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35년만에 만난 제자 이야기입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 참으로 부끄럼 많고 얌전하던 여자 아이였습니다. 담임인 나에게 마음속으로는 정답고 은근히 좋은 감정을 지녔으면서도 차마 말 한마디 못하고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 가까이 있으면 늘 한 걸음 물러서서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지녔던 제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제자가 2년 선배들의 카페에 띄운 내 소식을 알고 연락을 취해 왔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나는 즉시 "네가 보성남교 32회 졸업생 김명자란 말이지?"하고 물었더니, 깜짝 놀라는 듯이 "어머 선생님 저희들 졸업 기수까지 알고 계셔요?"하는 것이었다.
"물론이지. 네가 너희들 6학년 담임을 맡았다가 4일 만에 발령이 나서 전근이 되었지만, 당연히 알아야지."
이 제자는 6학년 담임을 해서 졸업을 시켰던 제자는 아니고 5학년 때 담임을 했던 제자였지만, 상당히 많은 추억거리를 가진 제자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전화가 연결된 뒤로 약 2주일쯤이 지나서 약속한 음식점에서 제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렇게 얌전만 떨던 제자가 이제 어른이 되어서 고등학생이 있고 초등학교 2학년 짜리 늦동이가 있다고 했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선생님 저는 집안에 TV를 없애 버렸어요. 2학년 짜리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TV를 보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그렇게 하고 괜찮겠니?"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친구들도 있고, 마침 내가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그 동안 쓴 신문 잡지의 기사들을 모은 책에서 나는 '미디어교육'이라는 주제를 10회에 걸쳐 연재시리즈로 쓴 글이 있기에 그걸 읽어보라고 했다.
이 글들에서 '바보상자' 'TV를 이용하는 법' 등의 글이 있어서, 양면성을 지닌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잘 이용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제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과연 자녀 교육을 위해서 저 만큼 했던가?' 하는 자책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오직 자녀를 잘 가르치겠다는 일념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공부해라" 해놓고서 부모는 TV연속극을 보거나 또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거린다면 과연 자녀들이 공부가 되겠는가? 아이가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기는 TV만 보고 앉아 있으면서 자녀가 바르게 잘 자라고, 공부를 잘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내 자녀는 절대로 그러지는 않을 거야' 이것이 부모의 믿음이고 신념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걱정이고 문제가 아니던가? 그래서 자녀들에게 가장 옳고 바른 교육 방법은 부모가 솔선 수범하는 것이라는 것 아니던가?
부모가 자녀와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런 모습을 배우게 하는 것이 가장 옳은 교육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 자녀가 바르게 자라고, 공부 잘하는 자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베리타스-알파, 서울신문네티즌 칼럼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