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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바뱅의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도미니크 바뱅의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 궁리
도미니크 바뱅의 <포스트휴먼과의 만남>이 말하는 미래의 모습은 다섯 갈래이다. 죽음, 몸, 자아, 관계, 현실이 그것이다.

제4장 '포스트릴레이션(Post-Relation)'은 '우정'이라는 테마에서 출발한다. 우정은 통계적으로 이혼, 중병, 금전 문제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우정', 다시 말해 '타인과의 관계 문제'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오면 더욱 더 절실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은이는 타인은 이제 하나의 추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여기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둔감해졌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도시 속의 개인은 피상적인 관계만을 맺음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회사 내에 오래도록 근무하겠다는 생각은 어느덧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자연 '동료애'(책에서는 '동지애'로 표현)도 희박해졌다. 회사를 옮겨다닌다. 이 과정에서 '동료애'보다는 그저 관계의 망 즉 '인맥 쌓기'에 바쁠 뿐이다. 어느새 인간관계마저 경제적 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맥 확장이나 인기 관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친한 친구가 없어서 삶이 허전하다고 느낀다. 이른바 사람이 고픈 세상이다. 그래서 때로는 오히려 안다는 것, 친밀하다는 것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심지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는 익명의 숲(예를 들면 '인터넷')을 찾아 자기 감정을 분출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공동의 관심사에 따라 모이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인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를테면 '로봇 친구'는 어떨까? 지은이는 로봇 친구가 비록 인위적인 기계이기는 하지만 "인간 친구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동시에 긴장감은 훨씬 덜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레이 브래드베리가 1969년에 내놓은 소설 <나는 전자 육체를 노래한다네>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이야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소녀는 엄마가 죽자 전자 할머니에 집착한다. 소녀는 전자 할머니가 생물학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포스트휴먼은 기계와의 관계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150쪽)

컴퓨터 치료사 '엘리자', 가상 애인 '유미' 등도 소개한다. '엘리자'는 인간으로부터 상담을 받으며 '유미'는 인간에게 펜팔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엘리자'와 '유미'는 대화만 가능한 인공 지능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정신적 교감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다마고치'가 등장한다. 일종의 전자 병아리라고 할 수 있는 '다마고치'는 열쇠고리만한 크기의 전자 장난감으로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전세계를 휩쓸었지만 그 열기는 2년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아이보'(학습 가능한 애완용 로봇 강아지)가 등장하고 '파로'(아기로봇 물개로 노인들이나 어린이 환자들의 정서 호전에 기능. 이를테면 쓰다듬을 때마다 반응)가 등장하며 인조인간 '아시모'가 등장한다.

지은이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를 인용하여 완전한 비물질화를 향한 환상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면서 현재 우리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물리적으로 접촉하던 단계를 지나, 전혀 물질적이지 않은 가상의 인간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제1장 '포스트데스(Post-Death)'는 미래사회에서 인간은 영원히 살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인간은 유성 생식을 선택했고 이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결국 이러한 죽음을 통하여 종의 변화가 가능해졌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이제 인간은 "개체의 죽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죽음의 필연성에서 비롯된 결실의 혜택을 받는 방법"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도미니크 바뱅 / 옮긴이: 양영란 / 펴낸날: 2007년 1월 22일 / 펴낸곳: 궁리출판 / 책값: 1만1800원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 Post-Human 1세대를 위한 안내서

도미니크 바뱅 지음, 양영란 옮김, 궁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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