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읍에서 변산반도로 향하는 30번 국도를 자동차로 10분 가량 가다보면 도로 좌측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들이 여남은 채 나타난다. 최근에 지은 것 같으면서도 한 10년은 된 듯한 정감 넘치는 이 건물들에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얼핏 보면 드라마 세트장이나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시용 주택이나 모형집 정도로 보이는데 그렇지가 않다. 눈길만으로 양이 차지 않는 사람들은 도로 양옆에 차를 세워놓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되는데 그러고 난 연후에야 이 곳이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다.
대나무를 길게 엮어 굴뚝을 세우고 울타리도 빙 둘러 쳤다. 장작을 쌓아 놓은 걸로 봐서 장식용 굴뚝이 아니고 실제로 불을 때는 아궁이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어느 한 군데도 옛날의 정서가 묻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추녀를 올려다 보니 이 집의 내력이 보인다. 서까래는 옛날 집을 뜯어 그대로 재사용했고 추녀와 평고대는 새로운 나무를 썼다. 기둥도 옛날 집을 뜯어서 다시 세운 것임을 단박에 알 수가 있다. 추녀위에 기왓장을 한 장 얹어 비로 인해 나무가 썩는 것을 막고자 했다.
기둥의 길이가 짧아 아래에 새 나무로 보강을 해서 그 높이를 맞추었다. 굵기가 서로 안 맞지만 있는 그대로를 쓴 모양새로 보아 소박하게 지은 집임을 알 수 있다. 기둥 밑에 있는 나무는 못으로 박은 마루판인데 전통공법은 아니지만 기성 판재를 깔아 실용성을 위주로 하고 있다.
세 종류 이상의 나무들. 보와 도리와 서까래를 이루는 나무가 전부 각양각색이다. 아마도 두 채 이상을 뜯어 필요한 부재를 맞추다 보니 이렇게 색깔이 서로 다르게 된 것 같다. 서까래 위에서 개판 역할을 하는 합판이 눈에 좀 거슬리지만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새나무로 얹은 보나 제일 오래된 서까래와 다른 부재들이 똑같은 색깔로 변할 것이다.
이 밖에도 마당 한 편에는 옛날 집을 뜯은 목재들이 많이 쌓여 있다. 집을 짓고 남은 것인지 또다시 이를 이용해서 한 채 쯤 더 지을지는 모르지만 옛 것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지혜를 이 집 주인은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집에서는 아궁이에 큰 가마솥을 걸고 국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다. 부산물인 비지는 공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porte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