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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사계절은 서로 나누는 자연의 신비를 가르쳐줍니다. 봄은 씨앗을 따뜻하게 품어서 싹이 트게 하고 그 싹을 푸르게 키워줍니다. 여름은 봄이 가꾸어준 잎들을 더 푸르게 하고 가지마다 꽃들을 피우게 합니다. 물론 봄에 피는 꽃들도 있지만 여름은 꽃이 진자리에 맺은 열매를 무럭무럭 자라게 합니다.
가을은 여름이 키워준 가지를 세찬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게 단단하게 성장시키며 열매를 풍성히 무르익게 합니다. 겨울은 열매들이 오는 봄에 싹이 잘 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겨울잠을 나누어줍니다. 이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키우고 무르익게 합니다.
섬진강댐을 발아래 두고 사는 형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의 한 지인이 야생초를 좋아하는 나에게 야생초에 관한 책을 보내주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답장을 못했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복수초 화분을 답장 대신 보내려고 합니다. 형수님은 노랑 복수초가 검정 화분에 어울릴 거라며 할미꽃을 심어 놓은 화분을 비웁니다. 수돗가에서 수도꼭지를 틀자 호수에 얼어붙은 얼음덩이들이 화분으로 떨어집니다. 등에 업혀 있던 손녀가 "와! 고드름이네!" 신기한 듯이 탄성을 지릅니다.
토방에서 꽃망울이 맺힌 복수초를 옮겨 심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어린 손녀가 꽃망울을 터트리듯이 말문을 엽니다.
"할머니는 꽃을 만드는 기술자!"
"하늘이 비를 내려주고 태양이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면 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송이를 하늘로 올리는 거야."
"우와 예쁘다!"
형님은 온 집안을 뒤져서 박스를 찾아 소포 상자를 만든 다음, 신문지로 똬리를 틀어서 복수초 꽃망울이 다치지 않도록 고정을 시킵니다. 형수님은 화분의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두껍게 덮은 신문지를 잡고 형님은 스카치 테이프를 돌려가며 봉합니다.
박스 바닥에 은행 한 봉지를 넣고 복수초 화분을 올리고, 옆의 빈 공간에는 겨우내 신문지로 쌓아둔 허청의 배추 한 포기를 넣고, 감식초와 소금에 우려 놓은 풋고추 한 봉지도 챙겨 노끈으로 묶습니다. 화분을 다시 손 볼 수 있도록 흙 한 봉지도 잊지 않고 넣습니다.
어느 누가 야생초를 소포로 보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박스에 담긴 사랑을 자동차에 싣고 우체국으로 떠나는 형님, 손녀를 등에 업고 복수초를 또 다른 화분에 옮겨 심는 형수님. 자연을 통해 주신 모든 것이 신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선물을 나누려는 것이 아닐까요? 서울에 도착한 소포 상자의 화분을 여는 순간, 복수초 노란 꽃송이들의 인사보다 더 환하게 피어날 행복의 미소….
자연이 인간에게 베푼 것을 자연처럼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에 노란 복수초보다 아름다운 행복의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때가 되면 온 천지에서 싹을 올리고 꽃을 피워 나누듯이 복수초도 때가 되면 눈밭에서도 꽃을 피워 세상을 환하게 비춥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이웃들에게 제때에 맞추어 나누어야 함을 자연을 통해 배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