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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의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한·미·일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북핵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의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한·미·일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 연합뉴스 이상학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담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가파른 대결 국면으로 치달아온 한반도 정세가 이번 회담을 통해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을 제외한 각국 대표단은 하루 전인 7일 속속 베이징에 도착, 자체 회의와 개별 접촉 등을 갖고 막바지 회담 전략을 점검했다. 러시아 대표단이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서우두(首都)공항을 통해 베이징에 들어왔고, 이어 오후에 미국과 일본, 한국 대표단이 차례로 도착했다. 북한 대표단은 8일 오전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측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대표단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갖고 이번 회담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과 도쿄를 거쳐 이날 오후 일본 대표단과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모든 참가국들과 협의를 진행해가며 열심히 회담을 준비했다"면서 "이번이 매우 중요한 회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6자회담은 다시 한번 진실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공약을 현실로 만들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회담에 임하는 결의를 밝혔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이행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협상 진전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베를린 양자접촉 이후 잇달아 밝은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에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양측이 보이고 있는 전향적 자세가 실제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선 모른다. 힐 차관보는 지난 5일 서울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9.19성명의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문서로 합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참가국들간 개별 협의를 통해 진전시킨 내용을 문서로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작업이다. 문장의 표현 하나하나, 자구 하나하나를 놓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측은 3~4일간 정도면 회담을 마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더 길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합의문이 나올 때까지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예상되는 주요 포인트를 짚어봤다.

[포인트1] 북한, 실질토의에 들어가나

북한은 지난해 12월 열린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미국에 금융제재 문제의 '선(先) 해결'을 요구하며 사실상 실질토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제가 순수한 '법 집행' 문제라며 6자회담과 연계시킬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입구에서 막혀 본격적인 논의는 해보지도 못하고 헤어졌던 것.

이번에는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지난달 베를린에서 3일간 만나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서로 그 결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12월 회담의 재판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미 간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실무회담에서 눈에 보이는 결실이 나타나지 않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일말의 불안감은 남아있다.

북한은 미국이 취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등 금융제재가 근본적으로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므로 대화를 하려면 이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실질논의에 들어간다면 그 자체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의지를 확인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포인트2] 북한, 초기단계 이행조치 어디까지 응하나

북한은 지난해 12월 회담에서 '조건만 갖춰진다면'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 등 핵시설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monitering)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이번에 북한이 제시할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같은 동결과 감시 허용의 대가로 매년 50만t의 중유 등 대체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는 94년 '제네바 합의'와 거의 흡사한 구조이다. 이 점이 미국으로서는 고민일 것이다. 전임 빌 클린턴 정권의 대북정책을 부정하면서 출발했던 조지 부시 정권으로서는 '제네바 합의'로 돌아간다는 것이 '치욕'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서는 이번 합의를 어떻게든 제네바 합의보다 강도 높은 조치로 포장하고 싶을 것이다. 힐 차관보도 '제네바 합의+섬씽'이라고 표현했다. 북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6일 북한이 미국에게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지는 폐기를 전제로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은 주목된다. 한국 정부당국자도 "제네바 합의에서의 '동결'은 일시적인 가동 중지로 북한 기술자들이 언제든지 시설에 들어가 보수, 정비하는 것이 허용됐으나 이번엔 '폐기'를 전제로 한 가동 중지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설명했다.

[포인트3] 미국은 북한의 조기 이행조치에 대해 어떤 상응조치 취하나

북한이 영변 핵 관련 시설의 동결 대가로 제네바 합의 때와 같은 규모인 매년 중유 50만t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이 밖에 테러국가 지정 해제 등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은 과연 이를 흔쾌히 수락할 것인가? 최대한 명분을 찾으려 하겠지만 큰 방향은 북한의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정해진 것 같다. 힐 차관보 스스로 "제네바 합의와 비슷한 구조"를 언급한 바 있고, 핵 폐기의 기술적 과정을 볼 때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난 힐 차관보는 합의가 이뤄진 후 쏟아질 비판을 벌써 걱정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합의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는 '상응조치'에 대한 결심이 어느 정도 서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포인트4] 나머지 참가국들이 상응조치에 협조할까

'폐기를 전제로 한 핵시설 동결'이라는 북한의 초기단계 조치에 대해 미국이 중유 50만t 제공 등의 '상응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다른 참가국들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북한에 대체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드는데 이를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느냐를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일정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떠맡았던 일본이 납치문제의 해결 전에는 대북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2003년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했던 중유 비용은 전부 미국이 부담했었다는 점도 논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게 되면 비용은 당연히 미국이 부담하는가'라는 질문에 "9.19성명은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며 미국이 혼자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힐 차관보가 7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6자 모두에게 달려있다"고 한 것이나, 천영우 본부장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합리적 상응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색하거나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간 '상응조치'에 대한 협의에서 난항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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