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2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가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입국관리소 자체에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 보호시설도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2일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하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보호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동구 검사동 소재·이하 대구사무소)는 총 8명의 강제퇴거 대상 불법체류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가 빚어진 여주보호소와는 달리 이 곳 보호실은 소규모 형태로 통상 3일에서 10여일 가량 다소 짧은 기간 강제퇴거 조치를 기다리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대구사무소의 설명.
대구사무소가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보호실은 사무소 건물내 2층에 마련돼 있다. 9평과 5평짜리 보호실 외 여성전용 보호실 등 총 3호실이 운영되고 있다. 사무소에 따르면 이 보호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적정 보호인원은 16명. 그러나 불법체류자 일제단속이 벌어지는 경우는 20여명 이상의 인원이 보호실에 생활하기도 했다.
밤중에 불이 나면 대책 없어
이 시설은 지난 2000년 9월 준공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구치소나 교도소 등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교정시설에서 외국인 보호 업무를 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시간 불법체류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는 이 보호실에는 세탁기 및 건조대를 비롯해 TV 등 편의설비가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용자의 감시를 위해 총 9대의 CCTV 등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형 참사가 빚어진 여수보호소와 마찬가지로 화재 등 각종 긴급 사태에 대비한 안전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대구사무소 측은 보호실 안전과 관련해 화재에 대비해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고 소화기도 6대를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대형 건물에 설치돼 있어야 할 스프링클러 등 진압 설비는 제대로 갖춰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대구사무소 김병조 심사과장은 "보호시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화 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스프링클러 등은 피보호자의 자살 등 안전문제를 비롯해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설치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낮시간는 그나마 나은 상황. 하지만 일반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야간시간대는 화재 등 재난·사고 등 위험도가 높은 실정이다.
대구사무소는 CCTV 감시 등 상주 배치된 공익근무요원 1명을 비롯해 감독직원 1명 등 총 2명만이 보호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간 근무시간대의 경우 공익근무요원을 제외한 감독직원은 보호실 관리 외에도 청사 관리 등 일반적인 당직 근무도 겸하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특히 야간시간대에 보호실 내에서 빚어지는 각종 안전사고와 불상사를 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력 부족도 문제... "전담 공무원도 없는 실정"
이에 대해 대구사무소 한 관계자는 "여주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가 다시 빚어진다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면서 "직원들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그동안 꾸준히 인력충원 문제 등 고충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여주 참사에서 문제가 된 피보호자의 안전 대책 뿐만 아니라 현재 실시되고 있는 불법체류자 보호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소장(목사)는 "일반 교정시설과 흡사하게 24시간 감금 상태에 있는 보호실의 경우에는 특히 인권 문제가 절실하다"면서 "최근 들어 다소 나아진 형편이지만 피보호자의 인권침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보호실의 운영을 전담하는 공무원도 없는 실정"면서 "인권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공익요원이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그만큼 피보호자에 대한 인권침해 요소가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