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안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쾌걸춘향> <꽃보다 아름다워> <부활> <오!필승 봉순영> <안녕하세요 하느님> <해신> <두 번째 프러포즈> 등은 KBS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들은 시청률 혹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었다. <다모> <대장금> <의가형제> <환생-NEXT> <변호사들>은 모두 MBC 드라마이면서 시청률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열거한 드라마들의 또 다른 공통 특징은 담당했던 피디들이 모두 외주제작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에 있다. 이들이 옮겨간 독립 제작사는 포이브스, 옐로우 필름, 초록뱀 미디어, 칼리스타, 김종학 프로덕션, 윤스칼라, 올리브나인, 팬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이른바 스타 피디들이 빠져나갔으니, 해당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이 위기의식에 빠질 만도하다. 여기에 드라마 외주제작비율도 위기의식을 심화시켜왔다. 그간 외주제작비율은 90% 육박하고 있다. KBS의 경우 지난해 주말 드라마가 100% 외주 제작이었다. 외주 제작 의존 정도가 매우 심한 터에 내부 인력 유출로 제작력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여기에 배우와 작가들의 출연료와 작가료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작가와 주연에게 1회당 5000~6000만원이 돌아간다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소속 피디들을 통해 제작을 할 수 있었는데, 스타피디의 유출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제작의 자유, 외부? 내부?

이제 독립제작사로 옮긴 스타피디들에게 일을 맡길 경우 엄청난 대가를 주어야 한다. 방송 광고료로 모든 제작비를 충당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 처지에서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본의와는 상관없이 독립 제작사에게 드라마를 의존하게 된다. 앞으로 그 정도는 늘어났으면 났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독립제작사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BRI@결국 이래 저래 대형 독립제작사를 중심으로 자본과 인력의 집중에 따른 드라마 제작 독식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코스닥 자본뿐만 아니라 일본 자본, 여기에 투기 자본까지 집중된 이들의 성장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탱크로리인지 모른다. 결국 지상파 방송은 웹2.0시대에 외주들의 플랫폼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나마 지상파가 가지고 있는 방영권조차도 잘게 쪼개자는 제안을 할 정도로 힘이 막강해지고 있으니 위기의식을 느낄 만도 하다.

이러한 막강한 자본의 독립제작사로 피디들이 옮기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를 든다. 지상파 방송국에 있으면 자신의 연출력을 펼치는데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가 아니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정말 이것이 이유라면 이는 착각이다.

드라마의 외주 시스템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다. 수익이 나올만한 작품들만을 생산해 낸다. 따라서 수익이 되지 않을 작품은 아무리 기획안이나 작품성이 좋아 보여도 제작될 수 없다. 스타피디들에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드라마 한두 편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한 실력 혹은 보장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수익의 관점은 작품의 관점과 빈번하게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거나 실패해도 그 책임에서 가볍지만, 외주제작에서는 가차 없이 버려진다. 단기간에는 많은 돈을 통해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은 지상파 방송에서 만든 작품의 후광 때문이었을 뿐이다. 알게 모르게 지상파 시스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다.

오히려 드라마 제작의 자유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을 수 있다. 만약 외부에만 있다고 한다면 상업적 드라마의 자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외주로 옮겨서 자유롭게 창작을 하고 역차별을 받지 않겠다지만 오히려 더 심한 창작의 제약과 차별, 나아가 냉소를 받을 수 있다.

드라마 경영 위한 체계·연구기관 집대성해야

<다모>
<다모> ⓒ iMBC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인력 유출은 새로운 드라마의 지평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제는 기존 성공작의 자기 복제에만 머무는 드라마 풍토를 일신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오히려 드라마의 실험성과 공영성, 작품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 말이다.

사실 스타피디들의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발목을 잡아 왔다. 즉 그들이 인지도는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드라마 고질병을 복제하며 한국 드라마를 망치는데 일조를 했다. 더구나 시청률을 얼마만큼 확보했다고 해서 마치 우월한 창작자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지금 드라마 환경이 아무리 막강한 자본의 외주 시스템의 성장이라고는 하나 사상누각처럼 보인다. 일종의 레드오션이다. 창작적 관점이 아니라 상업성에 점철된 것은 한류에서 드라마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이다. 거품이 꺼질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연히 거대 방송사 시스템에 안주하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타개해 나가야 한다. 많이 지적되었듯이 단막극, 특집극의 강화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특화된 드라마 영역 확보로 제작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감한 시도를 통해 블루오션을 열지 않으면 지상파 드라마도 희망이 없다. 외주 제작사와 비슷한 포맷을 시도해보았자, 레드오션이다. 성장하는 외주 제작사를 법적 제도적으로 견제하는데 골몰하는 것은 그래서 우매한 해법이다. 케네디의 말대로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결합어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단, 또 하나의 전제는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제작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피디가 전체 제작력의 핵심이라고 호도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복잡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는 씽크탱크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막연한 기획부서의 존재와는 다른 문제이다. 드라마를 제작한다면서 드라마 연구소 하나 없이 주먹구구식, 감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기획력을 강화한다면서 개별인사의 비용만 증가시키는 것은 소모적이다. 암묵지를 지식지로 만들기 위한, 지식 드라마 경영을 위한 체계-연구기관을 집대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제작비 현실화나 펀딩과 수익 모델화 타령보다 더 긴급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무 의미없는 자연에서 의미있는 일을 위하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