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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5일 저녁 8시 10분]

박근혜 캠프(이하 박 캠프)의 법률특보를 맡았던 정인봉 변호사가 15일 한나라당에 제출한 '이명박 X파일'은 이 전 서울시장이 1996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및 범인도피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때의 대법원 판결문과 언론보도의 복사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 변호사는 그 동안 박 캠프와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강행하려다가 이를 번복했고, 이로 인해 당 전체가 검증 논란에 휘말려 내분 조짐이 일기도 했다.

이사철 경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룸으로 찾아와 "검증위원 4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15대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부분은 이미 수사기관의 수사 종료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므로 검증위가 조사하거나 더 이상의 자료를 요구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검증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이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문과 언론보도를 4부씩 복사한 자료 이상은 없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가 6일간 시간을 끌면서 밝히고자 했던 내용이 96년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드러남에 따라 허탈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준위의 브리핑을 들은 기자들사이에도 "메가톤급 폭로를 기대했는데, 막상 드러난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 박형준 의원과 정두언 의원도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 비극적 희극", "할 말이 없다"며 각각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캠프 일각에서는 "박근혜 의원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이성권 의원)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 박근혜 의원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이 신문복사본등인 것으로 밝혀진 뒤, 정인봉 변호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법원 판결문과 언론보도 복사한 자료... "당 분열시킨 해당 행위

한편,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인명진 목사)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20일 정 변호사로부터 소명을 들은 뒤 최종적인 징계수위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인 위원장은 "당 이념을 위반하고 당명에 불복해 당의 위신을 훼손한 점에 따라 징계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미 다 나온 것을 부풀려 당을 분열시키고 당명을 어긴 것은 해당(害黨) 행위"라고 말해 향후 중징계를 시사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김수한, 이하 경준위)는 "검증 가치가 없는 자료"라고 일축했고, 당 지도부도 이번 사건을 '해프닝'으로 규정하고 서둘러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이 전 시장의 '범인 도피' 전력을 새삼 강조하고 있고, 박근혜 캠프 일각에서도 경준위의 편파성을 문제삼고 있어 사태가 완전히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김수한 위원장은 자료를 본 후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고, 맹형규 부위원장도 "황당하다. 태산명동서일필(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가 경준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 전 시장이 15대 선거 당시 양심선언을 한 김유찬 당시 비서관을 도피시켜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한 것은 분명하다.

이 전 시장은 96년 4·11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서 출마해 당선됐는데, 선거가 끝난 뒤 7149만원의 선거비용을 썼다고 신고했지만, 이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유찬씨가 그해 9월 10일 "이 전 시장이 실제로는 6억8000만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닷새 뒤 돌연 해외로 출국했고, 이 전 시장은 이로 인해 선거비용 초과지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김씨를 도피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된다. 이 전 시장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 의원을 범인도피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시장은 98년 2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그해 4월 이 전 시장에게 범인도피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저녁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당시 대법원 확정판결을 보도한 언론사는 한군데도 없었다. 이게 아무 것도 아니라면 무엇으로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냐? 경준위가 당시 사건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입장도 물어보고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변호사는 "15대 의원이었던 맹형규 경준위 부위원장과 이사철 대변인도 '선거법 위반 때문에 의원직 잃은 것은 알았는데, 나도 범인도피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하더라"며 "국회의원들이 모를 정도면 국민들의 99.9%도 몰랐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캠프의 신동철 언론특보는 "정 변호사가 공개한 파일의 내용과 별개로 경준위가 보인 태도 역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 특보는 "경준위가 큰 사건이라면 덮으려고 했다가 작은 사건으로 보이니 공개한 것 아니냐?"며 "경준위 자체가 특정인 편들기를 위해 움직였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인봉 변호사의 출판기념회에 박근혜 의원의 축하화환이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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