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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윤이의 아토피 일상과 산사학교 이후 변화를 담은 어머니 유내영씨의 글입니다. 유내영님은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진행한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여한 이소윤 학생의 어머니입니다. 이소윤 학생은 여름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이어 이번 겨울방학 산사학교까지 참가하였습니다. <편집자주>
▲ 아토피 Zero 산사학교 입학식 모습
ⓒ 생태지평
"엄마, 나도 저 과자 먹고 싶어."
"저 사탕 먹으면 안~돼? 딱 하나만 먹으면 안~돼?"

@BRI@다른 아이가 과자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슈퍼마켓을 지나칠 때 소윤이는 항상 졸랐었다. 아이의 심정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지만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도 주위 친구나 동생이 먹는 것을 보는 소윤이의 스트레스가 안쓰러워질 때는 아토피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유기농 가게에서 사 줄 때도 있었다.

엄마와 수없이 약속을 하곤 했으면서도 주변의 어른들이 과자나 사탕을 손에 쥐어줄 때, 또는 하교길 슈퍼마켓을 지날 때면 여지없이 약속을 저버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확인하고 싶어 하면 소윤이는 고개를 숙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아주 태연하게 불량식품을 사먹지 않았노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가방 속이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증거물은 나오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렸던 일들…. 밤이 되면 먹은 것을 후회하며 잠 못 이루면서도 소윤이와 나는 술래잡기라도 하듯 도망치고 잡고, 다시 도망치고…. 너무나 힘겨운 일상이었다.

▲ 입학식날 함께 한 이소윤 학생과 어머니 유내영님
ⓒ 생태지평
작년에 생태지평이라는 곳에서 '아토피 제로 산사학교'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다. 엄마와 떨어지기엔 좀 긴 기간이었지만 우린 서로 용기를 냈고, 다행스럽게도 5일 동안 갑사에서 지내고 돌아온 소윤이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겪는 고통을 함께 느끼는 동질감이랄까? 몸을 할퀴고 있는 아토피의 상흔을 애써 숨기지 않아도 되는 또래들과 함께 보낸 5일 동안 정말 즐거웠는지 재미난 일들을 한껏 수다로 풀어대며, 다음 캠프 때도 꼭 신청해 달라는 부탁을 몇 번씩 하곤 했었다.

모든 아이가 채식을 하고, 천연비누와 치약을 만들어 쓰고, 과자는 입에 대지 않는 생활을 함께 하면서 학교에서 나와 다른 생활을 하는 친구들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껏 발산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학교 급식을 대하는 소윤이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학교급식에 인스턴트 음식이 나오는 날은 집에 와서 불평을 하는 일이 잦았는데, 산사에 다녀온 후로는 스스로 그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본인 스스로가 과자를 먹지 않으려 했고, 옆에서 친구나 동생이 과자를 먹고 있으면 과자가 몸에 해롭다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단다. 드디어 엄마와 과자의 술래잡기가 막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 소윤이가 한없이 대견스러웠다.

▲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강의
과자. 떨치기 힘든 유혹.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강의
ⓒ 생태지평
그러나 간혹 고비는 찾아왔다. 가을 운동회 준비기간! 열심히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 반 어머니들은 매일 돌아가면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엄마 ○○음료수는 먹어도 괜찮아?" 하고 학교에서 전화를 걸어오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날이 많았다.

나에게도 지옥에서 보낸 시간처럼 느껴졌으니 아이는 오죽했겠나 싶다. 소윤이에게는 그 2주일이 자신과의 힘겨운 투쟁의 시간이었고, 어른들의 두 가지 모습에 혼란을 느끼는 날들이었다. 4학년 아이가 감내하기엔 너무나 힘겨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 아이들이 항상 즐겁게 진행한 민족무예 경험
ⓒ 생태지평
드디어 겨울산사학교가 여주 신륵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받았다. 소윤이는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으면서 기다렸다. 날이 다가오자 가방을 꾸리는 소윤이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평소 짜증이 많았던 아이라 "우리 둘째 딸이 맞냐?"면서 "소윤아, 산사에 가지 말고 우리 강원도로 여행 갈래?"라고 싱글싱글 농담을 던진다. 소윤이는 "나는 여주에 가야 하니까 언니랑 셋이서 다녀오세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받는다.

▲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천연비누
ⓒ 생태지평
"오버하지마. 평상시 소윤이 같지 않아" 하며, 언니도 거들지만 마냥 즐거운 소윤이가 우리 가족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신륵사에 도착해서 여름에 참가한 경험으로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소윤이 모습을 보며, 그동안 아이와 겪었던 기나긴 여정이 떠올라 가슴에 차 있던 한숨을 길게 토했다.

여기 있는 아이들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환경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뇌리에 어른거려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내내 편치 않았다.

▲ 직접 만들어보는 도자기 체험. 마당은 항상 훌륭한 놀이터
ⓒ 생태지평
이번 캠프에서는 소윤이가 감기 때문에 고생했단다.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지만 재미있었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음료수나 과자에 들어가는 인공색소를 직접 실험해보는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나 보다.

아빠와 언니에게 얘기해주는 모습이 자못 심각하다. 건강한 사람들도 이렇게 나쁜 색소나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 것들을 많이 섭취하면 언젠가 병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언니, 아빠도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주기까지 한다.

▲ 우리 아이들이 자주 먹는 과자에서 인공색소 확인하는 실험
ⓒ 생태지평
가끔 유기농 가게에서 빵이나 과자를 사곤 하는데 소윤이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과자 봉지를 유심히 보는 것이다. 봉지가 뚫어지도록 보는 소윤이의 얼굴은 심각하다. 교육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환경병인 아토피 피부염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생태지평과 같은 시민단체에서, 우선 환경병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체험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교육으로 확대된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방학을 이용한 이러한 단기적인 교육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따른다. 다시 세상으로 나온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인내만으로 유혹을 뿌리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 신나는 설매타기 체험. 자연이 가장 좋은 놀이터입니다.
ⓒ 생태지평
요즘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다니는 소윤이의 모습에 "소윤이 맞아?" "예뻐졌는데! 이제 아토피 다 나은 거야?" 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활발해진 것은 소윤이의 생활이 아주 편안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과자 등 수많은 홍수 속에서 나는 소윤이에게 그것들을 왜 먹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을 해야 했고,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힐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 스스로 먼저 먹으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기특하기만 하다.

"안 좋은 과자나 우리 환경에 안 좋은 약을 왜 만들어? 안 만들면 되잖아?"
"그러게 말이다."

어른이라도 모두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일찍 알아가는 소윤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토피 Zero 산사학교
자연친화적 생활문화 체험하기

생태지평 연구소에서는 미래생명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아토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토피 Zero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생활환경 전반에 스며 있는 유해물질들! 그 속에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의 절반이 아토피와 함께 자라는 현실입니다. 현대적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환경병'이라는 인식부터 시작해서 자연친화적 생활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생태지평에서는 2006년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이번 봄방학까지 '아토피 Zero 산사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아토피를 키우는 생활을 스스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기 위한 교육과 체험은 아이들의 중요한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제3차 아토피 Zero 산사학교는 2월 21일(수) - 24일(토) 진행될 예정입니다. (http://ecoin.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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