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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이 경제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돌연 사표를 내고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에 더하다.

오늘 <한겨레신문>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 관료냐, 민간이냐' 기사를 통해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후임 회장 선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미 연임 의지를 내비친 황영기 현 회장도 공모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박병원 차관의 출사표에는 정부의 의중도 작용한 듯 싶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기로 한 데 이어 박 차관이 지원한 것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회장은 관료, 은행장은 민간 전문가가 나눠맡는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전혀 다른 분석('우리금융 회장 응모 후 사표 낸 박병원 차관-아파트 원가공개 반대… 퇴임 후 이례적 하향 지원')을 내놓았다.

<중앙>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미는 후보가 따로 있다는 소문"을 전했다. "정권 말기에 코드가 딱 들어맞지 않는 시장주의자의 운신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관가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그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브레인이자 전도사였지만 시장주의자임을 자처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경부와 우리금융은 업무관련성이 없나

@BRI@<한겨레>든 <중앙일보>든, 관심의 초점은 누가 우리금융의 후임 회장이 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혀 달리 본 신문도 있다. <서울신문>이다. '윤리 빠진 공직자 윤리법' 기사를 통해 박병원 재경부 차관의 우리금융 회장 응모에 기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금융권을 감독 관리하던 재경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금융 최고경영자로 바로 자리를 옮겨도 되는가? 공직자윤리법은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있는 사기업체 또는 협회에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재경부와 우리금융은 업무 관련성이 없는가?

<서울>은 박병원 재경부 차관 이외에도 한국전력 사장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에 대해서도 똑같이 의문을 제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에 구멍이 나도 크게 나 있다는 것이다.

첫째,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시 '취업승인'을 받거나 '취업확인'을 받도록 돼 있지만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업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조항'에 해당하는지 심사를 거쳐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고, 업무관련성이 없을 때에도 일단 '확인'은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취업승인을 받은 사례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2002년 2건, 2003년 3건, 2004년 4건, 2005년 7건이다. "같은 기간 공무원 수백명이 퇴직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재취업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공무원은 정말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밥벌어 먹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직장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말이다.

그나마 심의조차도 허술해 보인다. 과거 담당 공무원에게 맡겨놓았던 '취업확인'을 지난해부터는 공직자윤리위에서 하도록 한 뒤 지난 한 해 취업확인 건수가 112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2건만 '불가' 처리됐다.

왜 그런가? 그 비밀의 열쇠는 결국 '사람들'에게 있다. "취업 제한 업무 범위나 예외 규정을 어떻게 해석·적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단적인 사례를 하나 들고 있다. 2003년 금융감독원 조사 1국 출신 사례다. 이 곳 출신 국장 두명이 퇴직 후 증권사에 취업했다. 조사 1국은 증권 선물시장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재취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실질적인 결정은 금감위가 담당하므로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유권해석했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었다.

▲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정경제부 입구.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병원 차관의 재취업, 승인하시겠습니까?

설령 '불가' 판정이 나와도 비상구는 있다. 소송을 내면 된다. '불가판정'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내면 2~3년은 훌쩍 지나간다. 소송이 끝날 때쯤이면 취업제한 기한 '2년'은 이미 지나가고 난 뒤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서울>은 그렇게 해서 '취업불가' 판정을 받고도 잘 지내고 있는 사례를 적시하고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한두 건에 불과할까?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나 이원걸 산자부 차관이 떳떳하게 우리금융 회장과 한국전력 사장 공모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여기서 퀴즈를 내보자.

Q1. 박병원 차관이나 이원걸 차관이 만약 우리금융 회장과 한전 사장이 됐다(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인 당신은 그 분들의 재취업 '승인' 혹은 '확인' 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① 직무 연관성이 있다.
② 직무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Q2. 직무연관성이 있다면 공직자 취업제한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보는가? 해당된다면 다음 예외조항 가운데 어떤 조항에 해당된다고 보는가?

① 국가안보, 국가경쟁력,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② 직제와 정원의 폐지 등으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면직될 경우
③ 정부가 출자한 사기업체의 경영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
④ 기술 자격소지자로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⑤ 법원 결정 또는 법령 규정에 의해 사기업체 등에 취업하는 경우
⑥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극히 적은 경우
(이상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 주의사항: 위원들은 결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되며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예외없이 엄정하게 적용해 그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금융이나 한전은 정부 지분이 꽤 된다.

자, 여러분들은 어떤 답을 내놓겠는가? 답은 <서울신문> 장세훈 기자(shjang@seoul.co.kr)에게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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