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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권정책연구회(대표 장향숙 의원)은 29일 오후 '다문화가족' 지원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결혼이민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가 처음으로 연 행사로, 박종보 한양대 교수가 입법안에 대한 발제를 한 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이해령 안산이주민센터 소장 등이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 인권정책연구회(대표 장향숙 의원)은 29일 오후 '다문화가족' 지원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결혼이민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가 처음으로 연 행사로, 박종보 한양대 교수가 입법안에 대한 발제를 한 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이해령 안산이주민센터 소장 등이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왜 밥도 못하고 국도 못 끓이나. 빨리 한국요리 배워라."
"왜 너네 나라 말로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냐. 아이한테 한국말을 배워라."


@BRI@국제결혼 부부가 10쌍 중 한 쌍(14%)일 정도로 급증하고 이에 따라 언어장벽, 문화적 차이 등 '다문화가족'이 겪는 어려움도 많아지는 가운데 국회가 이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인권정책연구회(대표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는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다민족-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첫 번째 공청회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보 한양대 교수는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목적은 그들이 한국 사회에 조기에 적응해 사회를 통합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화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다문화주의의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다문화가족에 대해 "최소한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이 한국 국민인 가족 형태"로 정의했다. 그는 지원법에 적용될 외국인의 신분을 '합법적으로 체류한 경우'로 제한했다. 박 교수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보다는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시책으로 ▲교육·홍보를 통한 다문화 이해 증진 ▲생활 정보 제공 ▲평등한 가족관계 유지 ▲아동의 보육 및 교육 ▲여성가족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정 등을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했다.

"한국인 대상 외국 문화 배우기도 실시해야"

하지만 토론자들은 박 교수의 입법안에 대해 "결혼이민자에게 일방적인 문화 흡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결혼 부부 사이에서 결혼이민자가 한국 문화를 흡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가 서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독자적인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필요한 시점이며, 정책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결혼이민자 가족 내에는 출생문화, 문화적 구성, 체류자격에 따른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동화정책을 쓰면서 이들이 출신국에 대한 긍지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해 제시한 정책은 결혼이민자들이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하나같이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안"이라며 "결혼이민자에게 한국 문화를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은 다문화 이해 증진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국어 교육, 한국문화 홍보 등을 담은 법안 내용을 지적했다.

한 대표는 "다문화가족이란 한 문화를 가진 사람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의 문화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가 존중받고 어우러지는 것"이라며 "결혼이민자가 한국 사회에 통합되기 위한 소양교육도 필요하지만, 한국인의 소양교육 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령 안산이주민센터 소장은 "다문화가족의 아동, 코시안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외국인 부모의 문화적 정체성도 함께 갖고 있다"며 "하지만 법안에는 코시안 아동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의 의무화를 규정하는 등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구제, 이주여성은 사실상 '열외'"

한 대표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제외한 데 대해 "실제 결혼이민여성의 현실을 보면 현행법 적용이 여의치 않다"며 "현행법은 가정폭력 피해자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한국인은 이혼 후에도 생활이 가능한 반면 이주여성은 당장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발제문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구제는 형사법상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현웅 국제이주기구 서울사무소장은 지원 적용 범위를 제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주노동자와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체류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해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 역시 불법체류자의 자녀라도 초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회적 소위계층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법률이 기존 판례나 정부정책보다 외국인의 권리 보호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지원계획, 세우긴 했는데…

한편 정부는 지난해 4월 ▲탈법적인 결혼중개방지 및 당사자 보호 ▲안정적인 체류지원 ▲조기적응 및 정착지원 ▲아동의 학교생활적응지원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제정되지 않아 예산확보 등 정책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 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안은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등이 있다. 법무부는 '재한 외국인 등의 처우기본법'(외국인기본법)을 준비중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가족형태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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