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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해 5월 인천항을 출발, 8월 중국 대륙 종단을 마치고 인도를 거쳐 미국으로 떠난 박정규. 그가 마침내 LA 출발 126일만인 지난 1월 25일 미국 대륙 자전거 횡단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바쁜 일정 탓에 제때 전하진 못한 생생한 여행기도 <오마이뉴스>에 계속 연재할 예정입니다. 우선 뉴욕 도착 소식부터 전합니다. <편집자주>
ⓒ 박정규

▲ 워싱턴 브리지에서.
ⓒ 박정규
지난해 9월 22일(금) 캘리포니아 LA 도착, 미국횡단을 시작해 넉 달 만인 지난 1월 25일(목) 오전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미국 횡단의 마지막 목적지인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이로써 126일, 6006km, 18개 주를 횡단하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1월 25일 오전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니 178th 거리가 나왔다. 목적지는 14th. 미리 준비한 대형태극기를 펄럭이며 동포들이 많이 산다는 32th까지 달려갔다. 어떤 외국인들은 "안녕하세요~" 한국분들은 "힘내세요!"라며 많은 분들이 호기심 섞인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제보를 해주셔서 라디오서울, 뉴욕 중앙일보, 한국일보, TKC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였고, 기사를 보고 연락 주신 분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또 미리 만나기로 한 명사 분들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126일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항공포장을 잘못해서 자전거 뒷바퀴를 분리한 채 비싼 공항택시(슈퍼셔틀)를 탔던 일부터 내가 타는 자전거 제조회사인 KHS 본사로 찾아가 재정 후원을 요청한 일.

▲ 미국 자전거 횡단 지도
ⓒ 박정규

126일 동안 겪은 온갖 우여곡절들

지금까지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펑크를 직접 때웠는가 하면 LA에 도착한 2일째 모 회사 앞 잔디에서 자다가 스프링쿨러에 놀라서 새벽 3시에 잠에서 깨기도 했다.

후버댐 가는 도로상 하행선 사이의 부지에서 자다가 '아~우' 하는 동물울음소리에 놀라서 깬 일, 저녁에 레드마운틴을 넘다가(최고 해발 2400m) 사람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일, 뱀과 마주했을 때 서로 놀랐던 일, 우체국에서 자다가 경찰에게 발각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국도에서 50cm 옆으로 트럭이 지나가며 자전거가 휘청거렸을 때, 밤새 쌍코피 흘리며 찾아갔던 목적지에서 800km를 잘못 왔다는 걸 알았을 때(springville인줄 알았는데, springerville이었다. 유타로 가야했는데, 애리조나로 온 거였다) 얼마나 황당했는지.

팔목에 '태권도'라는 글자와 자신의 '사범 얼굴'을 문신한 킥복싱 세계 챔피언, 대형 십자가를 지고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걸어가고 있는 '데니스', 자전거 타고 뉴욕 간다니까, '예수 믿으세요?' '네-'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두 손을 꼭 잡고 눈물 흘리며 기도해준 길가는 아주머니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10마리의 개가 쫓아온 일, 8개월 만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6마일을 달린 일 등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 라스베가스를 지나 애리조나 경계지역 도착!
ⓒ 박정규

"오늘 밤 당신 집에서 묵어도 될까요?"

텍사스 이전까지는 회사 앞 잔디, 가드레일 안쪽 부지, 국도상, 하행선 사이의 부지, 공사장, 도로 아래 수로, 우체국, 초등학교 앞, 교회 계단 앞, 여행자센터 장거리전화하는 곳 구석, 화장실, 레스토랑 카운터 뒤, 교회, RV카, 카센터 창고, 가정집 창고, 가정집, 모텔, 호텔 등에서 잠을 잤다.

텍사스 이후로는 '캠핑을 하는 것도 좋지만, 미국에 온 이상 이들의 가정 속에 들어가서 좀 더 자세히 그들의 삶을 느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해질 무렵이 되면 인근 민가에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정규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지금 자전거 세계 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이전까지는 밖에서 잤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추울 것 같아서, 절 도와줄 집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 밤 당신 집에서 묵어도 될까요?"

"집에 아이들이 많아서 침대가 없다. 이웃집에는 침대가 있을 거다."

추천받은 집으로 가면 또 다른 집을 추천해 주고… 그 집은 또 다른 집을 추천해 주고…. 그렇게 추천 문화가 발달한 동네도 있었다.

반면에 '집에 아이들이 많으니까 불편할 거다. 모텔로 가자. 내가 계산하겠다'거나 '아는 교회로 데려다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 후버댐 가는 길
ⓒ 박정규
어느 도로를 지나다 무심결에 오른쪽을 봤는데 검정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출생, 2006년 사망. 프랭키 히달고]

내가 여행을 떠난 그 해에 그는 하늘로 여행을 떠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 한 움큼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온몸을 빈틈없이 메워버렸다. 그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친구가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웠다.

ⓒ 박정규

<자전거 미국 횡단 이동경로>

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뉴멕시코-텍사스-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워싱턴D.C-메릴랜드-델러웨이-펜실바니아-뉴저지-뉴욕


이후 일정에 대해서

2월 12일 버스를 타고 보스턴으로 가서 2주 정도 대학가를 둘러본 뒤 2월 말에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3월 말까지 한국에서 체류하며 여행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4월에 다시 출국하여, 쿠바, 남미, 아프리카 여행 후에 2008년 2월에 완전귀국할 계획입니다. 아직 쿠바로 갈지, 아프리카로 갈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건 변함없고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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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 박정규
ⓒ 박정규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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