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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항 전경
대변항 전경 ⓒ 김대갑
항구는 늘 분주하다. 어선들이 오고가는 작은 항구일수록 분주함은 새벽녘에 절정을 맞이한다.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는 어선들의 현란한 움직임. 기장군 대변항의 새벽도 이런 분주함 속에서 시작한다.

항구로 들어오는 배
항구로 들어오는 배 ⓒ 김대갑

두 깃발 사이로 흐르는 바다향기
두 깃발 사이로 흐르는 바다향기 ⓒ 김대갑
왜 만선을 기원하는 배들은 깃발을 달까? 바람에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깃발들에서 팽팽한 바람의 힘이 느껴진다. 게다가 배들은 한결같이 태극기를 달고 있다. 애국심이 투철한 선원들일까? 아니면 태극기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인가? 그도 아니면 태극이라는 형이상학적인 힘이 주는 주술을 믿기 때문인가?

태극기의 향연
태극기의 향연 ⓒ 김대갑

선주 실명제?
선주 실명제? ⓒ 김대갑
어선들은 저마다 길다란 대나무에 태극기와 삼색기, 그리고 선주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꽂고 있다. 여 보란 듯이, 이게 나의 배며 이게 나의 생업이라는 것을 여 보란 듯이 시위하면서.

집어등 너머로 보이는 풍경
집어등 너머로 보이는 풍경 ⓒ 김대갑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너머로 바다와 섬들이 보인다. 투명한 유리 안에는 강력한 필라멘트가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웅크리고 있다. 살짝 건드리면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이 전구의 표면 유리 위에 차갑게 흐른다. 그래도 유리등 너머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실지렁이 처럼 움직이는 장어
실지렁이 처럼 움직이는 장어 ⓒ 김대갑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부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부들 ⓒ 김대갑
다시 한 척의 배가 들어온다. 그물이 쭉 내려오는가 싶더니 그물코 사이로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장어들이다. 실지렁이처럼 얽히고 설킨 바다장어들의 몸짓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들을 분류하느라 어부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활어차 안에 담겨지는 그들. 어떤 이는 바닷물을 채워 넣느라 분주하고, 어떤 이는 그물을 손보느라 분주하다.

어스름이 감도는 대변항
어스름이 감도는 대변항 ⓒ 김대갑
어스름이 감도는 대변항. 항구는 점차 적막에 싸이고, 멸치들과 장어들은 좁은 수족관에서 바다를 꿈꾸며 잠든다. 대변항은 영화 <친구>의 무대이기 전에 분주한 어민들의 삶터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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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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