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경기도의회 전경.
ⓒ 김한영
지난해 9월 이른바 '놀자판 외유'로 물의를 빚었던 경기도의회(의장 양태흥· 한나라당)가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외유성 해외연수와 관련된 잡음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최근 '막무가내식 해외연수'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양 의장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의장 비서실장(5급·사무관)이 의회 사무처 각 부서에 '노잣돈'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무처 공무원 추정 네티즌 폭로... "선거 로비자금" 주장

@BRI@이런 사실은 의회 사무처 공무원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아이디 하위직)이 지난 25일 밤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지부와 경기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각각 의장 비서실장 J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글을 올리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드러났다.

문제의 글이 홈페이지에 오르자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즉각 진위 파악에 나선 뒤, 26일 공지를 통해 "홈페이지에 제보된 글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혀 이번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네티즌은 '경기도의회 의장은 각성하시오'란 제목의 글에서 "J비서실장이 지난 24일 내부 행정정보망을 통해 편지를 보내와 양 의장이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광역의회 의장단들과 친선도모를 위한 일본연수를 간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우리 계장이 25일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오더니 '미안하지만 거짓으로 출장여비를 꾸며 현금 몇 십 만원을 마련해달라'고 주문을 했다"며 "신참 사무관이 지위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위직 직원에게 거짓으로 출장여비를 꾸며 현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간부의 행태도 크게 잘못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 네티즌은 이어 "J비서실장은 양 의장이 상반기 전국 의장(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에 출마를 하는데, 이번엔 경기도에서 의장을 배출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이는 한마디로 로비를 위한 선거자금을 불법 모금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장·비서실장, 공개사과 않으면 청렴위·선관위에 고발"

그는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지만 그렇게 치사하게 살고 싶지 않다. 불의를 눈뜨고 볼 수 없어 내부자 고발을 한다"며 "만약 의장과 비서실장이 공개사과를 하지 않으면 메일 내용을 공개하고 청렴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폭로되자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분노한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으며, 관련 글에 대한 조회수도 27일 12시 현재 1000건을 넘어서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디를 '공무원노조'라고 쓴 네티즌은 "사실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의장과 비서실장을 고발하라"고 요구했고, '개혁'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노조는 모든 사실을 확인해서 한점 의혹도 없이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또 아이디가 '거시기'라는 네티즌은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사권자는 비서실장을 즉각 조치해야 하고, 의장은 도의적 책임이 있으므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의회 사무처 공무원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경기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의장 비서실장의 비리행위를 고발하는 글의 주요 내용.
ⓒ 경기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이에 대해 의장 비서실장 J씨는 26일 해당 홈페이지에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의 해명 글을 올려 문제의 돈 요구 사실을 사실상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해명 글은 J씨가 직접 작성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서실장 "물의 일으켜 죄송" 사과... 네티즌들, 부정적 반응

J씨는 "상임위원회에서 해외연수를 떠나면 의장이 소정의 '장도금'을 준다"면서 "의장이 출장을 가기에 상임위원장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에 따라 마음의 정을 표해주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문위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들이 여비를 거짓으로 뽑고 할 그런 사안이 아님을 이해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순수한 마음이었지만 물의를 일으키게 돼 죄송하다. 앞으로는 작은 일에도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J씨의 이런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네티즌들은 J씨의 자질 문제와 해명의 진정성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도금'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의장이 장도금을 준다는 것은 잘못된 관행인데, 이걸 밝히는 비서실장은 자질이 있는가"라고 비꼬았다. '부정부패'라는 네티즌은 "비서실장이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자질의 문제"라며 "진상 조사가 꼭 필요한 사안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아니다'라는 네티즌은 "편지로 협조를 구한 내용을 보면 의장이 사전선거를 할 수 있도록 노잣돈을 좀 만들어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는데, 이것은 해명한 상부상조와는 분명 다르다"며 J씨의 해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도청공무원노조 "제보 글 상당부분 사실"... 양 의장은 침묵

이처럼 파문이 일자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이날 낮 홈페이지에 '의장 비서실장 사건과 관련한 노조 입장'이란 공지를 통해 "일단 노조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홈페이지에 제보된 글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또 "이러한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 노조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노조는 당사자와 면담을 한 뒤 최종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양 의장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의장은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양 의장은 '전국 시·도 의회 의장협의회'(회장 박주웅 서울시의회 의장) 의장단 일행과 함께 오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친선·교류를 위해 일본 동경도를 비롯해 5개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다. 의장 비서실장 J씨는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 지난해 9월 25일 경기도의회 양태흥 의장과 장정은 부의장이 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자치행정위의 '술판외유' 파문과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행정위는 물의를 빚은지 4개월만에 또다시 유럽지역으로 해외연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불렀다.
ⓒ 경기도의회
'막무가내 해외연수'도 구설... 공심위, 결정 번복 권위추락

한편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김영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최환식)는 이달 초부터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해외연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문제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의회 '공무국외연수심사위원회'(위원장 장경순·이하 공심위)가 지난 12일 이들 위원회의 해외연수계획에 대해 심의를 벌여 목적과 방법 등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어 부결 처리하자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특히 공심위는 자치행정위가 해외연수계획안의 재심의를 요구하자 이틀만에 부결처리를 승인으로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여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심위의 심의결정 번복으로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무사히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이들의 연수 일정은 대부분 유럽국가의 시청과 의회를 찾아가 자료수집과 의견교환 등을 하는 것으로 짜여져 과연 얼마나 목적에 충실한 연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자치행정위는 지난해 9월 동남아로 해외연수를 갔다가 이른바 '술판 외유'로 말썽을 일으켰던 상임위. 전체 위원 14명 가운데 김 위원장을 제외한 13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며, 김 위원장은 지난해 '외유파문'으로 징계가 예상되자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또한 예산결산특위도 소속 위원 18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1명을 뺀 나머지 위원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예산결산특위는 공심위에서 해외연수계획이 부결된 직후 집행부가 "애초부터 경비부담 계획은 없었다"며 해명에 나서자 해외연수계획을 접었다.

태그:#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의장, #외유, #노잣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스를 취재합니다. 제보 환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