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광주전남지역의 눈이 쏠리고 있다. 경남 합천군이 지난 29일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명칭을 전두환씨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변경, 결정한 것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때문이다.
일해공원을 적극 추진한 심의조 합천군수와 합천군의회 의원들의 소속 당이 한나라당으로,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BRI@5·18단체 등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일해공원반대 광주전남대책위'는 31일 5·18기념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2월 1일) 한나라당에 일해공원에 대한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공개질의서를 보낼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당연히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적극적으로 호남 챙기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더욱 관심이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광주를 찾아 "근대화 시절 많은 업적 속에서 동서의 균형발전이 미약한 부분, 여당하면서도 영호남 수도권 인재발굴에서 차별적인 점이 없었느냐를 생각하면 가슴 아픈 부분이 있고 5·18이라는 아픈 기억도 있다"며 "진심으로 안기기 위해서는 진심어린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5·18과 관련된 부분도 간접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심의조 합천군수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군수에 당선된 사람"이라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즉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전남대책위는 "특정공원의 이름으로 돈을 벌겠다는 궁리도 가관이지만 전두환 이름을 내세우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라며 "전두환은 민주주의 역사를 거꾸로 돌린 사람일 뿐 아니라 5·18 학살로 권력을 장악하고 수많은 사람을 감옥과 거리로 내몰았던 사람"이라며 일해공원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의 관심을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왜곡될 것을 염려해 합천 지역과 한나라당 차원에서 순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했다"며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돼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전남대책위는 "일해공원의 문제는 단지 합천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전국의 민주화 운동 단체와 함께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명칭이 철회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광주전남대책위는 2월 1일 오후 경남대책위의 한나라당 항의 기자회견에는 공식적으로 참석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회견 참석 여부를 두고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회의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최종적으로는 참석을 자제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 집회 등으로 지역갈등 양상으로 호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홍길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우리를 두고두고 괴롭힐 악귀가 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전국의 민주화운동 단체 등이 연대해 반대운동을 추동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해공원 명칭 결정과 관련 그 동안 침묵해 오던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는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철회를 촉구했다.
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잇따른 논평을 통해 "역사적 살인"이라며 철회를 촉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남도당 한 관계자는 개인 사견임을 전제로 "지역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일해공원 명칭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추진한 일도 아니어서 현재 당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른 것 같다"며 애매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