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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각계 인사 174인이 참석한 '좋은 헌법 만들기 운동 본부'는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대통령, 정당 및 국민들에게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은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는 정진우 목사.
지난달 31일 각계 인사 174인이 참석한 '좋은 헌법 만들기 운동 본부'는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대통령, 정당 및 국민들에게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은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는 정진우 목사. ⓒ 박지훈
2007년 대선과 맞물려 기독교 내 정치 활동이 조명되고 있다. 진보, 보수 간 갈등도 어느 때보다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보수 세력은 정권 탈환을 목표로 힘을 쏟고 있는 반면 진보 개혁세력은 수구세력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자세여서 둘 사이에 힘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것.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 정진우 목사도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진보개혁세력의 대선 승리를 내건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 아래 미래구상)',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종교계 및 학계 174인이 참석한 '좋은 헌법 만들기 운동'. 정 목사가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 목사를 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 목사는 "이번 대선에서 한국기독교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목사는 "지금까지 보수집단은 정치참여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침묵하는 경향이 컸지만 이번에는 뉴라이트, 올드라이트로 불리는 진영에서 기독교가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기에 에큐메니칼 진영 기독교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평화, 사회복지, 생명, 경제정의 등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을 키우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헌과 관련, "현행 헌법은 냉전 이데올로기 등의 구시대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많다"며 "영토조항과 한반도 평화 상황을 적절하게 담아 통일지향적 헌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그러나 "국가보안법 같은 하위 법령 체계도 타파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많은 게 논의되면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적 헌법 개헌을 논의하는 다포인트 개헌보다 대통령 연임 및 중임제만을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론에 대한 토의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각계 인사 174명.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각계 인사 174명. ⓒ 박지훈

다음은 정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6월민주항쟁 20주년, 진지한 사회적 반성의 결과가 개헌

- 지난달 31일 '좋은 헌법 논의를 촉구하는 174인 선언'에서 적극적인 개헌을 촉구한 이유는.
"개헌 논의가 사회적 의제로 또 올랐으며 6월항쟁에 대한 반성도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제안했다는 이유로 개헌에 대한 논의조차 안 되는 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세상일엔 옳고 그름과 손해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옳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내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이 문제를 덮는다면 사회 발전의 역행을 초래할 것이다.

또 대다수 언론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맞물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에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조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 보수세력은 개헌 자체가 정략적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
"그렇게 몰고 가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다. 노 대통령이 들고 나온 개헌에 정략성이 배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통령도 정치인이다. 정략적인 것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치인이라면 책략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며 권리다.

때문에 정치인이라면 누구도 정략적 차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다만 정략적이란 게 역사 발전에 부합하느냐, 저해하느냐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보는 문제는 중요하다. 때문에 이런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야말로 더 큰 정략이다. 지금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들어서기 위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시기 놓치면 20년 기다려야, 통일지향적 개헌 필요

- 차기 정권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여론이 많다. 적합한 개헌 시기를 언제로 보나.
@BRI@"할 수 있다면 올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 이 시점에서 올해가 기술적 조정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번 시기를 놓친다면 20년이 지나야 개헌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 분석도 있다.

이런 점을 따져볼 때 올해 내 개헌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보완할 점과 고칠 점들을 찾아 내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차기 정권에 개헌 논의가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 논의 자체를 뒤로 미루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 원포인트 및 다포인트 개헌론이 제기되는데 바람직한 개헌 방향은 어떤 방향이라 생각하나.
"할 수 있다면 다포인트 개헌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21세기 헌법에는 영토조항이라든지 한반도 평화상황을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통일지향적인 헌법 구조로 가야 한다. 또 사회적 약자 권위를 보호하는 조항이 더 담아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복잡한 내용으로 들어가면 현실적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가 높다. 사실 국가보안법 같은 하위 법령 체계도 타파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많은 논의를 담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따를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손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진보개혁세력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제도 정치인의 이합집산 모습이 아니라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합집산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탈당이 단순히 부정적 면에서 벗어나 이런 정치 지형 변화의 긍정적 촉매 구실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화, 생명, 경제정의, 사회복지 원칙 지키는 국가 만들어야

- 현재 민주개혁 세력의 위기는 무엇이며 타개할 방법은.
"우리는 늘 위기를 경험하고 살았으며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도 겪었지만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극복해 왔다. 현재의 위기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 농축된 모순들의 발현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위기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기회도 내포돼 있다. 때문에 긍정적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나.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위기 극복에 대한 구체적 답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지만 기본 원칙은 세워져 있다.

첫째, 평화의 원칙이다. 이는 어떤 문제든 전쟁이나 대결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상생을 통해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론 생명의 원칙이다. 21세기 문명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성장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한 질서를 보존 하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의와 사회복지 실현이다. 경쟁력 중심 사회 내에서 사회 약자를 보듬는 세상을 만들고 원칙을 갖고 어려움을 바라본다면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다. 지난 20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후발국가로서 타 국가들에게 모범적 사례들을 제시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 마음을 묶어 낸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미래구상에 참여한 계기는.
"6월항쟁 20주년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국민들의 정치 진출이 소극적이었다. 정치가 역사를 규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정치 참여의 길이 원활치 않았던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 6월항쟁 또한 밑으로부터 역사적 진전을 이뤘지만, 이후 모든 과정에서 국민이 배제되고 모든 정책 결정에 제도권 정치인만 참여하게 됐다.

또, 이들은 분열하고 국민 뜻과는 배치되는 정책들을 펴 고통 속으로 몰고 갔다. 때문에 지금은 6월 항쟁과 같이 밑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공의에 맞는 담론 형성해야

- 목회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도 정당에 들어가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와 관련 맺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잘못된 정책과 정치인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고 따끔하게 질책하는 게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2007년 대선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 기독교는 이번 대선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많은 교회가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고 수구적 이념과 결합돼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수집단은 정치참여에는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침묵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모든 것을 거는 적극적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뉴라이트, 올드라이트로 불리는 진영에서 기독교가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어느 때보다 에큐메니칼 진영 기독교 역할이 크다. 특정 후보 지지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하나님 공의에 맞는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평화, 사회복지, 생명, 경제정의 등에 관한 사회적 질서에 대한 담론을 만드는 정치 세력을 키우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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