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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재일동포'를 쳐본다. '탤런트 정선경씨, 재일동포와 결혼… 웨딩사진 공개…' 이럴 수가.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같은 글자가 들어있는 기사를 성실하게(?) 찾아내놓은 검색결과 목록은 나를 허탈하게 한다.

그래도 1쪽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기사가 허탈한 심사를 조금은 위로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 발표한 성명서다. 일본의 재일동포 탄압을 규탄하고 국내언론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이 인권유린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무관심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 언론들조차 무관심 일색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2월 2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게시판에는 한 재일동포 여성이 쓴 글이 올라왔다. '최근 일본의 정황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 지난 2일 정대협 게시판에 '최근 일본의 정황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한 재일동포 여성이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 정대협


"…이런 식으로 연락하게 된 것이 송구스럽지만 부탁이에요.지난 연말부터 일본정부당국의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이 하도 심해서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오사까, 효고상공회에 이어 1월 28일에는 시가조선초급학교(효고 인근 현, 전차로 2시간쯤 가야하는데)에 경관놈들이 수색이라는 구실로 100명 이상 들어왔어요.

실은 동포업자의 트랙크 차고를 학교 차고 명의로 빌려준 아주 단순한 위반인데도 무슨 큰 사건인 것처럼 확대시켜 공일 아침 8시 30분부터 4시간 반 학교 내와 관계자 자택 등 4개소를 수색했어요.

일반적으로 이 위반 경우 사정을 확인해서 벌금을 갚으면 해결되는 미미한 문서 위반인 것이에요. 그런데 도장을 찍어주었다는 본인이 자기가 부탁을 받아 수속했다고 인정한 후에도 확인작업이 필요하다고 계속 교장실, 교원실을 뒤졌으며 영장이 있으니 모든 곳을 수색할 권한이 있다고 뇌까렸대요. 그리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학적부를 샅샅이 펼쳐보았으며 책임자의 개인 휴대폰, 예금통장 등을 압수해 갔대요.

소식을 듣고 모여든 학부모들이 저마다 '신성한 민족교육의 마당에 쳐들어온 것은 민족적, 정치적 탄압이다! 당장 그만두라! 돌아가라!'하며 '이로 하여 아이들이 또 일본인들에게 폭행당하면 어찌하는가!' 하고 항의하는데 학교밖에 주런히 선 경관놈들은 '그건 우리에겐 상관없는 일이다'고 대답했대요.

정말 용서 못 하는 폭거입니다! 이 며칠 경찰당국에 대한 항의와 동포들, 일본인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활동을 맹렬히 벌이고 있어요. 밤마다 모임을 가지며 30일과 어제도 약 300명이 경찰에 항의하러 갔어요.

우린 아이들이 상처입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파 못 견디겠어요.(중략)

우리 항의 활동에 동참해주시고 한국에서 알려주시고 격려의 인사를 보내주시면 감사해요.…"


@BRI@눈물겨운 호소가 재일동포들의 심정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민족의 일본 거주 역사를 더듬어 가다 보면 일제 때 탄광과 군수 공장으로 끌려가 일해야만 했던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우토로 마을을 비롯해 청산되지 못한 역사와 그 피해자들이 우리의 무관심 속에 매몰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2월 14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매주 열리는 일본대사관 앞에는 뼛속 깊이 스며드는 강추위 속에 함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본의 재일동포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특별한 주제로 열리는 748차 수요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구)조선총독부 서이면사무소 시민위원회'와 '안양사랑청년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시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청소년들, 수능을 끝낸 학생들을 비롯해서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수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 2월 14일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특별 주제로 진행된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모습
ⓒ 정대협
십대의 어린 소녀들을 끌고 가 자국 군인들의 성 노리개로 만든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미국 의회에서 제출된 이 문제의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엄청난 로비 공세를 퍼붓는 일본정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것은 물론이요,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 중단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이런 염원들을 담아 참가자들 모두 노란 종이비행기를 접어 일본대사관을 향해 날렸다.

▲ 참가자들이 일본대사관 앞을 향해 날린 종이비행기가 시위장 앞에 착륙한 모습
ⓒ 정대협
힘없는 자가 힘없는 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 심정을 이해하는 것만 같은 생각에 가슴 뭉클해지는 건 아주 생뚱맞은 심사만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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