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설연휴 마지막 날인 19일 오후 궁내동 톨게이트를 통과한 차량들이 서울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날 톨게이트 부근 차량들은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 연합뉴스 한상균

설 연휴 다음날 아침 신문과 방송에 빠짐없이 등장한 기사 가운데 하나가 귀경 혼잡이 예년에 비해 덜했다는 소식이었다.

시간대별로 귀경 차량이 분산되고 고속도로·국도가 신설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고, 무엇보다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도로교통 사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도로교통 정보 덕이 컸다는 분석들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의문이 들었다. 아내의 한 마디가 불현듯 의문을 키웠다.

당일 광주에서 올라온 직장 동료가 낮 12시에 출발했는데, 저녁 7시에 겨우 평택 근처 밖에 못 왔다는 것이었다. "오늘(19일) 서울 시내 교통 사정이 아주 좋더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설 연휴 다음날)까지 휴가 낸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는 '친절한 설명'도 해주었다.

정말 그런 건가?

편안한 귀경길의 비결, 통계로 따져봤더니

<중앙일보> '역귀성 지난해의 3배(강갑생 기자)' 기사는 뒤늦게라도 이런 궁금증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올해 설 연휴 전날인 16일부터 19일까지 역귀성객은 총유동인구(3400만 명)의 22.6%에 해당되는 771만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역귀성객보다 3배나 증가한 수치"며 "2005년보다 8.9배나 많은 것"이다.

강갑생 기자의 기사는 그 실례로 구체적인 지표를 들고 있다. "연휴 전날인 16일 서울로 올라온 차량이 28만대로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연휴 첫날인 17일에도 22만대에 달한 것으로 입증"됐다. 귀경 차량이 몰렸던 연휴 마지막 날인 19일에도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이 23만대나 됐다. 이날 귀경 차량은 36만대였다.

한 마디로 "역귀성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명절 연휴 때 국민의 통행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강 기자의 기사는 귀경길 차량 통행이 왜 예년과 달리 비교적 원활했는가를 진단한 하루 전날 나온 대다수 신문과 방송의 기사들이 '엉터리'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진단한 것처럼 교통량이 분산됐던 것도 맞고,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한 '정보화 운전'도 귀경 차량의 지체를 줄여준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설 연휴 교통대란을 '결정적'으로 덜어준 요인으로 분석한 것은 틀렸다. 그것보다는 강 기자가 분석한 역귀성 급증 등 '명절 통행패턴의 변화'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내친 김에 아내의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해보았다. 한국도로공사 상황실에 문의해 본 결과 설 연휴 다음날인 어제 서울 5곳의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집계된 귀경 차량 대수는 모두 35만대. 평소 교통량이 많은 주말의 통행대수 33만대(평소 주말은 30만대 수준)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설 연휴 기간 중 통행량은 얼마나 됐을까? 서울로 들어온 차량은 18일 33만대, 19일 37만대였다. 19일 날 소통이 비교적 원활했던 것은 이날 너무 붐빌 것을 우려해 아예 하루 더 휴가를 내고 다음날 올라온 귀경차량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제조업 분야는 설 연휴 다음날까지 대부분 휴무였다.)

설날인 18일에는 귀성 차량이 33만대로 귀경 차량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명절 통행 패턴이 바뀌었다는 강 기자의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통계다.

버스는 질주하는데, 뉴스는 "귀경길 막힌다"고

불현듯 지난 1월말 강원도에서 올라오던 생각이 난다. 강원도 정선에서 마지막 차로 서울로 오던 버스 안이었다. 기사 분은 "한창 스키 시즌인데다가 하루 전날 눈까지 내려 영동고속도로가 꽉 막힐 게 분명해 서울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 지레 겁부터 줬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버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기사 분은 오는 도중 내내 "이거야말로 뉴스거리"라면서 연신 놀라워했다(맨 앞좌석에 앉은 탓에 기사분의 대화상대가 돼주어야 했다).

그러나 버스 안 9시 '방송 뉴스'에서는 "서울로 오는 귀경길이 많이 막히고 있다"는 기자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실상은 가끔 이렇게 '상식의 허'를 찌른다.

강갑생 기자는 그런 상식에 물음표를 던졌던 셈이다. '?'야말로 기사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리뷰, #한꼭지 조간신문리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