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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학교 선생님들로 구성된 풍물패.
전남의 학교 선생님들로 구성된 풍물패. ⓒ 최장문
판소리.
판소리. ⓒ 최장문
전국의 역사 교사들이 남도의 판소리 가락에 완전히 빠져 들고 있다.
전국의 역사 교사들이 남도의 판소리 가락에 완전히 빠져 들고 있다. ⓒ 최장문
3박 4일의 여정이 드디어 마지막 밤으로 치닫고 있다. 밤 8시부터 시작된 '역사교사의 밤'은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른다. 남도의 소리가 잠들어 있던 전국 역사교사의 내면의 흥을 깨워놓았기 때문이다. 풍물과 판소리는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다.

장구와 징 꽹과리 등의 굵고 가늘고 빠른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 마음을 꽁꽝꿍꽝, 내 어깨를 '들썩들썩' 하게 만든다. 사실 풍물 하시던 분들이 덩실덩실 춤을 출 때 나도 같이 추고 싶은 순간적인 충동이 있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그냥 앉았다.

대학교 다닐 때는 운동권 학생들만 풍물을 하는 줄 알았고, 수업시간에 창문을 넘어 들려오는 소리는 시끄러운 매미소리와도 같았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풍물소리가 사람을 이처럼 가슴 벅차고 흥겹게 한다는 것을 남도의 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남도의 맛, 홍어!

전라남도에서 발행한 소책자. 전남 각 시·군의 음식에 대한 정보를 190쪽에 담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발행한 소책자. 전남 각 시·군의 음식에 대한 정보를 190쪽에 담고 있다. ⓒ 최장문
전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이다. 호남의 넓은 평야와 영산강 그리고 바다가 만나 풍부한 물산을 제공하고 이것이 남도만의 음식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번 답사에선 홍어를 맛보았다. 장용준 선생님(전남 함평고)은 "전라도를 알려면 홍어를 먹어봐야 한다. 홍어 먹고 '아~ 맛있다'하면 전라도 사람 다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부터 홍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흑산도였다. 고려 말 국가의 공도(空島)정책으로 흑산도에서 영산강 주변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따라 홍어란 음식도 따라 들어온다.

그 무렵에는 흑산도에서 목포를 거쳐 영산포까지 5일 이상 걸리다보니 그 사이에 홍어가 삭혀져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발효 맛을 내게 되어 지금과 같이 숙성시켜 먹는 홍어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홍어의 청출어람이라고나 할까!

홍어회.
홍어회. ⓒ 최장문
전라도 잔치 상에는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한다. 홍어회, 홍어무침, 홍어튀김 등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울산의 여혜경 선생님은 "끝내 정복하지 못한 음식, 그 기막힌 맛, 화장실을 먹는 느낌"이라고 홍어회를 평했다. 나도 1년 전에는 홍어회가 발꼬랑 냄새 같았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톡 쏘는 향과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가는 듯 하다. 나도 이젠 홍어회 먹고 ‘아~ 맛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도의 정, 사람들!

전남 선생님들이 ‘역사교사의 밤’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남 선생님들이 ‘역사교사의 밤’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최장문
'전라도 사람들, 드세고 뒤통수 잘치고... 가까이 하지 말지어다.' 고향이 충남인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곧잘 듣던 말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남도 사람들에게서 향수를 느낀다.

전라도 선생님들! 처음 맛보는 홍어처럼 깨름직한 맛이었다. 왠지 나서기 좋아하고 친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홍어의 깨름직한 냄새가 톡 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바뀌듯 만나면 만날수록 남도 선생님들의 넉넉한 마음에 취하는 것 같다. 이번 연수에서도 각종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 전국의 선생님들을 감격케 했다. 신명나게 놀고 미친 듯이 공부하는 그들이 샘이 나면서도 존경스럽다.

전남 선생님들이 '역사교사의 밤'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남의 박병섭 선생님은 인사말에서 "유행가 가사처럼 한번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데요. 이번 자주연수 답사엔 누가 올까, 누구를 만날까? 설레 인다. 어느새 그런 모임 그런 사람들이 되어버렸어요"라고 말했다.

'남도 선생님들의 정(情)과 넉넉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영산강이 만들어낸 풍부한 물산과 먹 거리가 넉넉하고 푸짐한 전라도 인심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이번 답사의 요점들을 답사자료집 겉장에 맛깔스럽게 그려놓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승 사이에 당신을 그려 넣었다. 얼굴에 호기심과 장난끼가 가득 들어있는 듯하다. ‘김영주?’, 이것이 이름이 아닐까?
이번 답사의 요점들을 답사자료집 겉장에 맛깔스럽게 그려놓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승 사이에 당신을 그려 넣었다. 얼굴에 호기심과 장난끼가 가득 들어있는 듯하다. ‘김영주?’, 이것이 이름이 아닐까? ⓒ 최장문
이번 자주연수는 남도의 맛과 소리와 넉넉한 사람들의 정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전국역사교사의 한마당 잔치였던 것 같다. 이제 영산강은 호남을 지나 전국을 적시는 젖줄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전국역사교사모임 겨울자주연수를 준비해주신 전남 선생님들의 헌신과 열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2007년 전국역사교사모임 여름자주연수는 울산에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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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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