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밤섬엔 못갔답니다.
2월 14일 11시 정각 우리 일행은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10여일 전부터 예고된 대로 서울 시내에서 유일한 한강 안의 무인도 밤섬에 철새 탐조활동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는 날이었다. 이 밤섬은 여의도를 개발하던 당시에만 하더라도 4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유인도였지만, 여의도 윤중제를 쌓기 위해 폭파하여 흙을 퍼다 써버린 섬으로 그 이후에는 무인도로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철새 보호지역으로 사람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 일행은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관청에 협조요청을 하여서 오늘은 섬에 들어가서 철새 관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날씨가 조금 좋지는 않았지만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을 듯 하였다. 그러나 막상 출발을 앞두고 집에서 나서려는 순간에는 벌써 거센 바람과 금방 비가 내릴 듯
궂은 날씨가 망설이게 만들었다.
현관을 나서다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괜찮겠는지를 확인하였더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계획된 것이니 가는 것으로 하고 단단히 옷을 껴입고 나섰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 옆의 한강 둔치에 차를 내렸을 때는 어찌나 바람이 거세게 불던지 사람이 날아가겠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밤섬에 들어가기는 틀린 것 같군.'
혼자서 생각하면서 철새 관찰용 전망대에 다가섰다. 아무리 날씨가 나쁘더라도 철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그마한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모 기업에서 기증한 망원경이 6∼7대 배치되어 있어서 일단 이것으로 철새를 관찰하기로 하였다.
처음엔 거센 바람 때문에 철새를 볼 수도 없었다. 지나가는 유람선이 보이고 밤섬의 강가 모래밭에서 노니는 까치가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밤섬의 나무 위에 까맣게 앉아 있는 가마우지 20여 마리가 가까이 관찰이 되었다. 가마우지들이 한바탕 나르더니 물 속에 들어가 먹이 사냥을 한 뒤 다시 나무 위로 올라와 앉았다.
자세히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밤섬의 동쪽 끝, 상류 쪽의 다리 밑 부분에 흰뺨 검둥오리와 흰죽지가 30여 마리 관찰되었다. 마치 팽이처럼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먹이를 찾는 철새들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논병아리가 관찰된다고는 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댕기흰죽지, 재갈매기, 청둥오리, 원앙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러대는 대원들도 있었지만, 거센 물결 때문에 아무나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움만 안고 망원경에 눈을 대고 서성이기를 약 한시간, 결국 별 소득 없는 탐조활동은 섭섭함만 남겼다.
날씨가 좋으면 우리를 안내하기로 되어 있던 김 선장님은 우리들에게 아쉬움만 남기는 말씀을 하고….
"오늘 날씨가 좋았으면 여러분을 밤섬까지 모시고 가서 철새들을 관찰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로 하였는데, 거센 물결 때문에 위험해서 부득이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거센 바람 때문에 밤섬을 들어가서 본다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었던 우리 대원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도슨트'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아쉽고 멀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한 섭섭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우리를 양화대교 아래 철새 전망대로 안내해 주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여러 종의 철새들을 비교적 가까이 관찰 할 수 있어서 망원경 없이 육 안으로 철새들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 밤섬 지역에서 불 수 있는 물새들이었다. 다만 좀더 가까이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난생 처음 밤섬에 들어가 보겠다고 설레이었던 마음은 끝내 섭섭함만 안고 돌아서게 만든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한국일보디지털특파원, 중앙일보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