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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7일 오후 2시 30분]

▲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니…, 뭐 지난 1년 동안 고생도 했고, 성과도 냈으니까 당연히 기대가 크죠. 물론 같은 건물 안에서 뻔히 못받는 동료들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쩔수없죠."(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A 과장)

"개개인으로 따지면 성과를 안 낸 사람이 얼마나 있나? 같이 (공채로) 입사해서 누구는 운좋게 좋은 사업부서로 가고, 누구는 만년 적자 사업부서에서 뺑이치고…. 이렇게 PS 몇 번하고 나면 동기보다 억대이상 (연봉)차이가 나면 허탈하죠 뭐."(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B 과장)


6일 낮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뒤편 시계탑 부근. 수십여명의 삼성맨들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짬짬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손에 커피나 담배 등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들에게 화제는 단연 'PS'(초과이익분배금, Profit Sharing)였다.

당초 지난 1월말에 지급되기로 했던 PS가 늦어져 오는 7일 지급되기 때문이다. 초과이익배분금제도(PS)는 지난 2000년부터 삼성이 도입한 이른바 성과급 제도다. 1년에 2차례씩 지급되는 생산성 격려금(PI)과는 별도로 1년에 한번 연초에 종업원들에게 지급된다.

지난 1년동안 경영실적을 평가해서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분의 20%를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많게는 연봉의 50%까지 받을 수 있다. 목표를 못 채웠거나, 적자가 나면 아예 받지도 못할 수 있다.

운 좋게 사업부서 잘 들어가면 몇년 새 억대 연봉에?

작년 이른바 '보르도 열풍'으로 올해 PS 50%를 받게 됐다는 디지털미디어(DM) 총괄의 C 차장. 그는 지난 2005년엔 PS 40%를 받았다. 2년 동안 받은 PS만도 거의 1년치 연봉에 달한다.

그는 "성과금제도를 두고 좀 말들이 많긴 하지만, 업무 생산성이나 직원 사기를 높여주는 부분도 있다"면서 "물론 받지 못하는 동료들 입장에선 안타까울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10년차 과장이라고 밝힌 또 다른 직원은 "회사 안에서 다르긴 하지만 잘나가는 사업쪽의 맞벌이 부부가 PS 50%를 몇 년 받는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지방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산다는 이야기가 실감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속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은 "그쪽 부서가 아니다"고 손사레를 쳤다.

올해도 PS를 둘러싼 삼성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전하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PS의 70% 이상을 가져가는 삼성전자 내부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최고 50%의 PS를 받는 사업부는 반도체총괄의 메모리사업부, 정보통신총괄의 무선사업부, 디지털미디어(DM)사업부의 VD사업부 등이다. 메모리와 무선사업쪽은 최근 수년 동안 삼성전자의 주요 현금수익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따라서 이들 부서의 경우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직원이라면 올해 PS 금액만 2000만원에 달한다. 임원일 경우 금액은 더 커진다.

소수의 'PS재벌'이 삼성을 책임지나?

▲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물론 적자를 내거나 사업이 부진한 부서는 PS를 한푼도 못 받거나 거의 없는 곳도 있다. 2005년에 이어 작년에도 적자를 기록한 일부 사업부들이다. 생활가전사업부와 디지털미디어(DM)사업부의 AV사업부, PC사업부 등이다. 같은 사업부인 DM 안에서도 지갑의 차이는 극과극인 셈이다.

시계탑 주변에서 만난 한 직원은 "성과가 있는 곳에 주는 당연한 보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과연 그 성과가 그들만의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는 "입사때 만해도 자기가 원하는 계열사나 부서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라며 "인사쪽에선 부서 등 순환 보직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PS가 걸려 있는데 쉽게 옮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생명에 근무한다는 D 과장은 "전자를 빼고 나머지 계열사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서 "전자쪽의 잘 나가는 사업부의 동기를 만나면 우리들끼리 우스갯 소리로 'PS 재벌 오셨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동료라고 밝힌 직원도 "삼성에만 다니면 돈을 엄청 버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 "열심히 일해 얻은 성과를 가져가는 것이라 뭐라 말하지 않지만, 직원들끼리 솔직히 허탈하다는 생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과라는 것이 개개인 혼자 잘나서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닐 때도 많다"면서 "그래서 일부에선 위쪽에 로비하면서 부서를 옮기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옳은일 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 7일께 최대 7000억원 성과금 지급 예정

일부 직원들의 볼멘소리에도 이날 오후 만난 삼성맨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많지 않지만 일부 보너스를 들고 설에 고향을 찾을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쪽은 PS 지급과는 별도로 이번주에 기본급 기준으로 100%의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삼성 임직원들은 올해 초에 지급된 생산성격려금(PI)와 지난달 21일 받은 월급, 7일께 지급되는 PS와 설 상여금 등 4차례에 걸쳐 '현금'을 만지게 됐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PS를 두고 일부에서 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 PS 규모는 오히려 예년보다 적은 규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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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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