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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열린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 도중 경과보고를 하기로 되어 있던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수술용 칼로 배를 긋고 있다.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열린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 도중 경과보고를 하기로 되어 있던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수술용 칼로 배를 긋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집회 도중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자"고 외치며 수술용 칼로 할복한 뒤 손에 피를 묻혀 흰 천에 피를 묻히고 있다.
집회 도중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자"고 외치며 수술용 칼로 할복한 뒤 손에 피를 묻혀 흰 천에 피를 묻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에 연설자로 나선 의사회 관계자들이 '사회주의' '주사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에 연설자로 나선 의사회 관계자들이 '사회주의' '주사파'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6일 거리로 나섰다.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뒤 벌어진 첫 시위다.

서울시와 인천시의사회 소속 의사들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소속 간호조무사 4500여명(경찰 추산, 서울시의사회 추산 6500여명)은 이날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다.

의사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전문가가 아닌 간호사에게도 간호진단을 하도록 하고, 유사의료행위를 장려해 결국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이라며 개정안에 크게 반발했고, "의료수가가 올라가 국민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담고있는 보수교육 강화와 면허갱신제도, 표준진료지침 도입에 대해 "의사를 노예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간호조무사들 역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업무영역이 넓어져 결국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위에 동참했다.

나아가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은 임기를 1년 남긴 참여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집회에서는 참여정부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난하는 막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몇몇 사람은 의료법 개정안을 '주사파 의료법'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피부관리사·발마사지사도 진료하게 만드는 법"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 잡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가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 잡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할복을 한 좌훈정 홍보이사는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쥔 채 한동안 운동장을 돌거나 연단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쳤다. 이 시간동안 주최측에서는 아무도 피를 흘리는 좌훈정 홍보이사를 제지하지 않았다.
할복을 한 좌훈정 홍보이사는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쥔 채 한동안 운동장을 돌거나 연단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쳤다. 이 시간동안 주최측에서는 아무도 피를 흘리는 좌훈정 홍보이사를 제지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만호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법 개정은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도 된다"며 "참여정부는 5개월 만에 졸속처리하려 하지 말고 차기 정권에서 재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의료법이 개정되면 의사는 의사 노릇을 못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 노릇도 못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유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의료법 개정안의 배경에는 유시민 장관의 정치쇼가 있다"며 "다 망해가는 정권에서 무슨 얼어죽을 의료법 개정이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희두 한국의정회장은 한술 더 떠 '사회주의' '주사파' 등의 표현을 쓰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잘못된 사회주의 주사파의 의료법을 깨부수기 위해 황량한 이 벌판에 나와있다"고 말문을 열었고 "사회주의 의료정책은 일부 이익단체를 위한 포퓰리즘적 표심거래"라고 열을 올렸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비난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의사회 소속 한 의사가 할복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경과보고를 하기로 돼 있던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는 연단에 오르지도 않은 채 즉석에서 테이블과 수술칼을 준비해 "혈서를 쓰겠다"며 할복했다.

좌 홍보이사는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자"며 7cm 가량 배를 찢은 뒤 준비해 온 작은 펼침막 뒤에 혈흔을 남겼다. 이어 펼침막을 들고 집회 대열을 향해 뛰어가며 "정치적 욕심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노예화하는 정부는 각성하라"고 계속 구호를 외쳤다. 그는 5분여 만에 주변 의사들에 의해 응급치료를 받은 뒤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다.

할복 혈서 소동이 벌어진 뒤 연사로 나선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피부관리사나 발마사지사도 진료를 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인천시사회 의사들과 간호조무사들은 이날 오후 5시께 유시민 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해산했다. 하지만 대한의협은 7일 광주와 울산, 8일 부산에서 또 다시 결의대회를 연 뒤 오는 11일 과천에서 9만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옥외집회를 준비하고 있어 정부와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인천지역 의사와 간호조무사협회 회원들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해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서울과 인천지역 의사와 간호조무사협회 회원들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해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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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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