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원주민들은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괌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괌 벼룩시장에서 자신이 입던 옷가지며 생필품 등을 사고 팔곤 한다. 가끔씩 여행객들을 위해 신제품 티셔츠나 옷가지들을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주민들이 쓰던 중고물품이다.
벼룩시장에서 원주민들의 생생한 생활 모습을 보기 위해 남편과 내가 미리 예약한 택시를 탄 것은 새벽 5시!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를 달리자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에 여기저기 손전등을 들고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닭장 속 수탉들은 끝없이 울어대고 새장 속을 뛰어 나온 앵무새는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 듯 새장 위에서 유유히 모이를 먹고 있다. 괌의 시장도 한국의 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야채며 과일, 생선 등이 여기저기에 널려있고, 시장에 나온 상인들이나 물건을 사러 오는 이를 위한 맛있는 먹거리도 즐비하다. 새벽시장을 준비한 상인들은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닭 꼬치와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작은 상점에서 덮밥이나 야채 스프를 먹기도 하였다.
차모로족이면서 미국 밖의 미국이기도 한 괌에는 필리핀인,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그리고 수수의 베트남인 인도인 유럽인 등 여러 인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곳의 원주민인 차모로인들은 공식언어인 영어를 쓰기도 했지만 자기들끼리는 차모로어를 사용하였다. 그들은 한결 같이 순수하고 다정해 보였다.
더운 날씨라 코코넛 음료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1달러를 외쳐대던 아저씨가 내게 50센트에 주겠다고 한다. 얼른 뛰어가 50센트를 내밀었더니 "오케이! 원?" 하며 웃는다. 열매의 음료는 달고 시원하지만 남자의 힘찬 손으로 칼질해야 구멍을 뚫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상인들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관광객인지 원주민인지를 확실히 구별하는지 내가 물건 값을 묻자 무조건 5달러라고 외쳐댄다. 그래 두 개에 5달러라고 응답하면 고민하지도 않고 "오케이" 하고 승낙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1달러, 2달러 짜리 물건도 무조건 5달러를 부르고 보는 것이었다. 사실 벼룩시장의 물건 값은 '말만 잘하면 공짜'라는 말도 있듯, 정해진 가격이 없으므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택시기사 아저씨와 돌아가기로 예약한 시간은 8시였다. 막 벼룩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세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는데 어느새 시계는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옷가지며 재미있는 기념품 한두 개를 사고 사진을 찍고 나니 벌써 해가 훌쩍 밝아 있었다. 아침 9시까지 열리는 벼룩시장이지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몇 몇 상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즐거운 체험을 하고 아침을 맞는 재미가 쏠쏠한 날이었다. 벼룩시장에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고마운 무언가를 얻은 뿌듯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