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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미리암 원장수녀 박정자, 닥터 리빙스턴 손숙, 아그네스 전예서의 인사
연극이 끝나고 미리암 원장수녀 박정자, 닥터 리빙스턴 손숙, 아그네스 전예서의 인사 ⓒ 정현순
"할머니 할머니 빨리 사진 찍어. 빨리 빨리."
"어떤 거?"
"저기 저 아줌마들 인사하잖아 빨리."

며칠 전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출연배우들이 인사를 할 때 간간이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난 손자와 함께 있어 너무 번잡스러운 것 같아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손자가 사진을 빨리 찍으라고 채근한다. 자기가 보기에도 찍어야 할 것 같았나 보다. 난 바쁘게 카메라를 꺼내어 급하게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었다.

6살짜리는 입장불가?

@BRI@연극이 워낙 조용한 분위기라 공연 중에는 사진 찍는 것도 금지되었다. 그런 손자와 나는 하마터면 그 연극을 못 볼 뻔했다.

연극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되었다. 나와 친구들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내 차례에서 손자를 보더니 몇 살이냐고 묻는다. 6살이라고 했다. 그럼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난 의아해서 "그럼 예매할 때 미리 말해주었어야지요. 우리가 10일 전에 예매를 11명이나 했는데 미리 말해주었으면 안 데리고 왔지요" 했다.

안내원은 매니저란 사람을 부른다. 매니저도 "이 연극은 7살부터 관람할 수 있고요. 좌석도 하나를 더 구입하셔야 합니다. 또 아시다시피 아주 조용한 연극이라 조금만 소리라도 나면 배우들이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얘는 내 무릎에 앉히고 보면 되고요. 찍~ 소리라도 나면 그냥 나올게요."

그 시간은 주부들을 위한 공연시간이라 표를 더 구입할 수도 없었다. 표도 없었고 손자를 데리고 못 들어가면 난 그대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간신히 들어가긴 했는데...

'INVITATION은 환불 불가'란 도장이 찍힌 입장권과 예매 입장권
'INVITATION은 환불 불가'란 도장이 찍힌 입장권과 예매 입장권 ⓒ 정현순
잠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쉽사리 해결이 나지 않았다. 매표소 담당자와 매니저와 무슨 이야기가 2~3번 오고 가더니 '환불 불가'란 표를 한 장 더 받고 나와 손자는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단 정말 찍소리라도 나면 그대로 나오는 조건이었다.

보통 연극은 아주 어린아이가 아니면 데리고 가도 된다기에 손자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난 손자를 데리고 들어가면서 "우진아 연극 보면서 우진이가 떠들면 우린 그대로 쫓겨난다. 그러니깐 조용히 해야 해. 우진이는 조용히 할 수 있지?" "응 조용히 할 수 있어" 약속을 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평소 손자는 제 엄마 아빠와 어린이 영화를 가끔 보러 간 경험이 있어 믿는 마음이 더 컸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손자가 제법 잘 보고 있다.

그러다 내 귀에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 숨 크게 쉬어도 돼?" "그럼 숨은 마음대로 쉬어도 되지." 그러자 손자는 숨을 모아 두었는지 크게 숨을 뿜어낸다.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손자에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 손자가 어릴 때부터 좋은 문화와 거리를 가깝게 해주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다. 또 그 분위기와 연극을 관람하는 태도 같은 것을 조금씩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손자가 이해하지는 못했을 테지만 손자는 정말이지 찍소리 내지 않고 변하는 무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나도 연극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수년 전 보았던 '신의 아그네스' 영화를 기억하면서.

그런데 잠시 후 휴대폰 소리가 가끔씩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연극을 시작하기 전 안내자는 분명히 휴대폰을 꺼달라고 몇 번이나 방송했었다. 조용히 하려는 6살 된 아이와 정말 비교가 되었다.

"어른들이 우진이만 못하네!"

연극이 시작된 지 1시간 정도 되었을까? 6살 된 손자는 쉬가 마렵단다. 내가 조금만 참으라고 하니깐 그런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손자는 정말 참기 힘들었는지 "할머니 못 참겠어" 한다.

난 짐을 다 가지고 아예 나가려고 준비를 조심스럽게 했다. 그때 옆에 앉았던 친구가 "왜 다시 들어와야지" "다시 들어올 수 있을까?" "당연히 들어와야지" 한다. 난 손자를 데리고 발걸음도 죽여 가며 화장실로 향했다.

마침 내가 앉은 곳은 뒤에서 2번째 줄이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일어나자 안내자가 안내를 해준다. 그러면서 "지금 바로 못 들어오고 10분 후에 다시 들어올 수도 있어요" 한다. 손자의 볼일을 마치니 안내자가 바로 들어가게 해준다.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또다시 휴대폰 소리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을 갔다 온 손자는 끝날 때까지 찍소리 없이 잘 보았다. 그렇게 우린 다행스럽게도 쫓겨나지 않고 연극을 끝까지 다 볼 수 있었다.

연극이 끝나자 친구들은 한결같이 "어른들이 우진이보다 못하다. 우진인 얌전히 잘 봤는데 내 뒤에 앉은 사람은 휴대폰 소리가 몇 번이나 나든지…. 우진이 정말 착하다" 한다. 할머니 친구들이 칭찬하는 소리에 손자는 기분이 좋은가보다. 연극을 이해할 리 없는 손자에게 "우진아 연극 어땠어? 재미있었어?" 물으니 "응 재미있었어" 대답한다. 그 대답을 그대로 믿기로 했다.

그날 손자가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 반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극장 측에서 몇 살 이하 어린아이는 데리고 오면 안 된다는, 그 외에도 특이사항은 사전에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것이 10일 전 예매를 한 것이기에 아쉬움이 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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