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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하이드 파크안에 있는 호숫가
ⓒ 이현민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어디를 갈 것인가, 행선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난생 처음 가는 곳을 찾아 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서울 가서 경복궁만 보고 올 수는 없지 않은가? 명동도 보고 월드컵 경기장도 구경하고 싶은데….

물론 택시 잡아타고 가자고 하면 되겠지만…. 내가 넉넉한 경비를 마련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먼저 다녀온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보고 와야 하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중에는 비슷한 목적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는가하면, 여행 그 자체를 다녀온 이들도 있었다.

같은 곳을 다녀와도 본 것, 느낀 것이 천차만별이었다. 단 며칠, 몇 시간 만에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리라. 이들의 경험담 중에 한결같은 아쉬움 중에 하나가,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서 떠나도 항상 시간에 쫓겨 다니게 되더라는 기억이었다. 가능한 많은 것을 접하고 싶은 욕심이야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여행에서 자칫 일정에 쫓기다보면 중국말처럼 '말 타고 꽃 보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정말로 널널하게 일정을 잡았다. 방문한 곳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생활을 직접 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돈이 떨어지면 돌아온다는 계획이기도 하였으니까.

가능한 많은 이들의 다양한 조언을 듣는 것이 제대로 된 여행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자료와 연락처까지 전해준 -현지를 연결해주고 소개까지 시켜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지금까지 정말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자칫 짐이 되지는 않을까?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노트북을 가져왔지만(그것도 구형이라 무지하게 크고 무거운 것을) 하루를 돌아다닌 느낌과 사진을 정리하고 내일 행선지와 필요한 자료를 다시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매일 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이곳 유럽이 밤이 길고 (영국은 3시 30분 경, 독일은 4시 30분쯤 어두워진다) 밤에 술 한 잔 하러 나가기에는 머물고 있는 숙박 장소가 시내에서 멀기도 해서... 그나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한달 동안 다녔던, 영국과 독일 베를린과 프라이부르크에서 본 것을 정리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귀국 후에 꼼꼼히 정리하기로 하고... 특히 가는 곳마다 있는 유명한 장소나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커다란 성(城)과 Park, Garden같은 곳은 제외하려고 노력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인터넷으로 잘 알 수 있을 터이니.

첫 행선지, 드디어 영국이다

ⓒ 이현민
많은 이들이 유럽을 이해하기위해서 다녀와야 할 곳으로 런던, 로마, 파리를 꼽아 주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이겠지만 아마도 다녀보면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이번 유럽 여행의 첫 행선지는 런던이다.

제일 싼 요금으로 끊은 덕분에 홍콩으로 가서 2시간을 기다렸다가 옮겨 타고 런던까지 총 18시간이 걸려 마침내 도착을 했다(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다른 비행 일정을 보니 대기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유럽의 첫 행선지로 도착한 런던의 히드로 공항. 시간은 오전 7시다.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면서 일출을 보았다. 물론 도심 속에서 건물위로 올랐지만, 떠오는 해를 보면서 이번 여행에 대해서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어보았다.

런던도 교통체증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내에는 자가용보다는 버스와 택시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이 열차,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래된 도로라서 길도 좁고 Circus라 불리는 교차로가 많기 때문에 승용차에게는 지옥이다. 게다가 런던 시내를 들어오는 데에만 8파운드를 내야한다. 일종의 혼잡통행료처럼 자가용 입장료를 받는 셈이다. 당연히 주차요금도 비싸고... 그러니 주택가인 교외에서 대부분 열차로 런던에 들어오고, 시내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런던의 건물은 정말 덩치로 보나 양식으로 보나 어마어마하다. 무슨 박물관 같아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대, 공공건물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은행, 옷가게, 극장 등이다. 굳이 Big Ben, 영국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아니더라도 오래되고, 거대한 건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영국에 오래된 건물이 많은 이유는 단지 견고하게 지어져서 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 본토 보다는 그래도 낫겠지만, 크고 작은 전쟁을 겪기는 여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폐허 속에서 도시를 재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영국은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도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이 되던 어쨌든 간에 오래된 건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이를 가능한 유지하고 지켜나가려 노력한다.

오래된 집일수록 가격이 비싼 '런던'

▲ 런던 시내 한복판 Aidwych라는 곳의 한 건물 공사현장
ⓒ 이현민
런던 시내 한복판 Aidwych라는 곳의 한 건물 공사현장이다. 6층짜리 건물을 공사하면서 외벽을 그대로 남겨두고 건물을 세우고 있다. 건물의 외벽을 살리기 위해서 어머 어마한 장비를 동원해서 외벽을 그대로 세워 놓았다.

마치 껍데기는 남겨두고 속을 파놓은 통나무처럼,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영국인들의 오래된 건물, 역사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있다. 즐비하게 서있는 건물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닌, 역사의 숨결로서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친구가 사는 외곽의 집도 70~80년 된 집이라고 한다. 이웃에는 100년이 넘은 집들이 흔한데 런던은 이렇게 오래된 집일수록 비싸다고 한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연한이 200년이라고 들었다. 100년 동안은 점점 강도가 강해진다고 하는데. 서울 강남의 아파트들이 30년이 지나면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재건축을 한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을 보면 건물을 부실하게 지은 때문인지, 아니면 건물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친구는 집에다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 국제운전면허증도 만들어왔겠다. 한번 운전을 해보려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right hand 인데다가, 도심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택가는 편도 일차선이고 곳곳에 rotary-여기서는 circus라고 부른다-가 있는데, 대부분 신호등이 없다. 옛날 도로이기 때문에 도록폭도 좁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속력을 낼 수도 없고, 앞에서 다른 차가 가면 버스 정류장이라고 해서 도로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니 어지간해서는 추월하기가 힘들다.

