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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겉그림.
ⓒ 인물과 사상사
며칠 전, 각종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 유명작가의 에세이 서적을 구입했다. '연예인 OOO씨가 감동적으로 읽은 바로 그 책! 방송인 모씨가 적극 추천하는 올해 최고의 도서!'와 같은 광고 문구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표지도 예뻤고, 평소 좋아하던 방송인 모씨가 적극 추천한다니 읽어볼만 하겠군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책을 몇 장 넘기다 보니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해 더 이상 읽어 넘길 수 없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끼적여놓은 가벼운 연애담을 과대포장해 엮어낸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2006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진영은 2006년 1월 4일 영화전문지 <무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프로 연기자라면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전문가가 봤을 때 '나도 저 정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는 프로의 연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구나 일기장에 적을 수 있을법한 아마추어적인 내용은 굳이 비싼 돈 들여 출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출판계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일단 팔릴법한 책을 골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홍보와 광고에 열을 올리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내실 있는 진짜 '베스트셀러', 독자가 만드는 것

@BRI@책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은 이러한 세태를 정확히 꼬집어 비틀고,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관한 실상을 낱낱이 알린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꼭 양질(良質)의 작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의외로 베스트셀러 중에는 의미는 물론이고 재미마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는 작가의 개인적 능력과 별반 상관관계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책의 기획에서부터 편집, 제작, 그리고 영업과 홍보, 광고에 이르는 출판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일련의 공식에 의해 진행된다. 모든 베스트셀러가 다 그런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출판사의 치밀한 노력의 결과가 낳은 대중 상품이다. (중략) 보통 베스트셀러의 조건으로 3T 가 거론되는데, 3T란 시점(Timing), 과녁(Target), 책 제목(Title)을 일컫는다. 부연하자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제목으로 책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 책 중에서

또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의 대부분이 언론과의 '공생관계' 혹은 '유착관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임을 밝히며, 오늘날 언론 지면을 통해 사회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며 발언하는 유명 작가들이 거대신문의 폐해는 지적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사실도 꼬집는다.

책 본문에서는 <별들의 고향> <상도>의 저자 최인호, 문학계의 '심은하'라고 불리는,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작가 공지영, 논쟁거리를 몰고 다니는 작가이자 정치인인 전여옥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그들의 성향과 언론과의 관계 등을 낱낱이 파헤친다.

대화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남이 읽으니 나도 읽어야 하는 책, 베스트셀러. 표면적으로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더할 나위 없는 마음의 양식'으로 보이지만, 사실 자본주의의 도마 위에서 다듬어져 나오는 상품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남들이 읽는 책이라고 덩달아 덥석 집어 들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소신을 가지고 꼼꼼히 골라 읽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실이 찬 '진짜' 베스트셀러는 안목 있는 독자들이 만드는 것 아닐까.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 시사인물사전 15

최을영.고훈우.이휘현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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