다. 대통령과의 이런 대담한 맞짱으로 당시에도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인물이다.
9. 그는 젊은 축에 속하고 차분하게 연설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어찌되었건 초선 의원인 짐 웹이 민주당 대통령 국정연설 반론자로 선택되었던 '사건'은 기대했던대로 웹이 차분하게 당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통령은 무모하게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 갔으며 우리는 지금 예측가능한 혼란의 볼모로 잡혀 있다."
한 초선의원이 워싱턴 정가를 뜨겁게 달구면서 전국적으로 '뜨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를 뽑아준 이곳 버지니아 주민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