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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오찬을 갖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오찬을 갖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언론재단 제공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이 이어졌다. 29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에서 주최한 KPF 포럼에 참석한 유 장관은 처음엔 "오늘 준비된 이야기만 하라고 해서…"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20여명에 달하는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과 국민연금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두고, 격의 없는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답보상태에 있는 상황에 대해 "뾰족한 수가 없다",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서, 진인사대천명하는 자세로 이번 2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법안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연금 재정 안정화와 기초노령 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재정 안정화를 위해선 현재의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받는 돈의 규모는 줄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매년 0.39% 포인트씩 올려 오는 2018년께는 12.9%까지 올릴 방침이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60%에서 2008년엔 50%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연금 고갈 연도가 현재 2047년에서 2065년으로 연장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빈곤해소를 위한 것. 내년부터 65세이상 노인 인구 60%에게 월 8만9000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 내년 1월부터는 70세이상, 7월부터는 65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법안은 담고 있다.

"80% 지지받는 정당으로서 책임있는 도리 아니다"

이같은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원장과 심사소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연금법 개정안 상정 자체를 미루자, 이번엔 유 장관이 한나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유 장관은 "현재 국민연금은 본인이 낸 것보다 두 배 이상 받아가는 저부담 고급여 체계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 속에 연금개혁이 지연되면 될수록 잠재적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정치적 부담도 커진다"면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보건복지위에서 3시간에 걸친 격조있는 토론을 통해 11대9로 현재의 정부안이 통과돼 법사위로 넘어갔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법안 심사소위원장은 해당 법안을 안건으로 조차 올리지 않고 있어서, 토론과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국민의 80% 지지를 받고 있다는 한나라당이 아무런 설명이나, 이유도 없이 자신들의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법안을) 방치하고 있는 태도에 굉장히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수권을 지향하는 야당으로서의 책임있는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탈당이 이어지는 등 혼란 상황이 있더라도,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연금개정안에 대해 찬성을 결의해 준만큼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연금법 개정안 이외에 200조원에 달하는 연금 운용 방향에 대해서도 참석한 민간 자산운용회사 대표와 경제부장단, 유 장관사이에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작년 말 현재 국민연금에 적립된 돈은 모두 190조원. 오는 2048년에는 연금 규모는 최대 421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 장관은 "해외투자와 부동산 등의 투자를 다각화하고, 투자 결정도 민간과 외부 위탁을 늘려 소수에 의한 결정으로 왜곡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기금 운용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금으로 30평형대 임대아파트 건설 추진"

@BRI@특히 복지부는 연기금 투자 가운데 수도권의 적정한 부지에 '국민연금 임대아파트'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효상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연기금이 대체 투자 등으로 수익성을 추구한다면서 임대아파트와 같은 공공재 성격에 투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 장관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임대아파트 투자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주택 규모인 25.7평(전용면적 기준)이 아닌 그 이상의 평형대를 상대로 하면 어느 정도 채산성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공택지 개발과 주택기금 융자 등에 대해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건설교통부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일단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진행하지만, 적어도 국고채 금리에 플러스 알파 수준의 이익이 있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사업 추진이 정부가 준비 중인 부동산 펀드 등의 대책과 연계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건설교통부의 부동산 대책과는 무관하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연기금의 중기 자산배분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며, 정부와 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등에서 좀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돈을 기업에 투자하면서, 자칫 정부가 기업을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굵직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국민연금의 투자가 어떻게 이뤄질 것이냐를 두고도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

유 장관은 우선 정부의 연기금을 통한 사회주의 우려에 대해 "연기금은 지난 2005년부터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면서 "별도의 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자세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등이 투기자본 공격받을 때 팔짱만 끼고 있지 않겠다"

포스코 등 국가기간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향후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요즘은 과거와 달리 복지부장관이 재계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 "국가기간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면 얼마든지 방어망을 만들 수 있는 의결권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외국자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기업까지 보호망을 만들어줄 경우 자칫 해당 기업의 모럴 헤저드에 빠질 우려도 있다"면서도 "포스코나 삼성전자 등이 해외투기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국내기업의 인수합병 시장에서의 연기금 역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내 기업인수합병에 대해선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하고, "앞으로는 인수합병의 기업이 금융인지, 비금융인지 부터, 자산 규모와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순히 재정적으로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권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를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의 경영권 목적을 위한 투자는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원칙은 투자수익을 위한 단순 재정 투자가 맞다"면서도 "예외적으로 국민의 돈으로 살린 기업이나, 경영권 행사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 대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운용을 복지부 뿐 아니라 또 다른 기관과 함께 복수로 운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200조원 정도만 해도 (복지부가 맡아 운용하기에) 버거울 정도인데, 앞으로 1000조원이 되면 과연 한 개의 부처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연금의) 규모가 커지면 복수의 기금 운용 주체를 만들 수도 있으며, 성역 없이 국민과 논의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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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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