다만 중앙선이 흰색 실선이라 알아서 추월을 할 수밖에. 그런데도 양보도 잘하고 일단정지가 습관이 되어있는 듯하다.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리는 차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가끔씩 그런 차들이 있기도 하다는 군. 가끔씩 대형 화물차는 짐칸에 left hand라고 붙여놓았다. 아마도 수입한 차 일거다. 알아서 주의를 해달라는 뜻이리라. 스웨덴도 예전에는 right hand였다고 한다. 이제는 바뀌었지만.

항상 사람이 먼저, 그리고 자전거, 자동차 순

런던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철도역에 가서 1일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6파운드(현재 1파운드 1820원 정도), 30P(Pence, 보통 '피'라고 부른다, 1파운드=100P)다.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 넘는 돈이다(1만1500원 가량). 그나마 출근 시간을 넘기고 사니까 싼 거란다. 일찍 나가면 2배를 줘야 한다고. 우리식의 일반적인 요금체계와는 다르다.

한국은 통학카드, 출퇴근 카드 등 이용을 많이 할수록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는 달리 여기서는 출퇴근 시간의 혼잡을 덜기위하여-남산터널 혼잡통행료처럼- 이동이 많은 시간에 요금을 부과하여 회피하도록 하고, 이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 직장에서 부담을 해주고 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대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학교에 가기위해 일찍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그나마 인구밀도가 높은 런던 같은 곳에서 그나마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한가보다. 출근 시간부터 뛰면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루를 준비하고 여는 것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머물고 있는 동네의 역은 North Chessington으로 런던 초입인 Waterloo역 까지 대략 30~4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테니스 경기로 유명한 Wimbledon역이 있다. 런던 교외의 마을에서 그토록 세계적인 경기를 갖고 있었다. 그러한 세계적인 경기는 당연히 대도시의 큼지막한 경기장에서 갖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작한 게임이 역사와 함께 규모화되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니스 경기가 되었더라도, 굳이 런던시내에 커다란 경기장을 짓고 거기에서 개최하기보다는 역사를 존중하고 지역에서도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개최하고 있었다. 친구에 따르면 한번 경기관람을 갔는데, 유명한 선수의 것은 아예 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예선부터 match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훨씬 어려워진다), 비유명 선수의 예선경기이더라도 관람을 하려면 경기가 시작되는 9시의 2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봐야한단다.

거리에서 사람들은 굳이 신호등의 신호에 연연하지 않는다. 차가 천천히 달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느릿느릿 건넌다. 빨간 불인데 가다보니 경찰이랑 함께 건너고 있다. 차가 빵빵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항상 사람이 먼저이고 다음에 자전거, 그리고 자동차다. 이렇듯 분명한 사회적 규범이 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일상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

▲ 사정집 싱크대 밑의 쓰레기통
ⓒ 이현민
집집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일상화되어있다. 오전에는 일반쓰레기를 오후에는 분리수거를 청소차가 가져간다. 집 앞마다 공터마다 있는 잔디밭 역시 구청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재활용 쓰레기는 일주일에 한번 화요일에 수거한다. 집집마다 플라스틱 박스가 있어서 거기에 담아 대문 앞에 두면 청소차가 지나면서 비운다. 옆집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 놓았다. 쓰레기에 대해서 분리수거가 일상화되어있다.

싱크대 아래 문을 열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큰 그릇 같은 것을 넣어두는 공간에 쓰레기통이 있다. 일반 쓰레기-주로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아예 분리해서 구분한다. 아주 철저하게 하는 집은 종이류, 플라스틱류, 음식물도 집에서 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등 분리하고 있다고 한다. 병은 색깔별로 투명한 병(물병 등), 파란 병(음료수병 등), 갈색 병(맥주병 등)으로 구분해서 공동수집통에 넣는다.

그래도 동네에는 쓰레기가 자주 보이고, 구석진 공터에는 쌓여있는 더미들이 눈에 띈다. 여기도 사람 사는 모양은 마찬가지인 듯. 하지만 집에서의 작은 실천이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자 생활로서 배워나가게끔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다음 기사에는 영국의 동네와 도심의 공원, 태양열 집열판, 호수와 공원, 놀이터, 습지센터 방문기 등에 대해 연재할 예정입니다. 

* 생태지평연구소(ecoin.or.kr) 운영위원이자, 부안 시민발전소 소장인 이현민은 농사일이 끝난 지난 11월부터 영국 런던 - 독일 베를린 - 체코 프라하 - 독일 프라이부르크 - 라이프찌히 등 유럽 각지를 돌며, 교통 - 에너지 - 놀이 - 공원 - 여가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을 통해 유럽은 어떤 생태적 변화를 추구하며, 큰 흐름을 맞이하고 있는지 농부의 시선으로 찾아가보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농부가 바라본 유럽과 환경에 대한 소박한 시선의 연재는 계속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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