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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모여있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들. 2005년 1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많은 외국인들을 접해왔다. 중국인·몽골인·나이지리아인·파키스탄인·방글라데시인·필리핀인 등등…. 이번 여수외국인보호소의 화재참사를 보면서, 친구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한국생활은 돈이 아닌 생활이고 돈은 생활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돈벌기 위해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다.

한국인 절반 급여 받고 일주일에 84시간

@BRI@내가 처음 친구로 지내게 된 외국인노동자는 거래처에서 일하던 아스란씨. 그는 1년 전 해고를 당하던 날, 우연히 길에서 나와 마주쳤다.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그는 울먹이는 얼굴로 "며칠 하남 친구집에 간다"고 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급하게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것이 기자와 파키스탄 불법체류자들과의 인격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뒤 나는 아스란씨의 친구, 처남, 사촌, 사촌의 친구, 이런 식으로 10여명의 파키스탄 사람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영혼이 깨끗하고 청빈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인들 급여의 절반 정도의 임금으로 한국인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한다. 심할 때는 일주일에 84시간을 일한다. 2명이서 공장을 12시간씩 맞교대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

내가 아는 파키스탄 사람들 나이는 모두 30대 중반. 보통 2~3명의 자녀를 가진 한집안의 가장이고, 자녀가 4명인 사람도 있다.

파키스탄에서 3년 전 우리나라에 입국한 자히드씨는 그동안 경기도 하남·광주에서 주로 공장 일을 했다. 월급은 100만원. 야근과 휴일수당을 합해봐야 130만원을 넘기 어렵다. 그나마 이번 겨울은 춥지 않아서 겨울철에 주로 일했던 전기장판공장이 금방 문을 닫았다.

자히드씨는 궁여지책으로 아스란씨가 일하는 가구공장에서 일당울 받고 일하다가 법무부직원의 단속에 걸렸고, 보름전 강제출국을 당했다.

이미 4년 전 일본에서 한번 강제출국당했으니 그의 강제출국은 이번이 두번째다. 단속에 걸리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갑작스런 귀국, 가족과의 만남, 불확실한 미래….

구타당하고 출국해 고향에서 6개월 병원신세

▲ 지난 2003년 외국인노동자 단속과정에서 8명이 자살, 동사 등으로 숨지자 단속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대개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은 법무부직원이 단속나오면 순순히 잡힌다. 그러나 절박한 사정에 있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 그 중 소수는 도망을 간다. 일반적인 형사범이 아닌지라 그 순간만 피하면 법무부직원이든 경찰이든 쫓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망을 가다 잡혔을 경우가 문제다. 도망가다 잡힌 불법체류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구타와 모욕 등 인권유린이다.

작년 초에 강제출국당한 알리씨는 상태가 심각하다. 단속과 강제출국과정에서 구타를 당해 파키스탄에 귀국한 뒤 6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는 것이다.

알리씨 법무부직원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아는 파키스탄 사람들은 매우 정직하고 부풀려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믿음이 간다.

물론 이들은 불법체류자고 우리나라 법률상 우리나라에 체류하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라고 구타하고 모욕하는 건 합법적인 것인가?

거꾸로 대한민국 시민권을 가진 국민이 단순히 출입국 문제로 외국에서 공무원에게 구타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반년 동안 제대로 거동을 못했다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불법체류라면 한국인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한국

불법체류 파키스탄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지금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를 하지만 고향에 가면 다시는 한국 안 와요."

이같은 현실이 법무부직원만의 탓일까? 나는 불법체류외국인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하는 상점 점원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자히드씨의 말이 생각난다. "일본에 다시 가고 싶어요. 일본은 한국보다 외국인에게 관대해요. 우리를 사람 취급해주거든요. 병원에도 맘대로 갈 수 있고 상점에 가도 일본사람에게 대하듯 똑같이 친절하게 대해주거든요."

태그:#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자, #안산,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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