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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월 31일 기자 초청 설명회를 개최해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을 인터넷 EBS에서 강의한다고 밝혔다.
김용옥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월 31일 기자 초청 설명회를 개최해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을 인터넷 EBS에서 강의한다고 밝혔다. ⓒ 신철민
김 교수는 이번 강의는 철저하게 정통 기독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웃 종교를 포섭할 수 있다고 해서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을 벗어나거나, 동양사상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성경의 말을 버리고 새롭게 해석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가 해석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성서주의 오직 하나다. "성경으로, 예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 이 기준은 요한복음 강독의 기준일 뿐 아니라 그가 한국교회를 향해 외치는 온갖 비판의 핵심적인 근거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당신들이 신의 말씀으로 신봉하는 성경과 예수의 가르침에서 너무 벗어났다."

"정도 말하지만 비판은 자제할 것"

김 교수는 그동안 무슨 강의를 하던 현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고 거침없이 지적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성경을 다루는 만큼 현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빠질 수는 없는 일. 김 교수는 "목사가 되기 위해 한신대에 들어갔다가 1년 만에 뛰쳐나온 뒤 40년 동안 기독교에 맺힌 한이 많다"며, "열불이 나게 하는 일"에 의분을 숨기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수위를 철저하게 조절하겠다고 했다. 그는 상대편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비판은 삼가면서 정도에 대해 논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독교의 문제에 대해 숱하게 비판했지만 기독교인은 변하지 않고 되레 자신이 교회로부터 악마나 이단으로 낙인 받는 역효과만 낳은 결과를 보면서 한국 기독교와 대화하는 방법을 바꾸었다. 이제 그는 냉철한 이성의 문을 닫고 감정적 반발만 일으키는 쓴 소리 대신 그들을 품고 설득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신학적으로 그는 정통 기독교 안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신학이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이까지 버렸다며, 그들과 달리 김 교수 자신은 기독교의 근간인 유일-인격 신 사상을 붙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의 강력한 힘이 샘솟는 원천을 평범한 것으로 전락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하게 성경이 말하는 바에 따르는 원칙을 강독 내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정통에 가깝다고 자평했다. 다만 정통에 가까울수록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를 달았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과 소통 방법을 바꾸었지만 성경과 교회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기독교인이냐, 예수를 믿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질문에도 그는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 자기 안에 예수의 심상이 살아 있다고 고백했다. 교회가 성령이 충만한 신앙 공동체가 되기 위해 성경을 깊이 이해하며, 자신의 연구 성과가 한국교회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가 독특한 점은 영어로 성경을 읽어간다는 점이다. 영어 성경(RSV)을 중심으로 헬라어 성경, 한글개역판 성경을 놓고 비교해가며 요한복음 강해를 진행한다. 김 교수는 최근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이 회화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영어 공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훌륭한 문장을 쓰는 게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영어 단어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문장의 5형식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연습을 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택해 영어권의 고전을 해석한다.

"40년 방황 마치고 요단강 앞에 섰다"

김용옥 교수는 "철저하게 성경이 말하는 바를 강독 내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용옥 교수는 "철저하게 성경이 말하는 바를 강독 내내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 신철민
김용옥 교수는 동양 고전을 연구한 학자로 알려졌지만, 학자로서의 출발은 기독교였다. 1967년 목사가 되기 위해 한신대에 입학한 그는 문익환 목사에게 구약학, 이우정 선생에게 희랍어, 김재준 목사에게 동양사, 문동환 목사에게 성서교육학을 배웠다. 그렇지만 1년 만에 신학 대신 철학의 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신앙까지 버린 것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이후 40년간 동서양의 철학을 연구한 김 교수는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하는 것을 마치고 이제 요단강을 건너려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황혼에 접어든 나이를 고려한 말이고, 학문적으로도 이제 자신만의 정론을 펼칠 시기임을 고백하는 말이다. 그리고 세속적 집착을 버리는 과정을 밟았으며 한국교회를 위해 새로운 사역에 나서겠다는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다만 보통 신앙인들과 달리 "동양 고전을 섭렵한 사람으로서,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서 기독교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강독을 위해 지난해 8월 이후 연구와 집필 작업에 몰두했고, <기독교 성서 이해>, <요한복음 강해> 두 권의 책을 인터넷 강연에 맞춰 내놓을 계획이다. 두 권 모두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책값만 1만 달러에 이른다"며 "많은 자료와 책을 섭렵해 내 일생을 걸고 중후한 작업을 했다"고 자부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요한복음 강독이 기독교 내부의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며, 기독교 내부의 후속 토론에도 격조를 지키는 자리면 참석하고 싶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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