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참전을 거부했던 일본계 미국인 장교인 에렌 와타다(28) 중위에 대한 군사재판이 5일(현지시각)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서 열렸다.
엠네스티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미 사병 3명이 이라크 전쟁 참전을 거부해 징역 12~15개월 형을 받기는 했지만 장교 가운데는 와타다 중위가 처음이다. 그는 군사 법원에서 혐의가 확정되면 최고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와타다 중위의 사례는 처음에 이라크 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다가 이제는 등을 돌린 미국 민심의 변화와 비슷하다.
최고성적의 미 중위 "군복이 부끄럽다"
@BRI@지난 1978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와타다는 2003년 하와이퍼시픽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장교로 입대했다. 2001년 9·11 테러는 그에게 '조국을 지키기 위한 열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의 첫 근무지는 주한 미2사단 3여단. 그는 2004년 말부터 2005년 5월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다. 그는 상급자들에 의해 최고 성적으로 평가받았으며 입대 동기들보다 더 빠른 진급을 추천받았다.
그런데 미2사단 3여단은 기동성이 강한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재편되었고 이라크로 차출되게 된다. 와타다는 2005년 6월 미 2사단 3여단 본부가 있는 미국 포트 루이스로 돌아왔다.
이 때부터 와타다는 자신이 참전하게 될 이라크 전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엔헌장과 미국 헌법, 이라크 역사를 공부했고,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예비역 장병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이라크 전쟁은 불법이고 비도덕적 전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와타다는 2006년 1월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제대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그렇다면 이라크가 아닌 아프가니스탄에 가겠다고 했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와타다는 일반적인 '반전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충분히 근거 있고 국제적으로도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와타다는 "나는 우리의 지도자(부시 대통령)가 우리가 그에게 가지고 있던 신뢰를 배신할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벌였던 사기의 수준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나는 군복을 입고있는 것이 부끄럽다"며 "만약 대통령이 나의 (그에 대한) 신뢰를 배신했다면, 그가 나로 하여금 하게 했던 행동에 대해 평가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참전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유죄 확률 높아... 와타다 "불법적 명령은 거부"
와타다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 표출, 비신사적인 행동, 그의 부대가 이라크에 갈 예정이었던 2006년 6월 22일 소집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미군 당국은 군인은 명령 체계를 따라야 하며 어떤 전쟁에 참전할 수 있는지 선택할 권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와타다는 미국 헌법에 따르면 그에게는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와타다는 올 1월 미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 참전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대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이 문제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왜 군인들이 이라크에서 죽어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게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와타다의 유죄확률이 높다. 군 법원 판사는 "이라크 전쟁이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문제는 군사 재판에서는 다루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판결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