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2월 29일(금) 저녁 7시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생명·평화의 푸른 바다에서'라는 예술 잔치가 열렸다.
생명평화결사에서 주관한 이 행사는 '생명평화결사 100배 서원음반 <온숨> 제작발표회'와 '생명평화탁발시집 <바다가 푸른 이유> 출판기념회'를 함께 가지면서 온누리에 생명·평화의 북소리를 쏘아 올리는 장엄하면서도 신명나는 잔치 마당이었다.
생명평화결사에서 펴낸 생명평화 탁발 시집 <바다가 푸른 이유>는 우리 시대에 생명과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총 63명 시인의 '생명평화' 시를 담고 있다.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김용택, 박남준, 박두규, 안도현, 양문규, 이원규 시인 외에 전국의 수많은 시인들이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을 통해 세상의 평화와 생명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행사장 현장에서 박남준 시인의 육성으로 쏘아올린 '생명평화세상을 위하여'라는 시를 먼저 읽어보자.
꽃들이 어여쁘다
키 큰 나무들의 꽃그늘 아래
다투지 않고 피어난 키 작은 꽃들
평화롭게 산다는 것은 나를 온전히 비워내는 것이네
생명평화세상으로 가는 길
나를 끊임없이 나누어주는 것이네
아낌없는 것이네 고집하지 않는 것이네
내가 바로 서는 길이며
내가 바로 사는 일이네
그 길 즐겁고 행복한 일 결코 아니라네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란 고통스러운 일이네
내 이웃의 슬픔을, 그 흐르는 눈물을,
이 땅과 나아가 세상의 절망을 나누어지겠다는 일이네
그것 머릿속에서 다져서는 나오지 않는다네
가슴 뜨거운 각오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네
쫓기고 내몰려보았는가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지쳐 보았는가
그리하여 세상을 원망하고 좌절해보았는가
때로 도둑의 마음 품어보았는가
그 솟아나는 마음에 분노해보았는가
적개심으로 치떨어보았는가
진실로 벌거벗지 않고는 어렵고 어려운 일
나를 온통 내놓지 않고는 함께 할 수 없는 일
참 생명으로 산다는 일 참으로 힘겨운 일이네
비로소 눈을 뜬다는 것이네 귀를 연다는 것이네
눈 들어 귀기울이면 세상은 상처투성이들
소외당한 것들이, 외면 당한 것들이
잊혀지고 버림받은 것들 떠돌며 아우성이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세상에 심는 것이네
그 나무에 물을 주고 거름을 내는 일이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푸른 나무를 드리우며 산다는 일이네
나와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을 아끼고 지켜준다는 것이네
-하략-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부닥친 현대문명의 모순과 위기를 장황하게 거론하여 무엇 하겠는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만년설의 사라짐과 사막화, 쓰나미 같은 전 지구적인 이상 기후의 대 재앙,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간·민족간의 전쟁, 욕망 충족에 사로잡힌 채 가족마저도 살해하는 패륜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막다른 골목이다. 그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해야 하는가? "더불어 함께 사는" 생명과 평화의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박남준 시인은 목 놓아 외치고 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장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의 길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 이치는 단순하다. 다만 사람들의 관념이 복잡할 뿐이다. 존재의 실상은 목전에 뚜렷하다. 제대로 보고 마음먹으면 인생살이도 저절로 단순하다. 생명평화의 이치는 어렵지 않다. 다만 사람들의 관념이 어렵게 여길 뿐이다. 생명평화의 길은 지금 여기에 분명하다. 존재의 실상을 사실대로 보면 길이 저절로 열린다. 책상의 생명은 책상의 실상이 온전함이다. 집의 생명, 참새의 생명, 나의생명도 마찬가지다. 생명이란 존재의 실상이 온전함이다. 책상의 평화는 책상의 실상이 온전하게 존재함이다. 집의 평화, 참새의 평화, 나의 평화도 그러하다. 평화란 존재의 실상을 들어내는 등불이며, 생명평화를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는 좋은 양식이다. 함께 뜻을 내고 마음을 모았으니 생명평화의 삶이 지금 여기 나의 삶, 우리의 삶으로 심화되어 갈 터이다."
백무산 시인은 "평화는 숨죽이는 일, 내 자리 비우는 일/평화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일/침묵해서 작은 소리 귀 기울이는 일/내 자리 비워 너를 앉히는 일, 평화는/내 목소리 비워 뭇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평화는 너와 나를 방생하는 일"('이 길에서 삶을 혁명하리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본래의 삶은 "본래 내것이 아님을 배우는 일/본래 누구의 것도 아님을 배우는 일"이라고 한다. 또 권석창 시인은 "길은/산을 잘라 만드는 게 아니라/가기 쉬워서 여럿이 자꾸 가다보니/절로 길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네"('죽령 옛길)라면서 여럿이 함께 가는 게 '길'이라고 쓰고 있다.
죽임의 문명을 살림의 문명으로 되살려 놓으려는 '생명평화결사'의 실천적 노력과 그 일에 시로 참여한 시인들의 노래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값지다. 생명평화 탁발 시 모음집 <바다가 푸른 이유>를 펼쳐서 생명과 평화의 노래를 따라 불러보자. '바다가 푸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노래를 함께 부른 63명의 시인은 다음과 같다.
강영환 권석창 고증식 고재종 곽재구 김기홍 김수열 김만수 김영석 김용락 김용택 김은숙 김인호 김재홍 김정희 김종인 김태수 김해자 나희덕 도종환 동길산 문창길 박금리 박남준 박두규 박래여 박일환 백무산 신진 서수찬 손세실리아 안도현 안상학 이응인 안준철양문규 오용기 온형근 우미자 유승도 유용주 윤정구 이병철이상인 이수호 이원규 이정록 이종암 이중기 이상국 정성수 정세훈 정안면 정일근 정용국 정태춘 조명 조성래 채정은 최춘희 최영철 함순례 황규관
덧붙이는 글 | 경북매일신문 '이종암의 책 이야기'에도 송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